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4) 중앙권력 눈치 보지 않는 제주 정치인 나와야

일본 오키나와의 인구는 일본 전체 인구의 1%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2020년 기준으로 일본 인구가 1억2500만명 정도였는데, 오키나와 인구는 145만명 정도였다. 

제주의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니, 오키나와와 제주는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다면 오키나와의 정치와 제주의 정치를 비교하면 어떨까? 물론 역사, 경제, 사회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앙정치와 지역정치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가 발견된다. 

일본의 중앙정치에서는 거대여당인 자민당의 일당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지리멸렬하다. 그런데 오키나와의 정치에서는 자민당이 오히려 야당이다. 최근 오키나와현의 지사들은 자민당과 일본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2018년 8월 지사 재임 중 숨진 ‘오나가 다케시’ 전 지사는 일본 중앙정부가 오키나와현 헤노코에 추진중인 미군기지에 반대해 왔다.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군 비행장을 헤노코로 옮기는 것에 반대하고 기지를 폐쇄할 것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오나가 다케시’ 전 지사는 단순히 정치인 개인이 아니라 ‘올 오키나와(Al Okinawa)’로 불리는 정당과 단체 등으로 구성된 미군기지 반대운동 조직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2018년 9월 보궐선거를 통해 오키나와현 지사에 당선된 다마키 데니 현 지사 역시 같은 입장이다. 다나카데니 현 지사는 ‘오나가 다케시’ 지사의 뜻을 잇겠다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2018년 지사 선거 당시 자민당은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다마키 데니 지사는 2021년 11월 25일 비행장 이전을 위한 일본정부의 지반보강공사 신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일본 방위성이 신청한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런 오키나와의 사례는 인구 1%가 조금 넘는 지역의 정치가 중앙정부에 맞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것을 위해 지역 차원의 광범위한 연대가 결성된 점도 특징적이다. 

흔히 제주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가 3명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중 1%라는 등 제주가 가진 영향력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1%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1%의 한계’ 운운하면서 중앙의 눈치를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제주의소리
흔히 제주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가 3명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중 1%라는 등 제주가 가진 영향력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1%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1%의 한계’ 운운하면서 중앙의 눈치를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제주의소리

흔히 제주에 대해 ‘1%’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1%인 제주가 가진 힘의 한계, 영향력의 한계를 얘기할 때 1%가 자주 거론된다. 제주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가 3명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중 1%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언급된다.

물론 1%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1%라고 해서 중앙에 의존하고 중앙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0.73%의 차이로 대통령도 결정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1%의 자존감을 세우고, 1%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1%의 한계’ 운운하면서 중앙의 눈치를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당당하게 제주의 목소리를 내는 도지사가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1%든 5%든 지금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면, 모두 ‘영향력의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1%가 다른 5%들과 연대하여 지방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들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그리고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중앙권력의 눈치나 보고 중앙권력과의 연줄이나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후보자는 없기를 바란다. 

1%든 5%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자치의 기본정신이다. 

당당한 1%가 필요하다.

# 하승수 변호사는?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