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임식 가진 권영철 행정부지사 “사업구상 있으면 도민역량 모아야”

▲ 권영철 행정부지사가 30일 이임식에서 여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권영철 제34대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30일 이임식을 갖고 제주를 떠났다.

권영철 부지사는 1일자로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으로 발령났다. 지난해 4월1일자로 제주도 행정부지사로 임명, 정확히 1년6개월 동안 제주도발전을 위해 일해 왔던 권 부지사는 30일 오전 이임식을 가진 후 기자실을 방문, 이임인사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권 부지사는 “지역경제의 어려움, 태풍 매미로 인한 고통, 정치적 갈등 등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최초의 남북 평화축전, 그리고 ADB총회 등 3대 국제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그리고 다음 본사의 제주유치는 보람된 일이었다”며 지난 1년6개월간의 감회를 털어 놓았다.

“제주도는 한국의 보석”이라고 평가한 권 부지사는 그러나 “혈연,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는 반드시 깨쳐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는 한편, “제주발전을 위한 사업구상이 이뤄지면 도민의 역량을 결집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권영철 부지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 소청심사위원으로 발령 났다. 먼저 소감을 말해 달라.

▲ 이임식을 마치고 제주도청을 떠나는 권영철 부지사

“작년 4월1일자로 발령 났으니 제주에 온지 꼭 1년 6개월이 됐다. 제주에는 지역연고가 전혀 없었다. 친인척도 없었다. 행정경험도 중앙부서, 그것도 내무부가 아닌 과거 총무처에서 쭉 근무해 왔고 (통합된) 행자부에 5년간 밖에 일선 행정근무를 하지 못해 사실 (내려올 때) 걱정도 했다”

-무난하게 부지사직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을 갖고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니 큰 어려움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려웠던 점은 지역사정을 몰라, 사람을 많이 알아야 대화도 하는데 사람을 알 수 없었다는 게 애로사항이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언론도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특히 우근민 도지사 궐위 시 한 달반 많이 도와줘 고맙다. 그 당시 언론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제주도정은 표류했을 것이다. 제주에서 1년 반 동안 경험한 공직생활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으로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살아가겠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작년에 남북평화축전을 하면서 돈이 없었다. 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20억여원을 주기로 했는데 중간에 장관이 바뀌었다. 장관이 바뀌고 나니 행자부에서 원칙대로 돈을 못주겠다고 해서 엄청나게 고생했다. 많은 고생을 했다. 일정은 다가오는데 자원봉사자에게 티셔츠라도 줘야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힘들었다. 홍원영 국장(현 제주시 부시장)이 엄청 고생을 했다. 돈이 없었지만 그래도 행사는 잘 치렀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많은 일들이 벌여졌다.  힘들지 않았는가.
“UNEP, PATA총회, ADB 총회 등 3대 국제행사가 한 달에 한 번씩 연이어 열렸다. APEC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성공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 화중에 우근민 지사가 그렇게 됐다. ADB 총회를 지사가 없는 상태에서 치르게 돼 재경부에서 실패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잘 끝나게 돼 자랑스럽다‘
통합복권법 제정도 힘들었다. 현경대 국회의원이 절대적으로 도와줬다. (복권수익금) 800억원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다. 제주에서 신문스크랩 한 것을 들고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을 찾아가 ‘제주사회가 어렵다. 여론이 안 좋다.’고 사정해서 겨우겨우 800억원을 유지시켰다. 지방세 2400억원 중 800억원은 어마어마한 돈이다“

- 부지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은 문정남 농수축산국장이 돌아가신 일이다. 지난해에 감귤유통명령제를 최초로 도입했다. 그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안된다고 했다. 문 국장이 쫓아다니면서 이를 해결하느라 엄청 고생 많이 했다. 감귤유통명령제를 도입하고 나니 감귤 가격도 정착됐다. 그런데 문정남 국장이 (도의회사무처장으로) 가자마자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너무 많은 일을 하다가 맥이 풀어진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웠다”

▲ 강택상 기획관리실장이 권영철 부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제 떠나는 입장에서 제주도가 이것만큼은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 달라.
“제주도를 위한 사업구상이 이뤄지면 한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도민의 결집된 힘이 더 있어야 한다. 아이템이 있으면 도민이 밀어줘야하는데 반대도 일리는 있으나 반대 목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쇼핑아울렛 사업이 대표적이다. 물론 지역경제에 영향을 안 미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끌어안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됐다. 지금은 거의 포기상태이다.  오픈카지노도 마찬가지다. 강원도는 성공했다. 우지사가 도민들의 반대에 두 손을 들었다. 제주도 특별자치도도 마찬가지이다. 계층구조 개편이 안 이뤄지면 중앙정부는 특별자치도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볼 것이다. 다른데 보다 먼저 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제주도가 추진하려는 계층구조 개편에 대해 기대가 크다. 제주도 한번 해보면 기가 막힌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워낙 반대 목소리가 커져 있어 사실 걱정이다. 제주도정이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면 가능성이 있지 않았는지 아쉬움도 있다.”

아쉬움이자 언론인들에게 부탁할 내용도 있다. 제주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우선은 감춰놓고 나중에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의 일인데 제주에서 영장류센터 유치기사가 나올 때마다 (충북) 오창 생명과학연구소는 그 이상의 전략을 짜서 유치활동을 펼친다. 제주에서 영장류 센터를 가져왔다고 하면, 이게 오히려 오창 쪽의 유치활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 왔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도사 사전에 협조요청을 했어야 한다“

- 떠나는 입장인데 제주도정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마디 충고를 해 달라.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힘들었던 점은 학연, 지역, 혈연이 너무 끈끈해 중립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노력은 했지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내가 제주사람이었다면 많은 압력을 받았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어 인사나 발주사업 부탁은 거의 없었다. 이는 편했다. 다른 일들은 혈연이나 지연, 학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현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을 깨치면 제주는 많이 발전했을 것이다”

- 문제점도 있겠지만 부지사께서 보는 제주의 강점은 무엇인가.
“육지에서는 제주를 보석처럼 생각한다. 정말이다. 제주도가 중앙정부에 가서 부탁하면 다른 시도가 얻어오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이 얻어 온다. 그런 쪽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중앙정부의 협조가 쉽다. 중앙정부는 제주도를 보석으로 알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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