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석의 칼럼과 에세이사이] (6) 고충석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前 총장

지방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는 제주도 지배구조 문제 등 제주특별법과 관련된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나는 특히 2006년에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과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누구를 위한 잔치였나를 곰곰이 생각할 때이다. 

이제 제주특별법은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초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으로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형태의 지방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음만 먹으면 제주도 수준의 특별법을 언제든지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현행 제주특별법은 더는 특별한 것이 없는 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어찌하여 행정시 전락이 혁신안이었나? 

먼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배구조는 김태환 도정이 주도해서 만든 것이다. 김 도정은 전임 도정인 신구범 지사, 우근민 지사 때 고민했던 특별자치도의 기본골격을 근본적으로 허물어버렸다. 그는 제주도의 미래를 염두에 둔 행정 체제를 개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점진안이니, 혁신안이니 하며 주민투표로 본질을 호도하고 말았다. 그 결과로 지금 형태의 행정시, 읍. 면. 동 체제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고 말았다. 어찌하여 종전의 자치시(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군)를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로 대치한 것이 혁신안인지 나는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북제주군수, 남제주 군수 등을 주민의 직접선거로 뽑았다. 하지만 현행의 행정시장(제주시·서귀포시)은 도지사가 임명함으로써 지사의 권력이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이러한 입법과정으로 이른바 제왕적 제주도지사의 출현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제주특별도지사는 우리나라 시·도지사 중에서 가장 힘 있는 단체장이 되었다. 과거 시장·군수가 하던 인·허가권도, 도 산하 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권도 다 도지사에게 귀속되었다. 민선 시장·군수가 사라진 마당에 지사의 인허가 행위를 행정적으로 견제할 세력도 부재한 상태이다. 그야말로 제주도지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는 제주도 지배구조 문제 등 제주특별법과 관련된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06년에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누구를 위한 잔치였나를 곰곰이 생각할 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는 제주도 지배구조 문제 등 제주특별법과 관련된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될 전망이다. 2006년에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누구를 위한 잔치였나를 곰곰이 생각할 때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거 두 차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도지사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견제하느냐가 선거 쟁점이 되었다. 도지사와 주민간의 권력거리가 너무 멀어서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런 여건에서 제왕적 권위의 출현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시장만큼은 주민 손으로 직접 뽑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행정시장 직선제였다. 이번 선거에서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그 결론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행정시장 직선제 문제를 차제에 확실히 정리하자. 행정시장 직선이 안 된다면 과감하게 기초자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도의원의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도의원들도 이에 대한 입장을 확고히 밝히고 선언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누구도 이 문제만큼은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제주도의 지배구조가 행정시장 직선제로 가든,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귀결되든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도지사는 이에 따른 법·제도적인 조치를 2년 이내에 완료하고 다음 선거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나는 과거 우근민 지사, 원희룡 지사 때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서 행정 체제 개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노력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비협조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만약 그때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했다면 기초자치단체로 복귀하기가 훨씬 쉬었을 것이다. 그간 운영해왔던 행정시를 자치시로 바꾸고 기초의원 수와 도의원 수만 조정하면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이 불발로 끝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의 도의원 정수도 적절한지 점검해 봐야 한다. 특별법 제정 당시, 의원 수가 합리적인 뚜렷한 근거나 도민사회의 합당한 의견수렴절차 등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단지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한 대가로 우도와 추자 선거구를 제외한 과거 시·군의 기초자치단체 선거구를 거의 그대로 승계하였다. 이른바 교환모형의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추자도와 우도 달래기 ‘도서특보’는 꼼수 

이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은 선거구가 아예 없어져 버린 추자와 우도이다. 그 당시 김태환 도정은 우도와 추자의 경우 정주 인구수가 적어서 도의원 티오(TO)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우도와 추자에서 추천한 사람을 도지사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는 도서특별보좌관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용론이 제기되었다. 도서특별보좌관 (줄여서 도서특보)이 지역을 위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이것은 태생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당연한 결과다. 몇 년 전에는, 도서특보 추천과정에 불미스러운 금품거래도 발각되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우도와 추자의 선거구가 없어진 것에 대한 이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 제주도가 꼼수를 부린 것이 도서특보제도의 도입이었다. 특보가 무슨 권위와 권력이 있어서 도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직위에 불과한 기관이다.

