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세월 되짚어보는 자전적 에세이…우도 섬 소년이 총장에 오르기까지

“내 나이 7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일모도원이랄까 그런 심정이다. 몸과 마음은 아직도 쓸 만한데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아직은 젊은이 못지않은데 세월이란 비정한 놈이 나이를 받아들이라고 훈계하는 것 같았다. 그 훈계가 주효해서 이 책이 상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섬 속의 섬 우도에서 태어나 국립대학교 총장에 이르기까지 지난 삶의 흔적을 되짚어보는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도서출판 장천)’이 발간됐다. 

제주대 7대 총장을 역임한 저자는 대학과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시민단체 등을 이끌며 아젠다의 중심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그 삶의 보고서를 책으로 냈다.

책에서 저자는 살아오며 마주친 모든 것들을 행정학자의 일로 바라봤다. 막스 베버가 말한 ‘직업으로서의 행정학’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지난 날들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 책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성장을 거쳐 칠순을 보낸 아들로서 아버지의 무덤 앞에 바치는 삶의 보고서라면 보고서이고 내 삶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다”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제주 사회에서 한 사람의 행정학자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일을 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 어떻게 이 사회를 바꿔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은 △내 젊은 날의 초상화 △사회로 나아가다 △행정학은 경세지학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이 되어 △또 하나의 사명, 이어도 △제주대학교를 떠나다 △내 나이 여름날 오후 5시 등으로 구성됐다. 

첫 장인 ‘내 젊은 날의 초상화’에서는 유년에서 소년, 청년으로 나아가며 세상을 준비한 그의 일대기가 담겼다. ‘사회로 나아가다’에는 은행에서의 첫 직장 생활과 제주대학교 교수 시절의 이야기가 녹아났다.

3장 ‘행정학은 경세지학’에서는 행정학과 시민운동, 제주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 담겼으며, 4장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이 되어’에서는 그가 일궈온 제주대 발전 성과와 자신만의 철학, 그리고 연임에 실패했던 아픔이 수록됐다. 

마지막 장인 ‘내 나이 여름날 오후 5시’에서는 칠순을 맞은 감회와 ‘늙어가는 사람에게 특히 중요한 철학’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여러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라며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성공적인 인생을 보내게 된 데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일흔을 여름날 오후 5시에 비유했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말을 빌려 ‘석양은 저리도 좋건만 아쉽게도 황혼이 다가오누나’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며 “그것에 그 무슨 위로가 필요한가 아쉬워하면서도 마음공부를 하며 인생의 노년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저자 고충석은 우도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11월부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2005년 5월에는 제주대 제7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제주발전연구원장,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제주국제대 초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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