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김도요 동행빌리지 원장, “사회 계층짓는 ‘빈곤포르노’...비판적 시각 필수”

“여러분은 아파트에서 장애인을 보신 적이 있나요? 장애인 주차 구역은 보셨을 거예요. 거의 항상 비워져 있지만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주최하고, [제주의소리]와 제주대학교가 공동주관하는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의 1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12일 열렸다.

12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다섯 번째 강의를 진행한 김도요 동행빌리지 원장. ⓒ제주의소리
12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다섯 번째 강의를 진행한 김도요 동행빌리지 원장. ⓒ제주의소리

전남 여수에 위치한 아파트형 장애인 거주시설 동행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도요 원장이 ‘분리와 함께-더불어 사는 세상’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어떻게 발달장애인이 우리 동네에서 돌아 다니냐”, “너무 무섭다”며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데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는 현실을 보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느꼈다고 운을 뗐다.

12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다섯 번째 강의를 진행한 김도요 동행빌리지 원장. ⓒ제주의소리
12일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다섯 번째 강의를 진행한 김도요 동행빌리지 원장.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사람들이 장애인을 의존적이고 연민의 대상 등으로 인식하게 된 데에는 ‘빈곤포르노’의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최대한 불쌍하게, 우울한 표정으로 대역이 연기를 하고 있는 자선단체 모금 광고들을 보여주며 “이런 광고가 나오면 여러분들은 유심히 보시나. 연출된 상황과 인물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미지를 한정시키고,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하는 등 악순환을 유발한다. 결국 미디어의 이미지가 우리 사회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분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프리카의 상황에서는 늘 백인이 ‘구원자’로 등장하는 등 인종차별로 이어지거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구분하게 만들며, 또 다른 해악은 아예 광고를 보지 않게 한다. 우린 빈곤포르노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광고주는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원 대상을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함께 꿈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주는 자선 모금 영상을 제시하며 “‘자선’은 시혜의 대상, 베품의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복지’는 누구나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하는 도움과 미디어에 표현되는 게 자선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제주대학교 아라뮤즈홀에서 2022 JDC 대학생아카데미 1학기 다섯 번째 강연이 진행됐다.

김 원장은 장애인 시설의 정원 축소 정책으로 동백원을 소규모화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를 구해 ‘동행빌리지’를 조성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다수 만났다. 입주하기 전부터 “우리 아파트 산 거 맞아요? 여기 사람 사는 곳이에요.”라거나, “장애인 사는 거 좋은데, 여자 장애인으로 해주세요.”라는 등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부지기수였다.

그는 함께 살지 않았었기에 더 낯설고,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된 장애인의 경험들을 모아, 사회복지사의 시선에서 책 『우리도 아파트에 삽니다』를 저술하기도 했다. 적응의 시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원장은 “처음엔 전동휠체어가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인도를 잇는 경사로 턱이 높아 못 올라갔다. 사회복지사가 늘 출퇴근을 도와야만 이동이 가능했는데, 장애인이 직접 불편함을 건의하고 6개월 후에 경사로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출근길에 보니 택배차를 끄는 분이 경사로를 제일 잘 쓰시더라. 유아차를 끄는 부모와 지팡이 짚은 할머니도 편하게 경사로를 탄다”며 유니버설 디자인이 더 보편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혹자는 ‘왜 함께 살아야 하나’를 생각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Ubuntu(우분투)’라는 인사말이 있는데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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