우도나 추자는 늘어나는 입도 관광객 수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들이 이만저만 아니다. 추자는 상주인구가 점점 줄고 있고 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우도의 자연환경은 난개발로 무너지고 있고 교통 문제, 쓰레기·하수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도가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다면 사는 사람도,들어가는 사람도, 나오는 사람도 불편하기 때문에 연륙교를 놓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어떻든 한해 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300만에 가깝다. 이렇게 우도가 제주도 지역총생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제주도로부터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도의원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신철주 북제주군수 때 도입한 입도세를 재원으로 한 ‘우도 특별회계제도’도 특별자치도도 출법하면서 폐기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지방자치 시대에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추자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원 지사 때 우도를 탄소 제로(Zero) 섬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재원이 문제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돈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나오시마 같은 섬도 많은 자본이 투자된 결과물이다. 신철주 군수 때 제정한 우도의 특별 회계제도를 부활시키자. 일단 그 기금으로 투자자본을 조금씩이라도 확보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그 기금으로 지상 전깃줄을 지중화하고 보조금을 주어서 우도민 소유의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석면투성이인 지붕을 개량하는 등 여러 재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실적을 기반으로 중앙정부로부터 행·재정적 지원과 민간으로부터의 투자활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 우도는 왜곡된 개발 신화에 밀려 우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최대의 희생 지역이 된 곳이 바로 우도와 추자이다. 이곳을 보기 위해서 제주를 찾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는 데 반하여 이 지역에 대한 행·재정적인 지원은 영 시원치 않다. 오히려 특별자치도 이전만도 못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왜 그런가? 우도와 추자의 상황을 대변해줄 도의원이 없어서 생긴 결과다. 반드시 이 지역에 도의원 티오를 배정해야 한다. 기존의 사무관급인 특보 운영에 드는 비용이면 충분하다. 그 논거는 미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하원은 인구를 대표하지만, 상원은 지역을 대표한다. 지역의 하원수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하원 수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상원의 경우는 모든 주가 꼭 같이 2명이다. 인구수가 많은 뉴욕주나 인구가 적은 아칸소나 다 똑같다. 우도와 추자에 도의원을 배정하는 근거는 정주 인구수 때문이 아니라 미국 상원의 경우처럼 섬이라는 소외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를 위한 입법적인 근거를 특별법에 담으면 될것이다. 다행히 최근 2~ 3명의 도의원이 증원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 정원을 우도와 추자에 우선 배정하면 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우도와 추자 주민들도 분기탱천하여야 한다. 자기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땅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섬은 20세기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21세기에는 주목받는 지역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의 최대 적은 권한을 남용·오용하는 세력

이번 기회에 제주도의회 의원 수와 선거구가 과연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가도 한번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는 명분을 이용해 의원 수도 전국 최고로 늘렸다. 예컨대 인구 90만에 가까운 부천시만 해도 의원 수가 19명(지역구 17명, 비례대표 2명)인데, 제주도는 무려 43명이나 된다.

제주특별자치도로 인해 제주도에만 특별히 자치조직권이 부여되었다. 그 결과 제주도는 중앙의 간섭없이 공무원 수를 마음대로 증원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에서 인구비례로 보면 제주도가 공무원 수가 가장 많다. 제주도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109명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으로 공무원 수가 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5,169명에 불과했던 공무원 수가 최근에는 6,164명으로 늘었다. 무려 1,000명이 넘는다.   

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주민이 가장 적은 제주도와 가장 많은 경기도를 비교해보면 그 격차가 최대 9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계속해서 공무원을 증원하고 있다. 제주도의 1년 예산 중 인건비 등 경상비 총액이 제주도 전체 예산의 25% 내외라고 한다. 사기업으로 보면 이미 파산 선고가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지방정부도 그 운영이 혁신되어야 한다. 특히 시장과 정부간의 기능을 새롭게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민영화, 민간 위탁, 디지털 플랫폼 정부 도입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은 정부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큰 정부가 좋다, 작은 정부가 좋다가 아니라 효율적 정부가 무엇이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부서의 수가 너무 많고 부서의 명칭마저 추상적이라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부서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소위 직업공무원의 꽃이라고 하는 국장 등 고위직 수는 과대 대표되었고 이들의 재직기간은 너무나 짧다. 이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고위직의 위신과 권위가 조직 내에서나 바깥에서나 매우 초라해졌다. 이런 여건 하에서 고위직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특별자치도 출발로 공무원 수와 고위직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두고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무원들에게 잔치상을 차려준 격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경청해야 될 부문이다. 대대적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정부개혁, 이제 시작해야 한다. 이 아젠더가 이번 선거에서 쟁점 사항이 되기를 바란다.

특별자치도 의회는 의정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7개 상임위원회별로 정책 자문위원 3명씩 모두 21명을 두고 있다. 이 수를 이제 43명으로 확대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도의회 정책 자문위원 제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도에만 주어진 파격적인 특혜이다. 우리나라의 다른 자치단체에는 이런 특별한 지원체계가 없다. 선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있어서 국회의원 두 사람당 한 사람의 정책 전문 위원을 두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러나 제주특별도 의회 수준에서 최근 모 의원이 발의한 법안처럼 지방의원 1인당 한 사람씩 정책 자문위원을 두는 지방자치제도는 서유럽 어디에도 없다. 참 후안무치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몰염치는 더 도가 지나치다. 국회가 그러니 지방의회도 그러한 발상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특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1인당 GDP 대비로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무려 두 배에 이르는 세비를 받고 있다. 국비로 최대 7명의 보좌관과 인턴 2명을 쓸 수 있고 이들의 월급 3억9천여만 원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국회의원에게 주는 특권과 특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국회의원 1명을 4년 간 지원하는데 35억 원의 국고금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렇다면 그 자들이 입법 활동도 세계 최고 수준인가? 하나마나 한 질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자문위원을 한 사람씩 도의원들에게 배정하겠다는 입법적 발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도민이 몇이나 될까? 못된 것은 아마 쉽게 따라 배우는 모양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는 명분을 이용해 인구비례 의원 수와 공무원 수를 전국 최고로 늘려 놓았다. 세수의 증감과 관계없이 이렇게 인원을 늘려서 앞으로 지방재정을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지방자치의 가장 무서운 적은 자율을 주었더니 그 권한을 남용·오용하는 세력들이라고 한다. 제주도가 바로 그런 사례의 전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혹평일까? 

고충석은? 

現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7대 제주대학교 총장, 제주국제대학교 초대 총장, 제주발전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제주를 대표하는 원로학자로서 칼럼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조언을 격주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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