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29) 제주지법 형사4-1부, 고태명 할아버지 등 33명 전원에게 무죄 선고
제주4.3특별법 전면개정 이후 처음 개시된 특별재심 청구인 33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과정에서 제외된 청구인 1명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29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 심리로 열린 고태명(1932년생) 할아버지 등 33명의 특별재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청구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월20일 재심 청구 이후 10개월여만이다.
이번 특별재심은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후 처음 진행돼 도민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특별재심 청구자들의 변호인들은 4.3 당시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변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4.3 피해자들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다양한 법리적 쟁점이 있었고, 6개월간 충분한 논의가 된 것 같다. 70여년간 계속된 피해자와 유족 고통에 공감하면서 사과와 위로의 말을 드린다.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무죄를 구형했다.
양측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피고인 전원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유족과 방청객 등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장찬수 재판장은 “재심 청구자는 총 34명인데, 개시 과정에서 1명이 제외됐다. 여건상 포함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어 이날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고태명 할아버지에게 “오늘부터는 편히 주무시라”고 말했다.
고태명 할아버지 등 34명은 지난해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4.3특별법 전면개정 이후 처음 심리된 특별재심 사건이며, 첫 개시, 첫 공판, 첫 무죄 선고로서 의미를 갖는다.
4.3특별법 개정으로 재심 청구자격 등 요건이 형사소송법에 비해 완화됐는데, 미군정 재판을 받은 피해자나 직계존·비속이 아닌 조카 등의 청구권 인정 등이 쟁점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차례 심문기일에서 청구자들의 변호인 측은 미군정 재판이 국내에서 이뤄졌고, 헌법 공포 이후 우리나라에 모든 권한이 이양된 점을 내세우며 미군정 재판을 받은 4.3피해자도 재심 청구 자격이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4.3특별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4.3 피해로 직계존·비속이 없는 피해자가 많아 가장 가까운 친척 등에게 청구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관련 내용을 충실히 검토하겠다면서 4.3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재판부는 청구자 34명 중 1명을 제외한 33명에 대한 재심을 개시했다.
제외된 1명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 전 목숨을 잃었다. 재판부는 재심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으로 대상으로 해 재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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