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초 6학년 학생 16명 편지묶음, 심사 앞둔 도의회에 전달

-전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동백동산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계속 동백동산에서 뛰어놀다가 맑은 새소리에 잠시 눈을 감고 나무 그늘에 앉아 쉬어갔던 경험들을 생각만 하면 동백동산을 지키고 싶습니다. 우리 후배들도 똑같이 동백동산에서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주자연체험파크를 짓는다면 동백동산의 여러 생물들이 죽게됩니다. 자연이 나무, 물, 흙 등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 은혜는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는게 마땅합니다. 동백동산은 여러 동식물의 소중한 보금자리며 큰 가치를 인정받은 세계자연유산이며, 우리의 놀이터 같은 곳입니다. 그곳에 건물이 생긴다면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자연유산의 가치를 잃고, 저희가 놀 자리를 잃습니다.

-부디 동백동산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도의원님의 결정에 따라 수많은 생명들에게 영향이 갑니다. 어떻게 결정되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저의 작고 조그마한 이 글씨가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을 줬으면 좋겠네요.

-이거 하나는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편지는 어른들이 시켜서 쓰는게 아닙니다. 정말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꼭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한명이라도 더 설득됐으면 합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추진중인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의 최종 관문을 앞두고, 인근 학교의 어린이들이 손수 쓴 편지가 제주도의회에 전해졌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초등학교 6학년 학생 16명은 28일 오후 직접 쓴 편지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에 전달했다. 편지 묶음은 학생회장인 정연승 군을 통해 부재중인 강성의 위원장실에 전달됐다.

선흘초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자연체험파크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동백동산에서 뛰놀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환경보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직접 편지를 전달한 선흘초 어린이회장 정연승 군은 "자연체험파크를 건설한다는데, 동백동산이 가장 좋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자연 그대로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라는 심경을 전했다.

정 군은 "동백동산에 한번씩은 가봤을 후배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 대표로 편지를 전달하게 됐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28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 선흘초 학생들의 편지 묶음을 전달하고 있는 정연승 군. ⓒ제주의소리

한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오는 29일 한 차례 심사 보류된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심의를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사업자 측이 그간 사업을 반대해 온 선흘1리 주민들을 지원금으로 회유하려든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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