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폭언에 다리 쓰다듬는 성추행도…졸업생 347명 중 약 25% 87명 응답
“전체 교육계 인권침해 진상조사” “학교 현장 구조적 문제, 도교육청 해결 나서야” 촉구

“상담 시 갑작스레 다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았어요.”, “상담할 때 만져요.”, “저렇게 자는 애들이 나중에 술집에서 일한다고 했어요.”, “남편을 잘 만나면 돼, 그게 최고지”, “마음에 안 들면 전학 가라.”(제주여고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기초조사 분석 보고서 중)

흔히 말하는 쌍팔년도 적 학교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21세기 제주 교육 현장에서 들려온 말과 행동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폭언과 욕설, 성추행, 사생활 침해 등 각종 인권침해를 교사로부터 겪고 있지만 아무리 외쳐도 고쳐지지 않는다며 실태 조사를 진행, 학교 현장의 실태를 고발했다. 

조사는 제주여고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도내 다른 학교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제주여고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 조사 결과를 15일 오전 11시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폭언과 욕설, 성희롱, 성추행 등 학교 내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오연지 씨,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이건웅 청소년 활동가. ⓒ제주의소리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제주여고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 조사 결과를 15일 오전 11시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폭언과 욕설, 성희롱, 성추행 등 학교 내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 왼쪽부터 제주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오연지 씨,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이건웅 청소년 활동가. ⓒ제주의소리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15일 오전 11시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올해 제주여자고등학교 졸업생을 중심으로 지난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인권침해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네이버 폼이 활용됐으며, 졸업생 347명 중 약 25%가 넘는 87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학교생활 중 교사로부터 폭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전체 87명 중 57.5%에 달하는 50명이 ‘있다’에 응답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너네가 이렇게 시끄러운 건 니네 부모가 잘못 가르쳐서다.”, “OO년, 이새O, 멍청한O, 눈물을 질질 짜게 만들어줄 것.”, “내가 너네 대학 다 떨어지게 물 떠놓고 빈다.”, “넌 어차피 안 될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등이다.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들은 폭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교사가 욕설은 물론 노력을 무시하거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등 발언들을 서슴없이 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수업을 잘 듣지 않는 친구에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 빗대 ‘고O정도 아니고’라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다.

다음 문항은 ‘학교생활 중 본인 교육권을 방해받은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9.9%가 ‘있다’에 답했다. 사례로는 수업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거나 수업 교과 시간에 다루지 않은 지문을 시험에 출제했다는 등이 있었다.

학교에서 인격모독, 비방, 협박, 체벌, 성희롱 등을 당해 항의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80.5%에 달하는 학생들이 ‘하지 못했다’에 응답했다. 

학교에 항의했을 때 학교 책임자의 반응은 어땠는가 묻는 질문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5.7%, ‘피해 학생을 달래고 무마했다’ 18.6%, ‘피해 학생을 나무라고 불이익을 줬다’ 7.1%,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35.7% 등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친구가 담임에게 팔을 맞았을 때 교장실에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오히려 생활기록부는 신경 안 쓰냐며 참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생기부 등 보복 당할까봐 못 했다. 그리고 친구가 교장선생님에게 가서 말했을 때 대처가 많이 미흡한 것을 보고 여기서 말해도 달라질 것이 없구나 생각해서 그냥 참았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 ⓒ제주의소리
인권침해 실태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여고 졸업생 김채은 씨. ⓒ제주의소리

교사가 수업 중 방역수칙이나 교칙을 어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는 학생 79.3%가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이 수업 중이나 상담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성희롱 혹은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는 질문에는 10.3%의 학생들이 ‘있다’에 답했다. “상담할 때 갑자기 다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다”, “상담할 때 어깨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은 적이 있다”, “한 선생님은 계속 바지 지퍼를 내리고 다닌다” 등 사례가 있었다.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조사 결과 폭언은 일부 교사들로부터 시작됐고 교사들 사이에서 이미 관성화 됐다. 폭언이 일상화된 것”이라며 “학생들의 항의에도 학교 측은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조사를 추진한 지난해 제주여고 학생회장 김채은 졸업생은 “지난 3년간 제주여고에서 저는 선생님들께 다양한 욕설과 폭언을 듣곤 했다. ‘사립이라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폭언을 듣고 우는 친구들에게도 참으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어떤 특정 교사들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성명서를 통해 “비공식적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응답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여고의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큰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응답 학생들은 주관식에 아주 적극적으로 응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제주여고에서 증언되고 있는 인권침해 종류는 크게 7가지로 폭언, 학습권 침해, 성희롱, 학생들의 항의에 대한 학교 측 대응, 방역수칙 혹은 학교규칙 위반,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물리적 체벌 및 폭행으로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 대한 폭력적인 언행은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폭언은 주로 여성 차별적이었으며, 학업 성적을 공개하는 등 개별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며 “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학생으로서 자신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다. 소수 교사이기는 하지만 불성실한 수업준비와 비 계획적인 수업 진행은 교사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지경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물리적 체벌이나 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사례가 증언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학교의 규칙이나 방역지침과 같이 모든 구성원에게 주어진 의무도 교사들에게는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제주도교육청에 인권침해 실태 조사 결과를 포함한 진정서를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제주도교육청에 인권침해 실태 조사 결과를 포함한 진정서를 전달했다. ⓒ제주의소리

