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①] 강용옥 서귀포 법환 해조호 선장

▲  범섬에서 바라본 서귀포 풍경 ⓒ녹색연합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미역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징후는 있었다. 8월 평균 수온이 2018년 24.89℃, 2019년 25.38℃, 2020년 26.14℃, 2021년 27.87℃로 최근 5년 사이 매년 1℃ 가량 상승했다. 미역 포자는 25℃ 이상의 수온이 5일 정도 지속되면 죽어버린다. 해조류 전문가의 연구 결과다. 미역 실종사건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2021년 가을과 2022년 겨울, 녹색연합은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2021년 200곳, 2022년 40곳)를 직접 조사하였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 때문이었다. 제주도 97개 해안마을 전체 갯바위가 갯녹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톳, 모자반, 감태 등 해조류 바다숲은 어디로 갔을까. 제주바다의 물 빠진 조간대는 '하얀 바위'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1월, 제주 언론은 '지하수의 경고'를 방송하였다. 기후변화만이 아니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선언 이후, 각종 육상오염원이 지하수를 통해 제주 연안으로 용출되면서 나타나는 바다 오염이 확인되었다.

제주바다는 애초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고, 무엇 때문일까. 제주바다의 '원형'과 '지금'을 알고 싶었다. 제주 생활사 연구자, 조간대 조수웅덩이 다큐 감독, 해조류와 산호 전문가, 제주바다 다이빙 마스터, 미세플라스틱 아티스트, 제주바다를 탐색하는 환경운동가를 만났다.

누군가는 제주바다에서 빛단풍돌산호와 아열대 물고기의 확산을 추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남방큰돌고래와 상괭이를 기록하고 있었다. 범섬이 보이는 서귀포 법환포구에서 마을 출신의 선장도 만났다. '기후변화와 육상오염원'.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제주바다의 오염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제주섬의 육지와 지하수와 바다가 연쇄적으로 벼랑 끝 위기 상황에 몰려 있었다.

녹색연합은 제주바다 10명의 증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0명의 이야기는 조각 모음으로 완성되어 제주바다를 오롯이 보여주리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2030년, 2050년 제주바다의 내일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바라는 바가 한 가지 있다. 제주바다가 제주바다의 모습대로 존재하기를.

법환포구 바다 길잡이
  

  서귀포 법환 해조호 강용옥 선장 ⓒ녹색연합 사진출처=오마이뉴스

'해조호' 강용옥 선장은 서귀포 법환마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 번을 법환포구와 범섬을 오간다. 한 번은 낚시객을 태우고, 또 한 번은 공기통을 맨 다이버를 싣는다. 때로는 범섬 안내자가 되어 해양생태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 정부기관 관계자와 함께 바다로 나간다. 바다 일은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선장의 시간은 제주바다의 물때, 바람, 너울과 파도에 맞춰 있다. 

아마도 법환마을, 범섬과 바닷속 산호정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꼽으라면 해조호 강용옥 선장일 것이다. 지난 2월 17일 트럭에 내려 손을 흔드는 선장을 법환포구 서귀포해양경찰서 법환대행신고소 안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요즘 인공어초 작업으로 바쁘시다구요? 강용옥 선장님은 원래 범섬 일대의 조사 좌표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잖아요. 요즘은 어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지요?

"올해 2월은 인공어초 작업으로 바빴어요. 제주도 서쪽과 동쪽의 판포, 신창, 고산, 대정, 신양 일대에서 인공어초에 감태 포자를 심는 작업에 참여했어요. 해양수산부가 바다숲을 조성한다고 하는 건데, 주로 수심 15m 지점에 어초를 투하하고 풀을 일일이 심는 작업으로 진행돼요. 범섬 일대 바닷속 산호 조사도 꾸준히 있었어요.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건설 전후 용역을 맡은 성균관대학교 조사팀을 안내했고,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이화여대 산호 연구팀이나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정부기관 연구자도 저를 찾아와요. 강정마을의 지킴이들도 강정등대와 서건도 일대를 조사하는데 제가 배를 몰지요."

- 천연기념물 산호인 '해송' 조사에도 참여했다구요?

