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45) 연이은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으로 얼룩진 제주의 4월

4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물호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고 얼마 되지 않아 13일 민간 동물보호시설인 한림쉼터의 ‘주홍이’가 입과 발이 결박되는 학대 사건에 이어 19일에는 살아있는 푸들을 매장하는 잔혹한 반려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주홍이’ 학대 범인은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내도동 푸들 생매장 사건의 범인은 그의 보호자와 친구로 밝혀졌다. 결박당하고 매장당했던 피해 동물들이 느꼈을 극도의 공포와 고통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거대한 체구를 이용하여 아주 작고 힘없고 무고한 거기다 믿었던 보호자에 의해 벌어진 학대 사건에 몸서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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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도동 생매장 학대 사건에서 구조된 푸들 ‘베리’를 안고 있는 ‘(사)행복이네협회’ 고길자 대표. 사랑스러운 모습과 눈망울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 동물 학대범이 다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 빠른 법 개정이 필요하다. 출처 = (사)행복이네협회. ⓒ제주의소리

제주도만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되던 날 경기도 동탄에 고양이 학대 수사를 받던 20대 청년이 자수하였다. 학대범은 부모와 함께 사는 집, 할머니 집, 일하는 CU편의점 창고, 편의점 위층의 공실 등에서 고양이 100마리 이상을 잔혹하게 학대한 뒤 살해했다.

범행 도구로는 찜기, 톱, 망치, 쇠봉, 버너, 그릴 판, 세제, 우비, 송곳, 라이터, 전기 충격기 등이 사용되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학대 후 살해했다고 한다. 멀쩡한 사체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전국적으로 동물 학대는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으로 동물 학대가 근절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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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어난 내도동 푸들 생매장 학대 사건 범인인 견주와 그의 친구가 자수하였다. 그들은 경찰에서 살아있는 반려동물이 아파서 묻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출처 =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주의소리

지금의 동물보호법은 피해 동물과 피해 동물 가족을 보호하기보다는 동물 학대범에게 관대하다. 물론 하위법령에 명시되었던 동물 학대 금지행위가 모법으로 상향되어 구체화되었고 현행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 학대 행위를 10가지에서 20여 가지로 확대했으며 이에 대한 처벌 조항도 2배 가까이 추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의 최대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017년 개정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됐고, 2020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시 상향됐다. 

그러나 동물 학대 행위자에게서 ‘피학대 동물 압수’와 ‘동물 학대자 소유권 제한’ 법 조항은 관철되지 못하였다. 만약에 동물 학대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 명령 또는 상담, 교육 등의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선고만 가능하다.

동물 학대는 아동학대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응 체계가 전무하고 특히 피해자의 진술 능력 부족과 사후 보호 문제 등이 따라오는 점이 비슷하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보호 조치와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가 정해져 있지만, 동물 학대는 그런 부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푸들 생매장 학대 사건의 학대범은 유죄 판결을 받더라고 다시 비슷한 푸들을 입양하여 돌볼 수 있다. 그들은 여전히 동물을 소유할 수 있다. 형사법적 제재로서 동물 학대 유죄 판결자에 사육금지 처분을 병과할 시 이중 처벌과 기본권 제한 등 법리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도내 5개 동물권 단체로 구성된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21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동물 학대 사건의 엄중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21일 연이어 일어나는 끔찍한 제주도 동물학대 사건의 강력한 수사와 엄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제주도의회 앞에서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동물 학대자에 집행유예, 몇 푼의 벌금이 아닌 동물보호법 최고형으로 엄벌할 것을 촉구한다. ⓒ제주의소리

다른 나라의 경우 어떨까. 미국은 자신의 개를 살해한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고 여자친구의 고양이를 살해한 경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자기 개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경우 징역 3년에 처벌되었다. 호주에서는 새끼 고양이를 벽에 던진 가해자에 징역형과 향후 10년간의 동물사육 금지 처분, 오랜 기간 개를 방치 사육한 피고인에 벌금형과 5년간의 동물사육 금지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캐나다, 영국,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동물 학대 유죄 판결받은 자에게 피해 동물을 몰수하거나 향후 일정 기간 동물 사육 금지처분을 내리고 있다. 

2022년 오늘, 개정된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으로는 ‘주홍이’ 학대 사건과 푸들 ‘베리’의 생매장 사건과 유사한 동물 학대 사건 재발을 막기가 쉽지 않다. 동물보호법이란 이름값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원 판결은 법관에 따라 다른 판결을 하고 있다. 학대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기준이 되는 형량이 있고, 경감 요인들을 반영해서 선고한다. 그런데 기준이 없다면 보통 판례를 따라간다. 비슷한 사건에서 어떤 형량을 선고했는지 따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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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에 발생한 한림쉼터 주홍이 학대 사건에 강력 수사와 엄한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 명 운동을 벌였다. ‘(사)제주동물사랑실천 혼디도랑’에서 경찰 고발을 하였고 조사를 받았다. 현재 범인을 찾고 있다. 출처 =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 ⓒ제주의소리

이번 푸들 생매장 사건의 범인도 여지없이 비슷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 적정한 시기에 자수했고 앞으로 반성문을 제출할 것이고 진심으로 뉘우치듯 사과할 것이다. 그러면     정상 참작하며 초범이라 봐주기로 적당한 벌칙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낙담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유사한 경우는 있지만 같은 사례는 없다. 비슷한 동물 학대 사건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진일보한 변화는 없다. 누구라도 더 이상 폭력적 세상에 협조하지 않길 바란다. 

너무나 약하고, 도망칠 수 없고,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없는 존재를 대상으로 한 폭력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길 바란다. 특히 가해자가 피해 동물의 소유주라면 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전과는 다른 판결을 기대한다.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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