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보훈청, 4.3단체와 시민사회에 원상복구 명령 예정

역사의 감옥에 가둬진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의 추도비. ⓒ제주의소리
역사의 감옥에 가둬진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의 추도비. ⓒ제주의소리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에 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설치한 역사적 감옥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다. 

제주도보훈청은 4.3단체 등 시민사회가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한 역사의 감옥 철거해야 한다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공유재산에 설치된 불법 지장물이라는 취지다. 

보훈청 관계자는 “오늘(14일)중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조형물이 철거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에 따라 행정대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4.3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는 “역사의 감옥을 자진 철거할 계획은 없다. 추후에도 박진경의 학살 등을 알릴 수 있는 퍼포먼스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군 소위 출신인 박진경은 제주4.3 당시 초토화 작전에 불을 지핀 학살 주범이다. 

1948년 5월6일 제주에 온 박진경은 연대장 취임사를 통해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진경 추도비를 가둔 감옥에 새겨진 문구. ⓒ제주의소리
박진경 추도비를 가둔 감옥에 새겨진 문구. ⓒ제주의소리

미군정은 박진경의 체포 작전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1948년 6월1일 박진경을 대령으로 진급시켰다. 진급 이후에도 무자비한 작전을 일삼은 박진경은 같은 해 6월18일 부하들에 의해 암살됐다.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 박진경은 “이처럼 중산간 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불과 한달 사이에 수천명의 포로를 양산해낸 박진경 연대장의 작전은 주민들을 더욱 산으로 도망치게 했고, 자신은 암살당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돼 있다. 

박진경 추도비는 1952년 11월 ‘제주도민 및 군경원호회 일동’ 명의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박진경의 추도비를 세웠고, 이후 추도비는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로 이설됐다. 

제주국립묘지 ‘호국원’이 조성되는 곳에 맞닿은 곳에 위치한 박진경 추도비는 지난해 제주시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으로 이설됐다. 해당 지역은 4.3 유적지 ‘아흔아홉골’ 인근이다. 

박진경 추도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주 시민사회는 최근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을 설치했다. 

시민사회는 조형물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일본군 소위 출신에다 미군정 지시로 제주 4·3 학살을 집행했던 사람이다.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추모비를 철창에 가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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