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치매노인 말없이 집 나가자 아들이 길거리서 폭행...출동한 경찰 “구두 경고 조치”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제주도민 강영민 씨(가명)는 지난 26일 오후 9시께 제주시 노형동 월랑초등학교 인근 길을 걷다가 한 남성(A씨)이 80대 이상으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어르신 뒤를 쫓아가며 큰소리를 내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의 깊게 살펴보던 그때 A씨는 앞서 걷고 있던 어르신을 세차게 발로 걷어차고 연이어 주먹으로 뒤통수를 가격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발길질과 주먹질을 당한 어르신은 연약한 체구여서 무슨 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깜짝 놀란 영민 씨는 어르신을 때린 A씨를 말리기 위해 다가가 '왜 그러냐' 물었고, 이 남성은 "(자신이 때린 노인은) 자신의 아버지다"라는 알 수 없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때리지 말라"는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림에도 불구하고 폭행은 10분가량 넘게 집으로 향하는 듯 골목길로 접어들때까지 수십 차례 이어졌습니다. 영민 씨는 폭행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발길질을 당하며 집으로 향하는 어르신을 뒤따라가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출동한 경찰관에게 촬영한 영상과 충분한 상황을 설명한 영민 씨는 "알아서 잘 처리하겠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이후 해당 경찰은 신고자인 영민 씨에게 전화를 통해 사건 처리 결과를 알려왔습니다.

경찰관이 전해준 말은 다름 아닌 "(가해자인 아들 A씨에게) 경고를 줬다며 다음에도 발견된다면 다시 신고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6일 밤 독자 강영민 씨(가명)는 제주시 노형동 월랑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는 한 남성이 80대로 보이는 어르신을 걷어차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알고 보니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말없이 집 밖으로 나가자 아버지를 찾으러 온 아들이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아무리 치매노인이라지만 마른 체구의 연약한 노인을 뒤에서 발길질하거나 주먹질하는 모습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것도 아들이 아버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강영민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제보 내용과 현장 촬영 영상을 모두 확인한 후, 가해자인 아들의 진술까지 들은 후 가해자에게 경고 처리했다고 신고자에게 알려왔습니다. 명백한 존속폭행 사건을 단순 경고처리할 사안일까요? 치매노인을 돌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가족들 중 누군가 우발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지난 26일 밤 독자 강영민 씨(가명)는 제주시 노형동 월랑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는 한 남성이 80대로 보이는 어르신을 걷어차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알고 보니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말없이 집 밖으로 나가자 아버지를 찾으러 온 아들이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아무리 치매노인이라지만 마른 체구의 연약한 노인을 뒤에서 발길질하거나 주먹질하는 모습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그것도 아들이 아버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강영민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제보 내용과 현장 촬영 영상을 모두 확인한 후, 가해자인 아들의 진술까지 들은 후 가해자에게 경고 처리했다고 신고자에게 알려왔습니다. 명백한 존속폭행 사건을 단순 경고처리할 사안일까요? 치매노인을 돌보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가족들 중 누군가 우발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제주의소리

영민 씨와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A씨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인 어르신이 집 밖을 나가면서 시작됐습니다.

평소에도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여러 차례 있어 화가 난 아들 A씨는 거리를 배회하는 아버지를 찾아내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폭행했다는 겁니다.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가 자신의 아버지를 폭행한 행위는 ‘존속폭행’에 해당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합니다. 

경찰 역시 해당 사건이 존속폭행이지만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반성하겠다는 A씨의 진술과 어르신의 처벌 의사를 확인한 뒤 경고를 내린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폭행을 가하는 것으로 볼 때, 집안 등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는 폭행의 강도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릅니다. 더군다나 치매 노인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는 처벌 여부의 의사표시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독자 영민 씨는 [제주의소리]에 “할아버지를 따라가는 사람이 있길래 심상치 않아 보니 뒤에서 발로 차고 뒤통수를 때렸다”며 “집에 갈 때까지 폭행이 이어져 중간에 말리기도 했고, 할아버지도 아들에게 때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A씨)은 흥분한 상태였다”고 목격담을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경찰로부터 가해자에게 경고를 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됐다. 집에 들어간 다음 폭행이 이어지진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라면서 “보이는 곳에서도 그렇게 때리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 대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라며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현장 출동 경찰관이 피해자인 어르신과 A씨, A씨 어머니 등을 분리해 진술을 받아본 결과 가정폭력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진술의 일관성을 위해 여러 차례 물어봤을 때도 같은 내용이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인 어르신은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라고만 말씀하셨고 이어 A씨에게는 힘든 사정은 알지만,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경우 가정폭력 정황이 없고 처벌 의사를 보이지 않아 현장에서 조치하긴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하고, “경찰서 차원의 노인학대 모니터링도 진행됐고, 해당 구역 순찰 담당 경찰관에도 자주 확인해보라고 지시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40여일 후면 5월8일 어버이 날입니다. 불과 2년전에도 어버이 날을 앞두고 서울 중랑구에선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를 화장실로 옮기던 중 아버지가 말을 듣지 않자, 분을 이기지 못한 아들이 아버지의 배를 가격해 치매로 기력이 없던 아버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노인 문제 전문가들은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장시간 누구라도 비슷한 환경에서 삶이 피폐해지면 존속 폭행 등 비슷한 상황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중앙치매센터에 접수된 치매노인 존속폭행 건은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약 3000여 건에 이릅니다. 

최근 치매 어르신들의 실종 신고가 경찰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고, 치매 노인 학대 문제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치매노인에 대해 분기별로 건강상태와 폭행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더욱 촘촘하게 확충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독자의소리] 제보와 같이 구체적인 존속폭행 사실이 확인된 경우엔, 폭행이 재발하거나 더 큰 우발적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우 세심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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