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연체험파크-선흘1리 10억원·고용창출 협약...주민들 '부글부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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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 측이 지원금을 명목으로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선흘1리 마을을 회유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온 선흘1리 마을 차원에서도 입장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가 확보한 '제주자연체험파크 선흘1리 마을주민 협약서'에 따르면 사업자는 선흘1리에 두 차례에 걸쳐 마을 복리증진을 위한 지원금 10억원을 지불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 협약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에 따른 선흘1리 마을주민 참여 계획 및 스폰서십 협약서라는 부제 아래,  선흘1리 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력, 복리증진을 위해 파크 조성 사업자인 (주)도우리와 이 사업부지 주변 마을인 선흘1리가 협약을 체결한다고 쓰였다.

협약서는 (주)도우리가 선흘1리에 현금 10억원을 본 공사 착공시 5억원, 영업 개시일에 추가로 5억원으로 나누어 각각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 사업자는 선흘1리 주민의 고용 창출에 협력하고, 현장 공사시에 선흘1리로부터 공사 장비를 임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업변경시 선흘리에 통보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특이한 점은 그간 사업에 찬성해 온 동복리도 협약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2페이지로 된 협약서의 1페이지에는 협약의 주요 골자가 담겼고, 2페이지에는 협약 주체들이 표기됐는데, 선흘1리와 사업자 외에 동복리까지 명기돼 있다.

협약서 상에 동복리 자원환경순환센터 주변 영향지역 협의체에 선흘1리 주민도 2~3명이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면서다. 해당 조항에는 '노력을 해도 안될 경우 동복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는 조건이 붙었다. 사업에 찬성해 온 동복리가 자신들의 권리의 일부까지 양도하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선흘1리는 제주도의회 심의를 앞두고 자연체험파크 사업의 찬반을 가려내기 위한 긴급 마을총회를 소집했다. 지난 2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총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선흘1리는 28일 오후 다시 한번 총회를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모 도의원의 회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제주도의회 환경위원회가 29일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의하는 가운데, 해당 의원은 "의회에서 통과될 것 같으니 실리라도 취하는게 맞지 않겠냐"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의소리]가 단독 입수한 '제주자연체험파크 선흘1리 마을주민 협약서'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가 단독 입수한 '제주자연체험파크 선흘1리 마을주민 협약서'. 총 2쪽 분량의 협약서의 1쪽(사진)은 협약의 주요 골자가 담겼고, 2쪽에는 협약 주체와 대표자 이름이 명기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선흘1리와 사업주체인 (주)도우리 외에 동복리까지 서명 주체로 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왼쪽 붉은 구역이 선흘리, 오른쪽 붉은 구역이 동복리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 부지.행정 구역만 다르지만 인접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네이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왼쪽 붉은 구역이 선흘리, 오른쪽 붉은 구역이 동복리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 부지.행정 구역만 다르지만 인접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네이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은 입지를 두고 구좌읍 동복리와 조천읍 선흘1리 간 찬반이 첨예하게 부딪혀 왔다. 사업 소재지는 동복리지만, 선흘1리가 맞닿아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선흘1리의 입장이 찬성으로 돌아서면 가장 어려운 관문인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부담을 덜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선흘1리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흘1리 주민 A씨는 "10억원을 받아서 통과시킬 것이었으면, 애초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이러면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발로 뛴 마을 차원의 반대가 마치 보상금을 노린 것이라는 도민사회의 비난을 듣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기업의 논리에 따라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마을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직접 손편지를 써 제주도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선흘1리는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자연체험파크 사업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선흘1리 주민들은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조천읍에 개발사업추진은 국제협약의 의미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의 심각한 환경영향을 초래하여 선흘1리 주민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곶자왈 훼손 논란을 일으키며 2015년부터 시작된 제주사파리월드 조성사업에서 이름만 변경한 사업으로 숙박시설, 관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며 "사업이 승인되면 분명 곶자왈은 훼손될 것이고 생태계교란이 일어날 것이고, 조천읍이 세계 최초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받은 상황에서 동백동산과 200m의 인접 거리인 곶자왈의 개발은 국제협약의 의미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상철 선흘1리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마을 총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원금 10억원을 약속 받은 것이 맞냐는 질문에도 "마을 내부의 일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제주자연체험파크는 과거 사파리월드에서 명칭을 바꾼 개발사업이다. 사업자가 마을 주민에게 뒷 돈을 건네는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와는 별개다.

제주자연체험파크는 ㈜도우리가 총 990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 일대 74만4천480㎡ 부지에 1만4천926㎡ 규모의 숙박시설과 명상원 등 관광휴양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99만1072㎡부지에 1521억원을 투입해 사자와 호랑이 등 열대우림 동물사파리, 야외공연장, 관광호텔 등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환경 훼손과 공유지매각 논란, 환경에 맞지 않는 열대우림 동물 사육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면적을 74만4480㎡로 축소하고 사파리를 제외한 자연체험사업으로 전환했다.

주요시설은 관광휴양시설 20만2375㎡, 숙박시설 1만4926㎡, 주차장 2만4031㎡, 조성녹지 5만7345㎡, 원형녹지 42만9287㎡다. 사업면적의 71%가 녹지로 활용되도록 변경했다.

지난해 10월 삼수 끝에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조건부 통과하고, 지난 2월 제주도의회 환도위에 상정됐지만, "심도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 보류됐다. 한 달 후에 다시 도의회에 오르며 심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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