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미래연구원 등 5개 단체 “국립수목원이 생물주권 포기” 발끈…산림청장에 진상조사 촉구

국립수목원의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 연구로 촉발된 제주 왕벚나무 자생지 논란이 급기야 한·일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생물주권’ 문제로까지 확전되며 국가 차원의 종합적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제주와미래연구원, (사)제주환경문화원, (사)서귀포문화사업회,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생태사진연구회는 12일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논란이 된 국립수목원의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 연구와 관련해 “산림청장은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포기한 국립수목원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 데는 지난 6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을 지낸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이 “국립수목원이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폄훼하며 한국 고유 식물인 왕벚나무의 생물주권을 포기하고,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한 기자회견이 발단이 됐다.

김 소장의 주장은 지난 2018년 9월 국립수목원이 발표한 ‘세계 최초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이라는 보도자료 내용 중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는 기원이 다르고 종도 다르다’고 되어 있는데, 이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허위 발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5개 단체는 “제주가 왕벚나무 원산지임을 부정하고, 일본의 왕벚나무로 인정한 것으로, 왕벚나무 생물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규정한 뒤 “이는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한편 제주도민과 국민의 자존감을 흔드는 것”이라며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들 단체는 국립수목원의 연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먼저 “국립수목원은 한라산에서 발견된 235그루의 자생 왕벚나무 중 단 5그루를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첫째 오류로 국립수목원은 ‘일본왕벚나무’라는 종이 없음에도 이를 자의적으로 인정해 보도자료 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왕벚나무’를 ‘일본 왕벚나무’라고 명명한 점을 꼽았다.   

또 일본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어디에도 없고, 인위적으로 교잡종을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지만, 한라산 해발 600고지에는 수령이 150년생 이상 된 왕벚나무가 자생하는 점을 들어, “재배종인 왕벚나무와 유전형이 거의 같다고 해서 ‘일본왕벚나무’라 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2016년 5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사면에서 265년생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발견됐다. 최고령 나무는 높이 15.5m, 밑동 둘레 4m49cm다. 빨간 원이 사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6년 5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 사면에서 265년생 제주 최고령 왕벚나무가 발견됐다. 최고령 나무는 높이 15.5m, 밑동 둘레 4m49cm다. 빨간 원이 사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라산 해발 600고지에 있는 수령 150년 이상 된 왕벚나무는 2015년 4월9일 국립산림과학원, 제주특별자치도, 한국식물분류학회가 공동 참여해 자원화의 기준으로 삼는 ‘기준 어미 나무’로 지정된 벚나무로 ‘제주도 향토유산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5개 단체는 또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 235그루 중 2.1%인 겨우 5그루에 대한 유전체 해독 결과를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일반화한 것 역시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국립수목원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구 방법에는 문제가 없으나 왕벚나무 일부 개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왕벚나무 전체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한 점을 들었다. 아주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라산 왕벚나무를 객관적 증거 없이 ‘일본왕벚나무’로 단정한 오류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왕벚나무 전문가들이 “제주도 한라산에는 다양한 왕벚나무 유전형이 존재하며,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재배하는 왕벚나무와 일치하는 나무도 있고, 그와 다소 이질적인 왕벚나무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라산은 왕벚나무의 유전 다양성이 풍부하게 갖춰진 유일한 곳으로 부실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 없이 국가기관이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은 것은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산림청장을 향해 “즉각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오류가 있었음이 인정될 때는 국립수목원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국립수목원에 대해서는 “왕벚나무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자생식물로 즉각 원상 복구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과 함께 “한라산에서 발견된 자생 왕벚나무 분석대상을 확대해 왕벚나무의 원산지와 유전형 다양성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즉각 다시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제주에서는 1908년 4월12일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하면서 원산지 논란이 촉발됐다. 2016년 5월에는 제주시 봉개동 개오름에서 수령 265년의 왕벚나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수목원은 유전체 분야의 세계적 저널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2018년 9월호에 '유전체로부터 확인한 야생 벚나무류의 잡종화를 통한 왕벚나무의 형성' 논문을 통해 일본 왕벚나무와 제주 왕벚나무의 종(種)이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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