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4.3특별법 전면 개정 취지 무색...형사소송법 들어 항고 의견 ‘파장 예상’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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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오후 5시] 제20대 대통령에 검찰총장 출신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당선이 결정된 10일, 공교롭게 검찰이 제주4.3 특별재심 사건을 즉시항고해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4.3특별법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제주지방검찰청은 최근 개시가 결정된 특별재심 사건 2건(청구인 총 14명)에 대한 재심개시결정 취소를 요구한다면서 항고했다. 

검찰은 항고 이유로 법리오해와 절차적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형사소송법’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4.3특별법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면 개정돼 지난해 공포된 제주4.3특별법에 따라 4.3 피해자들의 재심 청구 자격과 청구 대상 등이 완화됐다.

4.3특별법 제14조(특별재심)에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4조 및 ‘군사법원법’ 제469조, 제473조에도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4.3특별법에 따라 4.3 관련 재심은 제주지방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4.3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다. 

검찰이 항고 대상으로 삼은 사건 청구인은 4.3특별법에 따라 희생자로 등록된 피해자들로, 4.3특별법 전면개정 전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률대리인이 전면개정 전 4.3특별법이나 형소법 등을 적용해도 명예회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항고 이유로 법리오해까지 내세운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4.3을 떠나 대부분의 재심 사건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을 때 검찰이 항고하는 경우가 있다. 절차적 문제가 아닌 법리적 오해를 이유로 들어 항고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로인해 검찰이 4.3 관련 희생자의 선정 과정까지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4.3 희생자 선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십년간 4.3을 폄훼해 온 극우세력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절차적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총 3차례에 걸쳐 4.3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피해자 60명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했고, 최근 직권재심 2건(40명)에 대한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합동수행단이 청구해 개시된 직권재심 2건과 4.3유족회 차원에서 청구한 논란의 특별재심 2건 모두 심문절차 등 없이 곧바로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검사가 청구했느냐, 법률대리인이 청구했느냐 차이일 뿐 관련 절차가 거의 비슷하다.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항고했어야 했다. 

재심을 위한 자료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검찰 항고 대상이 된 특별재심 사건의 청구자들은 희생자 결정문, 당시 판결문 등을 제출했다. 

해당 자료는 수십년간 제주도와 4.3유족회 등이 4.3위원회나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확보한 공식 문서다. 

심지어 재판부는 관련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절차에 따라 지난해 12월 검찰에 특별재심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항고(올해 3월3일) 이전까지 약 3개월간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청구인의 법률대리인은 관련 의견 등을 제시했다. 

하필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 10일에 검찰이 항고하면서 과거 보수정권에서의 4.3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도민사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4.3특별재심 개시결정에 절차상 아무런 흠결이 없음에도 검찰이 희생자 심사조서를 보겠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한 것은 특별법 취지에 반하고, 특별법에 따라 정당하게 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4.3유족회도 11일 즉각 성명을 내고 “검찰이 특별재심 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점을 문제삼지만, 4.3특별법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견해다. 4.3특별법에 따른 4.3 희생자가 청구할 수 있다. 재심 단계에서 희생자 심사 자료를 확인한다는 것은 4.3특별법 규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갖춰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항고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월 5일 후보 신분으로 4.3평화공원을 찾아 방명록에 "무고한 희생자의 넋,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습니다. 윤석열"이라고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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