[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08) spring 봄

spring [spriŋ] n. 봄
봄이 온덴 벨일 이시쿠과
(봄이 온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spring은 원래 돌 틈(the gap between the stones) 사이에서 맑은 물(clear water)이 솟아 나오는 ‘옹달샘(small spring)’을 뜻하는 말이다. 풀과 나무의 새 움(sprout)이 땅을 뚫고 솟아 나오고 겨울잠(hibernation)을 자던 개구리(frogs)가 밖으로 뛰쳐나오는 때(season)라고 하여 ‘봄’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우리말 ‘봄’의 어원(origin)에는 몇 가지 설(theory))이 있다. ‘불(fire)’을 뜻하는 ‘블’과 ‘오다(come)’의 명사형 접미사(suffix) ‘옴’이 결합되어 ‘따뜻한 계절(warm season)이 왔음’을 뜻하는 ‘블옴’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보다(見)’의 명사형 ‘봄(=seeing)’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후자의 설은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서 새롭게 솟아나는 식물들(plants)이나 활기차게 움직이는 동물들(animals)을 직접 우리 눈으로(with our own eyes) 보게 된다는 것인데, 다른 설들과는 달리(unlike other theories) 인간 중심적(people-oriented) 관점에서의 설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peculiar). 

메밀을 기르지 않는 시기에는 유채와 청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며 방문객에게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제주의소리
 대선이 끝났다. 봄이 온다고 별일 없듯,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통치자가 바뀐다고 별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번 대선이 유난히 시끄럽고 요란한 진흙탕 싸움이어서였을까, 올해는 대선이 끝나니 비로소 봄이 오는 듯하다. 생기가 넘치고 활기찬 봄이어야 하겠지만, 올해만큼은 좌우지간 잠시 들떴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도록 하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봄이 온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밥 그런대로 먹으면 되고
빚도 늘면 늘지 줄지 않겠고
꽃 피기 시작한다고 소문 돌면
저승꽃 화창하게 만발할 테고
진작 귀먹고 그리운 사람은 불러도
딴전 부릴 테고
다아 지금처럼도 괜찮습니다

다만, 길거리에서 오줌 마려울 때
항상 굳게 잠긴
정류장 앞 건물 화장실만이라도 열려
시원하게 일 볼 수 있는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춘화의 詩 ‘봄’ -

대선(presidential election)이 끝났다. 한쪽에서 탈모 치료(hair loss treatment)의 건강보험(health insurance) 적용 확대(extension of coverage)를 약속하니 다른 쪽에서는 당뇨병 환자(diabetic)에게 연속혈당 측정기(measuring instrument)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며, 같은 종류의 공약(pledge)이면 상대 당 후보보다 1개, 1원이라도 더 주겠다던 포퓰리즘(populism) 대선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come to an end). 계층(social class), 세대(generation), 직종(type of occupation), 성별(sex)로 솔깃할 만한 약속은 총동원되었고, 산타클로스(Santa Claus)처럼 원하는 선물은 무엇이든 주겠다는 달콤한 말(sweet talk)속에서 국가 미래 경쟁력(future competitiveness)과 비전(vision) 제시는 끼어들 틈이 없었던 낯부끄러운(shameful) 대선이었다.

하지만 봄이 온다고 별일 없듯, 제대로 된 민주주의(democracy) 국가라면 통치자(government ruler)가 바뀐다고 별일이 있어선 안 된다. 통치자가 바뀐다고 별일이 있거나 별일을 기대한다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포퓰리즘의 유혹(temptation)에 빠져 쇠락(decline)의 길을 걷는 국가가 되기 십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위정자들(politicians)은 대선 기간 중에 뿌려졌던 포퓰리즘 공약들을 거두어내고 지속가능한(sustainable) 경제성장(economic growth)과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을 이룰 수 있는 정책다운 정책(policy)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국민도 위정자들의 얄팍한(shallow) 정파적(factional) 포퓰리즘을 판별하고 감시하는 파수꾼(watchman)이 되어야만 한다. 이번 대선이 유난히 시끄럽고 요란한 진흙탕 싸움(muddy match)이어서였을까, 올해는 대선이 끝나니 비로소 봄이 오는 듯하다. 생기가 넘치고(full of life) 활기찬 봄이어야 하겠지만, 올해만큼은 좌우지간(左右之間) 잠시 들떴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마음으로(with a calm mood) 봄을 맞이하도록 하자.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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