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30) 제주지법 형사4-2부, 4.3피해자 20명 재심서 전원 무죄 선고

따스한 봄 햇살이 가득한 4월, 70여년 전 광풍에 휩쓸렸던 제주4.3 피해자 2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1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는 국방경비법 위반과 내란죄 등으로 군사재판에 회부된 4.3 피해자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 이하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3번째 직권재심으로, 이날까지 검찰 직권으로 청구된 4.3 재심으로 3차례에 걸쳐 총 6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명예가 회복된 20명은 강성협, 강희옥, 강우제, 이문팽, 고상수, 고창두, 오형운, 송재수, 문종길, 문순조, 홍순표, 정만종, 김형남, 송창대, 김형수, 양성찬, 양달천, 김윤식, 오기하, 전병부씨다. 이들은 전원 고인이다. 

14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 나머지 6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4.3 당시 성명불상의 남로당과 공모해 무력을 행사하는 등 폭동에 가담하거나 무장대원 은닉·보호했다는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전 재심처럼 재판부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있느냐고 묻자 검찰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목이 멘 합동수행단 변진환 검사는 “4.3 당시 제주 인구의 1/10에 달하는 2만5000명~3만명에 달하는 도민이 희생됐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수십년의 통한의 세워을 보냈다. 직권재심으로 위법하고 부당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천천히 말했다. 

4.3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김정은 변호사는 70여년 전 피고인 20명의 상황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무죄 선고를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농사를 짓던 19세 소년이 끌려갔고, 30대 젊은 가장은 순찰을 돌던 군경에 끌려가 소식이 끊겼다. 자수하면 살려준다는 말에 속아 목숨을 부지하려 했던 피해자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뗄감하러 나오라는 군경의 말을 들을 듣고 집 밖을 나선 피해자는 70년 넘게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눈물로 무죄를 요구했다. 

변 검사와 김 변호사의 무죄 구형과 무죄 변론에 법정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의 무죄 요구에 따라 재판부는 “공소사실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구형했다. 범죄의 증명이 없다. 피고인은 각 무죄”라고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4.3 피해자의 유족은 최근 생사를 달리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은 “아버지는 일본에서 돈을 벌어 해방 이후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농사하면서 사시려 했는데, 끌려갔다”며 “어머니가 지난달 25일 10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무죄 판결을 보지도 못하고”라며 눈물을 흘렸다. 유족이 눈물을 참지 못하자 재판부는 “명예회복이 너무 늦었네요”라며 다독였다. 

관련 법상 재심은 피해 당사자와 직계존비속,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직권재심은 검사가 직권으로 청구한 재심을 의미하며, 합동수행단은 올해 2월을 시작으로 총 5차례(각각 20명)에 걸쳐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2530명 중 100명에 대한 재심을 제주지법에 청구했다. 

합동수행단은 4.3 피해자 명예 회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재심 청구 인원을 늘릴 예정이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 

첫 번째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고학남, 강태호, 고명순, 김성원, 홍표열, 김완생, 변기상, 이근숙, 김병로, 고화봉, 신영선, 김응종, 김계반, 김기옥, 박성택, 양자경, 허봉애, 권맹순, 양문화, 양두봉

두 번째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김경곤, 고태원, 백무성, 박홍화, 양덕봉, 신용현, 김기휴, 이경추, 양달효, 오재호, 양두현, 양두영, 강정윤, 박창인, 김용신, 이기훈, 오인평, 오봉호, 김해봉, 변윤선

세 번째 직권재심(2022년 4월19일)
강성협, 강희옥, 강우제, 이문팽, 고상수, 고창두, 오형운, 송재수, 문종길, 문순조, 홍순표, 정만종, 김형남, 송창대, 김형수, 양성찬, 양달천, 김윤식, 오기하, 전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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