"작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송'에 붙어있는 담홍말미잘 제거 설계용역에 참여했어요. 문섬과 범섬 일대의 해송 군락지를 안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지요. 그런데 바닷속을 누구나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사팀도 인원이 자꾸 교체되면 조사 지점을 잘 찾질 못해요. 두 번 일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 지금 법환에서 해조호를 몰고 계신데요. 해양 조사를 하려면 별도의 면허를 받아야 하지요?

"해조호는 관광낚시선과 유어선으로 도선 허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낚시 행위나 어업 이외의 목적으로 선박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특별검사를 받고 해양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인공어초 작업이나 해양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특별검사를 받아야 해요. 산호 조사 때도 마찬가지고. 일반 어장관리선이 돈을 받고 수중 조사를 나가면 불법이에요. 일반 레저선이 물고기를 잡아 판매하면 불법이지요.

선박은 등록번호판으로 그 용도를 구분하는데, 어업허가가 있는 배는 초록색 번호판이고, 일반 레저배는 'MB'(Motor Boat)로 되어 있어요. 우리 배처럼 어업허가가 있는 배는 제주도 관할 권역인 추자도까지만 가서 생업을 할 수 있지만, 레저배는 입출항 통제 없이 마음껏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한반도에서 태풍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
 

 범섬 풍경 ⓒ녹색연합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선장님은 법환마을에서 태어났잖아요? 법환마을 소개를 좀 해주세요.

"법환마을은 한국 최남단에 위치한 해안촌이지요. 한반도에서 태풍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으로 유명해요. 태풍이 오면 모든 방송사가 여기서 너울 치는 태풍을 촬영한다고 난리지요.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남북이 짧고 동서가 길어요. 남북 방향으로 제주도를 반으로 자르면 동쪽을 정의현, 서쪽을 대정현이라고 했어요. 서귀포 법환마을은 정의현, 강정마을은 대정현에 속했고 같은 제주라도 지역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요. 나는 '편안할 강씨'인데, 제주 강씨가 참 요망져요(웃음)."

- 배는 언제부터 탔나요?

"고3 여름방학부터 직업 실습을 나갔어요. 대학교 전기학과를 졸업했고 온풍기 기사로 용접, 전기를 만졌지만 돈이 안 됐어요. 제주에서 가장 큰 감귤 선과장 팀장을 맡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2004년 4월에 배를 시작했어요. 30대 중반이었는데, 3천만 원짜리 배를 사서 서귀포 대포에서 3년 정도, 안덕면 대평에서도 2개월 정도 있었어요. 그 배를 법환마을로 끌고 왔지요.

당시 법환에는 배가 여섯 척 있었고 유어선이 많았는데 이곳 선장들의 텃세가 심하더라구요. 3년 동안 엄청 고생했어요. 이곳에서 해마다이빙숍을 하는 김진수 형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다이버를 범섬으로 꾸준히 실었지요. 6.05톤짜리 해조호를 2008년 만들었지만 그해 가파도와 마라도 산호조사를 하기 위해 대정 운진항에 정박했는데 바지선과 부딪혀 크게 부서지고 지금의 해조호를 다시 만들었어요. 1억 8~9천만 원 들었던 것 같아요."

- 범섬은 낚시와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이고, 범섬을 가기 위해서는 법환포구에서 배를 타야 하지요? 여기 법환마을 선장님들은 어떤 식으로 선박을 운영하나요?

"코로나로 다이빙숍도 늘었고 범섬을 찾는 다이버도 50% 정도 늘은 것 같아요. 요즘은 겨울이라 비수기지요. 오늘은 날씨가 안 좋기도 하고 벵에돔 시즌도 막바지라 범섬에 낚시객 4명만 들어갔어요.

여름 성수기 때 하루 100만 원 벌이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법환포구에 있는 오현호, 강일호, 해조호가 번갈아 손님을 태우고 이익은 3대의 배가 똑같이 나누어 갖습니다. 이익 공동체랄까."

"예전 바다는 좋았지요"

- 선장님도 직접 다이빙을 하시나요? 

"예전에 나도 다이빙을 했지요. 서귀포 문섬 작은 한개창 바닷속에 해송을 둘러싼 돌담이 있는데, 그게 내가 쌓았어요(웃음). 예전 바다는 좋았지요. 작은 한개창 바닷속 모래와 암반지역에 다금바리가 많았지요. 이제는 없어요. 범섬에는 배 프로펠러에 걸릴 정도로 모자반과 미역이 크게 자랐어요. 법환 서건도에서 미역도 채취했고. 지금은 감태나 조금 있으려나."

