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0) 코로나 확산에 따른 휴식권 보장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몇 달간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도민 5명 중 1명은 확진자 혹은 완치자가 되었다. 예전에는 지인이 확진자의 동선과 겹쳤다는 소식만 들어도 긴장하며 안부를 물었지만, 이제는 지인이 확진되었다고 해도 몸조리 잘하고 보자는 정도의 가벼운 안부인사로 그치는 상황이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확진자의 공백에 따른 인력부족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교대로 근무하는 사업장에서는 다음 교대자의 갑작스런 공백이 발생하고, 제조업·학교 급식실 등 제한된 노동조건에 놓인 사업장의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노동강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진단검사를 망설이거나 확진이 되더라도 치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고, 확진시 충분한 휴식과 치료가 있어야 혹시 모를 후유증 발생에도 대비할 수 있다. 만약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어떠한 휴가제도의 적용을 받게 될까?

먼저 사업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휴가제도가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1급 감염병 발생 시 사업주의 협조의무를 두고 있다. 사업주는 소속 노동자가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연차휴가 이외에‘유급휴가’를 부여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사업주에 고용된 노동자인 상황에서 사업장의 협조 없이는 치료와 격리조치가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마련된 규정이지만 사업장에서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권고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정부는 사업주가 소속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시행하는 경우 비용을 지원하여 강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예산소진을 이유로 정부 지원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기존 1일 최대 13만원에서 1일 최대 4만 5천원으로 감소되어 최저임금수준도 되지 않게 되었다. 예기치 않은 지원금 삭감으로 인해 사업장의 유급휴가가 위축될 위기에 있다.

정부에서 지원금을 삭감한 후, 쿠팡에서 직원 코로나19 확진시 지급했던 유급휴가를 무급화 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3월 중순, 정부에서 쿠팡과 같은 대기업·중견기업에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쿠팡 경영진이 내부지침을 변경하여 유급휴가를 무급화 한 것이다. 정부의 고무줄 정책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그 어느 기업보다 이익을 본 곳이 쿠팡 아니던가. 연일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쿠팡의 무급휴가 발표는 현재 코로나19로 이익을 독식하는 자본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쿠팡의 사례와 같이 사업장내 취업규칙, 지침 등으로 유급휴가를 운영해 온 사업장에서 일방적으로 무급화 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소속 노동자의 사전 동의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다. 연차유급휴가는 연단위로 부여되는 휴가로 노동자가 시기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노동자가 시기지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부규정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입원과 격리에 대하여 개인 연차를 소진하게끔 한다거나 사업주의 지시로 연차를 사용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연차 사용 강요가 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번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휴가를 연차유급휴가로 사용할지 여부는 상황에 따른 당사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더욱 문제는 연차유급휴가가 의무화 되어 있지 않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제도가 애초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3월 16일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유급휴가지원금이 1일 최대 7만 3천원을 유지했다. 2022년 최저임금에 따른 하루 8시간 수당을 반영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삭감된 상황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유급휴가 여부가 전적으로 사업주의 부담이 된 상황이 되었다. 노동자 역시 무급휴가에 대한 부담을 갖고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충분한 휴식과 치료제도가 부재한 상황은 코로나19 발생 확인을 늦춰지게 하고, 이는 또 다른 감염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되는 경우 그 증상의 정도나 후유증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국민의 쉴 권리를 보장함에 있어서 차이를 두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나 제주도의 경우 노동자 4명중 1명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장 상황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휴식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부담을 개인사업주나 노동자에게 지우지 않고 도민들이 온전한 휴식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제주도 차원에서라도 행정적인 조치가 우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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