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우리가 전쟁을 반대하고, 우리 일상에서 평화를 누려야 할 이유”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휘발유 가격보다 경유 가격이 높아졌다. (휘발유 앞지른 경윳값...제주 주유소 곳곳서 ‘가격 역전’, 제주의소리 2022. 4. 24.) 고유가 시대라는 상황을 여러번 겪어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등유 가격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등유는 1드럼(200리터) 가격이 15만원 정도였던 것이 23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경향신문 2022. 2. 13), 경유나 등유는 주로 서민들이나 제주도에서는 주로 농어민들이 많이 사용한다. 계절이 여름으로 향해가니 난방비에 대한 부담이 많이 없지만, 시설을 운용하거나 어선을 운항해야 하는 입장에서 생산비용은 크게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2년 3월 소비자 물가 동향 발표에서도 장기가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석유류, 가공식품, 내구재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또, 개인서비스도 최근 외식품목의 확산 추이 등을 볼 때 마찬가지로 오름세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이라고 발표했다. 

전세계는 몇 번의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그것이 어떻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현재의 기름값과 서민들의 삶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이러한 물가의 상승은 사람들의 삶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심지어 그러한 물가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상황을 해결하는 힘이 하나의 국가에 부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훨씬 깊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의 포화가 보이거나, 총성이 들리지는 않지만 전쟁은 이미 우리 모두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불리한 전쟁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전세계의 나라들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을 지지하라고 하거나, 자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온갖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역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세력들과 그들의 동맹국들은 갖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미 자유무역주의를 통해 구성된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 구조에 심각한 장애요소들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미 전세계는 강대국, 약소국 가릴 것 없이 거대한 체인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 체인망이 어느 한 정치세력에 의해 공격 당했을 때, 그 피해는 공격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체인망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한 지역의 국소적인 전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쟁이 되었고, 우리 모두 좋든 싫든 간에 전쟁의 이해관계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전쟁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딱 한 부류만 빼고 말이다. 군사 무기를 팔아먹는 부류만 빼고 말이다. 온갖 첨단 기능으로 진화한 전쟁무기는 그 가격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그러한 무기는 상대방도 가지고 있다. 전쟁이 일방적이라고 전쟁기업들은 크게 이득이 없다. 전쟁이 혼전 상황이 되고 서로서로 상대방의 무기를 많이 파괴해야 이득이 된다. 더많은 전쟁무기의 수요는 전쟁의 판이 커질수록 더 커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 단순히 민간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군인들의 목숨도 더 많이 사라진다. 

우리가 어떠한 전쟁이라도 반대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전쟁은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 우리가 전장에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전쟁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사람답게 사는 삶을 훼손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의 실현을 방해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마리우폴 전투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왜 이곳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고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를 곧바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는 비슷한 처지일 수 있다. 우선 동서세력의 가운데 위치한 국가로서 자국의 정치적 상황이 국제적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 상황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는 우크라이나의 한 도시의 지정학적 위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리우폴은 항구도시로서 흑해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육상으로 연결하거나 해상으로부터 보급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군사적 거점이 된다. 러시아가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마리우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온갖 잔인한 전술을 펼치고, 민간인들의 탈출 통로도 막는 등의 만행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와 군사전략적 의미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 군사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유사시 그 지역의 모든 사람들의 삶은 바로 전쟁무기의 목표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진=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홈페이지.

위 지도는 현재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홈페이지에서 제주해군기지의 비번이라며 소개한 사진이다. 이 비전 사진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살펴본다면, 2차 세계대전 말미에 지옥과 같은 삶을 겪었던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끔찍한 비전이 아닐 수 없다. 유사시에 전쟁이 난다면 제주는 상대국으로부터 핵심적인 폭격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기에 다시 방어시설로 공군기지를 만들자고 한다. 괌은 그렇게 섬의 삼분의 일이 군사기지화 되어 버렸다. 원주민들의 권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내쫓고 거기에 거대한 군사시설로 채워버렸다.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하다면 그것을 군사전략적 의미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평화적 전략 행동의 거점이라는 의미로 파악될 필요가 있다. 전쟁이 나면 전쟁 무기의 목표 지점이 아닌 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대화의 공간으로 설정해야 모두가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강력한 군사기지가 된다면,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제주도는 초토화가 된다. 방어시설이 잘 갖춰진 군사시설만이 최종적으로 생존할 지도 모른다. 

사진=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홈페이지.

두 번째로 우리가 전쟁을 반대해야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영구히 평화롭게 하고 평화에 기여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언제든 전쟁에 의해 파괴되는 운명이 아닌 적극적으로 평화체제에 기여하는 기반으로서 제주도를 상상해야 한다. 어찌보면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우리는 평화권의 실현을 책무를 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 제주의소리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그렇게 일상의 평화를 구축함으로서 세계평화의 핵심지로서 온전한 평화의 섬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러 도지사 후보들이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에게 제주도의 평화 비전을 묻는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제주도와 제주도의 평화란 무엇인가?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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