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멍 쉬멍](15) 제주시 영평동 보리밭

‘보멍 쉬멍’은 ‘멍때리기’에 딱 좋은 영상코너다.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지난 2001년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했다. 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modenetwork ; DMN)’라고 명명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제주의소리]가 긴긴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점차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쉼과 느림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멍때리기’에 딱 좋은 휴양·치유의 웰니스(Wellness) 영상콘텐츠를 소개한다. 자연과 일상이 선물해 주는 백색소음(ASMR)도 함께 만끽해보시라. 어느새 저 속에서 ‘내가’ 넋놓고 멍때리고 있으리라. [편집자 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놓인 어느 형제의 우애와 갈등을 묘사한 비극의 서사시. 영국 출신의 명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다. 영화 전편을 수놓는 푸른 초원, 북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쉴새없이 일렁이는 보리밭. 그 흐트러짐은 역설적이게도 슬프도록 강인하다. 형제의 비극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묻힌 지 오래다. 허나, 쓰러진 보리는 죽지 않고 피고 또 자란다. 역사는 그처럼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흐트러진 사월, 푸른 거웃 위를 지나는 시퍼런 바람이 밭을 흔들어 깨우며 말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지독한 투쟁을 기억하라고. / 글 = 김봉현 기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