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시절 제2공항 여론조사 왜곡...지역정가 정쟁화 우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제주 제2공항 이슈가 다시 격랑속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제2공항 논란 증폭의 장본인 중 하나가 원 내정자라는 점에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찬반 갈등이 다시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제주 제2공항 추진 여부는 지난해 환경부가 국토부에 최종 반려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국토부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을 실시하면서 사실상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국토부가 수행 중인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는 지난해 7월 20일 환경부에 의해 반려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보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류, 항공소음, 법정보호종, 숨골 등 크게 4개 분야로 반려 사유를 구분하고, 보완이 가능한지, 보완이 불가하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용역진은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중심으로 현장 확인을 거쳐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 용역 결과에 따라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과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6월말께 도출된다.

이미  윤석열 당선인이 수 차례에 걸쳐 '제주 제2공항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던만큼 용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부터 줄기차게 '제2공항 정상 강행'을 요구해 온 원 내정자가 있다.

원 내정자는 제주도지사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7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매우 정치적이고 무책임한 정책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원 내정자는 "제2공항 건설은 도민과 국민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며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판단하고, 최적의 안을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치적 이유로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지사 직을 내려놓고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 [제주의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원 내정자는 "제2공항은 도민들과 관광객 모두에게 안전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최대 역점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며 "제2공항은 현재의 성산입지가 최선인 만큼 계획대로 실천하면 될 일"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와 같이 제2공항 추진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 온 원 내정자가 공항건설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에 지명됨에 따라 제2공항은 한층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원 내정자 스스로가 제2공항과 관련한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뒤집으며 갈등을 부추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3자 공동합의로 제2공항 추진과 관련한 도민갈등을 끝내기 위해 언론사를 통한 여론조사를 2021년 2월 실시했고, 당시 2개 조사기관의 분석 결과 1개 기관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반대 우세', 또 다른 기관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반대 우세'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원 내정자는 양 기관의 합의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자의적·주관적 해석을 곁들이며 사실상 민의를 왜곡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도민 전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도민 조사 부분은 뒤로 슬쩍 빼놓고 찬성 여론이 높은 성산읍 주민 조사부분만 집중 부각시켜 견강부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주로 내려보냈고, 원 내정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채 '제2공항 정상추진' 입장을 회신했다. 일련의 과정은 약 7년째 지역사회에서 이어져 온 제2공항 갈등을 끊어내지 못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차기 정부가 제2공항을 추진하든 철회하든, 결국은 거센 후폭풍에 부딪힐 수 밖에 없게 됐다. 실제 원 내정자의 국토부 장관 입각 소식이 전해진 제주에서는 벌써부처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제주도를 갈등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반목과 분열의 섬으로 전락시킨 자가 국토부 장관이 된다는 것은 곧 국토부가 전국의 국책사업에 있어 국민의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국토부로 하여금 국토와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켜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중앙당 차원에서 "원 후보자의 제주지사 시절 제주 제2공항 등 제주도정에 대한 성과를 보면 전문성, 추진력, 협상력 등을 겸비해야 할 국토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윤석열 정부 밑그림을 그린 원 전 지사는 제주 애정이 남다른 윤석열 당선인의 제주 공약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든든한 구심점과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제주의 백년대계 초석을 다지는 제2공항과 같은 필수불가결의 국책사업 등이 중단되지 않고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를 비롯해 지역의원 선거에서도 지역구 간 유불리에 따라 제2공항 찬반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도민 갈등 봉합에 더 큰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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