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15) rational ‘이성적인, 합리적인’

ra·tion·al [rǽʃənl] ɑ. 이성적인, 합리적인
이성적인 생각이 몬딱은 아니주
(이성적인 생각만이 전부가 아니다)

rational에서의 라틴어근 ratio는 ‘따지다’의 뜻을 갖는데, 여기서의 ‘따지다’는 ‘세다(=count)’, ‘계산하다(=calculate)’, ‘추론하다(=reason)’ 등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이 ratio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rate ‘비율’, ration ‘정액(定額)’, rationality ‘합리성’, aberration ‘착오(錯誤)’ 등이 있다. 

고대 로마인들(the old Romans)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늘 비교분석(comparison analysis)을 중시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는 그것들이 갖는 여러 가지 면을 따져보면서 더 나은 것을 선택했는데, 금(gold)을 고를 때에도 무게(weight)를 달아 비싼(high price) 금인지 저렴한(low price) 금인지를 구별했다. 그리고 이렇게 머리로 따져보는 행위를 인간(human beings)만이 한다고 하여 인간을 ‘이성적 동물(rational animal)’이라 했고, 그때부터 그 ‘이성(reason)’이 서구적 사고(Western thinking)의 근간(basis)이 되었던 것이다.

어떤 서양선교사가 멀리 떨어진 산속의 절(Buddist temple)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한참 시골길(country road)을 걸어가다가 농가에 들러 길을 물어보게 되었다. “그 절까지는 여기서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농부가 대답하였다. “초행길(first trip)이면 30리 정도이고, 가본 적이 있으면 20리 정도 될 겁니다.” 이런 표현을 접해보지 못한 서양인들은 십중팔구(nine times out of ten) 농부의 대답이 이상하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익숙한(familiar) 이성적인 답변(response)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거리여도 이성적으로 계산된 거리가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거리는 다를 수 있다. 이성적, 합리적 사고는 무엇보다 획일성(uniformity)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같은 거리여도 이성적으로 계산된 거리와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거리는 다를 수 있다. 이성적, 합리적 사고는 무엇보다 획일성(uniformity)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문제는, 그러한 농부의 답변이 머리로만 계산하여(calculating in one’s head) 옳고 그름을 해결하는 이성적 관점에서는 망상 같은 것(delusion or something)으로 보여도 그 또한 우리가 감성으로 느끼는, 있는 그대로의 실제(a reality as it is)라는 점이다. 같은 거리(distance)라고 하더라도 이성적으로 계산된 거리가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거리(what you feel with your skin)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overlook)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notwithstanding) 우리는 지금껏 서구적 사고에 사로잡혀 이성적, 합리적 사고만을 절대시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이성적, 합리적 사고는 무엇보다 획일성(uniformity)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실례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려는(making the most profit at the lowest cost) 이성적 사고는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차이성(difference)을 무시하고 일정한 패턴만을 획일적으로 요구하게 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모양의 도시화(urbanization)가 이루어지고 있고, 같은 디자인의 양복이나 상품이 유행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획일화의 산물(a product of uniformity)인 것이다. 이제, 하나의 가치관(values)이나 하나의 생각이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획일주의는 지양되어야 한다. 조건과 환경에 따른 서로 다른 원리(principles)와 이론들(theories)이 제 나름대로 자라날 수 있는 다원주의(pluralism)가 21세기 새로운 문명(civilization)의 바탕(foundation)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the lord of creation)’이라 생각하며 오만(arrogance)했고, 인간만이 이성적 사고를 한다면서 이기적인(selfish) 인간중심주의(homocentrism)를 내세우며 오만했다. 인간과 자연은 역동적 유기체(dynamic organism)가 되어야 함에도, 인간은 항상 자신이 주인이고 주체인 양 자연을 대하였고 이성적 사고를 앞세워 자연의 생태계(natural ecosystem)를 파괴하여 왔다. 분명히 기억하자. 지금까지처럼(as it always has been) 이성적인 사고가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삶에서 사랑도 낭만(romance)도 문학(literature)도 사라지고 결국엔 삶의 향기(scent of life)마저 모두 말라버릴 것임을.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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