- 법환마을 앞바다의 상황은 어떤가요. 예전과 다른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요? 

"저기 앞, 법환포구 주차장도 바다를 매립해서 만들었어요. 예전 강상주 서귀포시장 때(10~11대 서귀포시장, 1998.7.1.~2006.4.1.) 한치 축제를 하기 위해 매립한 것인데, 그때부터 장어 치어나 '딴비', '아홉토막좁벨레기'라고 부르는 작은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요.

1990년대 초반, 서귀포 신시가지가 들어선 뒤로는 오염된 지하수가 법환 바다로 용출되기 시작했어요. 서귀포시는 신시가지 내 주택의 생활하수 처리를 지하침투식으로 허가했고,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지하수로 흘러들었어요.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들거나 바다에서 용출되어 나오더라구요."

- 신시가지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법환마을에서 나온다구요?

"법환마을은 용천수가 나는 '막숙'으로 유명한데, 옛날이야기지요. 예전에는 법환 용천수를 식수로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지 못해요. 여기는 동가름, 서가름이라고 해서 물 나는 곳이 2곳인데, 동가름물은 남자 목욕탕으로 쓰고, 서가름물은 빨래터로 썼지요. 여름에 남탕에서 샤워하면 시원하기는 한데, 어휴 비누냄새가 여기 법환포구 사무실에 있어도 나요.

'막숙'은 '바닷속 빨래터'라고 예전에 'VJ특공대'에 나오기도 했어요. 이곳에서 물을 떠다가 식수로 하고 배추도 절였는데 지금은 안되죠. 제주 서쪽의 한경면 고산은 양돈장이 많아 거기 용출수도 마실 수 없다고 해요.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중산간 골프장을 보세요. 지하수 펑펑 쓰면서 오염시키지, 세금도 못 걷고. "

"요즘은 소라에도 플라스틱 고무가 있다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달라붙는 갯녹음이 진행중인 법환포구 앞 조간대 갯바위 ⓒ녹색연합 사진출처=오마이뉴스
석회조류가 하얗게 달라붙는 갯녹음이 진행중인 법환포구 앞 조간대 갯바위 ⓒ녹색연합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녹색연합이 제주 바다의 갯녹음 현상을 조사했는데, 법환마을도 심각하더라구요. 그게 신시가지 건설의 영향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지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오분자기가 있어 떼어먹곤 했어요. 그런데 눈을 씻고 봐도 오분자기가 없어요. 요즘은 소라에도 플라스틱 고무가 있다고 하지 않나. 미역은 완전히 싹 사라졌어요.

법환은 태풍의 길목이라서 태풍이 지나가면 바닷속 돌이 잘 뒤집어져요. 해조류가 여기에 착상해 잘 자랐어요. 이제는 바당이 허옇게 변한 게, 이게 백화현상이에요. 제주도에서 백화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 법환일 겁니다."

- 서귀포 신시가지의 생활하수를 방치한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지금도 신시가지 생활하수를 침투식으로 하나요?

"현재는 펌프장에서 생활하수를 끌어올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있어요. 아마도 서귀포 구도심의 생활하수는 보목하수처리장으로, 서귀포 신시가지 생활하수는 예례하수처리장으로 가고 있어요."

- 범섬은 문섬과 함께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인데요. 보호구역으로 지정됨으로써 받는 법환마을의 혜택, 혹은 불이익이 있는지요?

"혜택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문화재이기 때문에 낚시꾼 입도 통제를 할까 걱정이지요. 왜냐면, 낚시객과 다이버는 우리들 밥벌이인데 다 굶어 죽게 생겼어요. 나는 범섬을 개방하면 오히려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흑비둘기도 보고 아열대 식물도 보면서, 좋잖아요.

1970년대에 부친과 나는 범섬에 며칠씩 살기도 했어요. 소풍을 갔지요. 범섬은 물도 나와요. 예전에는 사람이 살던 초가집도 있었구요. 범섬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도 두 곳 있는데, 동쪽이 정의질(길)이고 서쪽이 대정질이에요.

문화재청이 법환마을을 지원한다면, 법환포구에서 범섬과 외돌개를 오가는 관광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멋있는 범섬을 한 바퀴 돌고 외돌개에 내려주면 올레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어 다시 법환포구로 오면 돼요.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겠지요."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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