이들은 △제주여고 학생 인권 침해사례 조사 △조사 객관성과 사실성 확보를 위한 외부 전문 인력 참여 △2차 가해 방지 △조사 결과 공식 발표 및 적절한 조치 △교사 대상 인권 관련 교육 시행 △인권 문화 형성 노력 △제주여고 적극 협조 등을 요구했다.

이어 “학교의 대처는 상당히 미흡했고, 부적절했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학생들의 진로에 있어서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고, 무마하는 수준에서 학교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학교는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학생이 받은 피해들을 무마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 학생들은 본인이 받은 피해에 대해 학교에 항의하는 것조차 꺼리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졸업생들만을 대상으로 받은 사례가 이 정도다.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사립학교 특성상, 재학생과 그 전 졸업생이 받은 피해 사례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석문 교육감의 모토인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런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결국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후 빈틈없는 진상조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하며,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 피해에 대한 개선 대책과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제주여고 학생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성명서

우리,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은 제주여고 학생당사자인 김채은씨(70기 학생회장)와 함께 제주여고의 학생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2022년 제주여고 졸업생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전체 학생 중의 1/4 이 넘는 학생들이 응답했다. 비공식적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응답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여고의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큰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응답 학생들은 설문에 응하면서, 객관식 질문만 응답한 것이 아니라, 주관식(선택 질문)에 아주 적극적으로 응답하였다. 학생들의 응답한 사례를 살펴보면, 제주여고 내 학생 인권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우리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제주여고에서 증언되고 있는 인권침해 종류는 크게 7가지로 폭언, 학습권 침해, 성희롱, 학생들의 항의에 대한 학교 측 대응, 방역수칙 혹은 학교규칙 위반,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 물리적 체벌 및 폭행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폭력적인 언행은 참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 중 약58%의 학생이 교사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폭언은 주로 여성 차별적이었으며, 학업 성적을 공개하는 등 개별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학생들은 학생으로서 자신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다. 소수 교사이기는 하지만 불성실한 수업준비와 비계획적인 수업 진행은 교사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지경이었다. 

이외에도 물리적 체벌이나 성과 관련된 부적절한 사례가 증언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학교의 규칙이나 방역지침과 같이 모든 구성원에게 주어진 의무도 교사들에게는 무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학교의 대처는 상당히 미흡했고, 부적절하였다. 학생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학생들의 진로에 있어서 불이익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고, 무마하는 수준에서 학교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제주여고의 인권침해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관행화하게 된 요인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학생은 교사보다 낮은 위치에 있고 위협받기 쉬운 자리에 있다. 학교는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등의 이유로 학생이 받은 피해들을 무마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미래 진로에 관한 여러 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권한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무마한 행위이다. 결국, 학생들은 본인이 받은 피해에 대해 학교에 항의하는 것조차 꺼리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졸업생들만을 대상으로 받은 사례가 이 정도이다.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 오래 근무하는 사립학교 특성상, 재학생과 그 전 졸업생이 받은 피해 사례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석문 교육감의 모토인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철저하게 감시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런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결국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오늘 기자회견 이후, 빈틈없는 진상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며,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 피해에 대한 개선 대책과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제주여고의 이러한 인권침해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제주도교육청에 요구한다.

[요구사항]
이에 우리는 도내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제주도 교육청과 제주여자고등학교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제주여자고등학교의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라.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본 사건이 대단히 관행적이고 광범위한 학교내 인권침해 사안임을 인식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사건을 명확하게 조사하라.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조사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 인력(학생인권 전문가 포함)을 참여시켜라.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조사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을 특정 및 협박과 같은 2차 가해가 교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하나, 객관적인 투명한 조사 후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교사들에게 학생 인권 관련 교육을 시행하라. 
하나, 제주도 교육청은 학교 인권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라.
하나, 제주여자고등학교는 이러한 모든 사항에 대해 적극 협조하라.

김채은씨(70기 제주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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