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에 담긴 선인분교-성산초 아이들의 이야기

신간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는 제주 어린이 33명과 권윤덕 작가의 합작품이다. 거문오름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곳에 있는 성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은 그림책 수업에서 몇 달간 관찰하고 발견한 자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색감과 표현으로 일상을 담아냈다. 따뜻한 듯 과감한 그림으로 상상력을 옮겨냈다. 안개가 끼면 거문오름의 신비로움이 내려앉는 곳이 등교길이었고, 학교를 나서면 바로 마을 앞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 놀이터였다.

그림책 수업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주최하고 제주도서관친구들이 주관한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마을 주변의 자연과 생명을 관찰하고 기록한 그림책이 참가자들에게 돌아갔다.

“처음엔 아이들과 20회 정도의 긴 수업을 해본 적도 없었고 아이들이 원하는 게 안나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좀 많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자연을 관찰하게 하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도록 조금만 환기를 해줬더니, 아이들의 표현이 놀라웠어요.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보니 놀랍고 감동해서 속이 울렁울렁할 정도였어요.”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수업 장면. ⓒ박상환
‘세계자연유산마을, 그림책을 품다’ 수업 장면. ⓒ박상환

각자 작품을 소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지만 권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 이대로 아이들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글과 그림들이었다. 다행스레 지역의 자연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 출판사와 연결이 됐고 출판작업이 현실화됐다.

선인분교 15명의 이야기를 한 챕터로, 성산초 18명의 이야기를 또 다른 챕터로 엮어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권 작가가 이어간 관찰일기와 메모들도 함께 실렸다. 아이들의 작품과 애정어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작가가 느낀 놀라움, 아이들이 경험한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의 일상과 상상을 담아낸 이 책 안에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겼다. 일상 속에서 만난 풍경과 아름다움에 상상력을 보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바다의 신과 약속한 이야기, 파란색을 조금만 더 가지고 싶다는 표현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권 작가는 아이들 모두가 창작자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33명 모두에게 선인세를 골고루 나눴다. 작가는 “그림을 그려낸 것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가 한 만큼의 권리를 누린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그린 책이, 저작권자로 자신의 이름을 달고 출판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뿌듯해하고 기뻐했다.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 성장의 경험이 됐다.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에는 우리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이 담겨 있다”며 “이제 아이들이 보고 발견한 세상에 무한한 애정으로 동참하고 싶다”고 전한다.

기후위기를 말하는 시대, 아이들의 글과 그림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다시 되묻고 있다.

권윤덕 작가. ⓒ 권윤덕
권윤덕 작가. ⓒ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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