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상영 직업계고현장실습피해자가족모임 대표 / 故 이민호 군 아버지

2018년 11월 19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이민호 군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닦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11월 19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이민호 군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닦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7년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한 故 이민호 군의 아버지입니다.  

저와 저희 직업계고현장실습피해자가족모임에서는 죽음의 취업 미끼 고등학생 산업체 현장실습 제도 대안인 '고졸 동시 취업 전형 12월 실시'를 6.1지방선거를 맞아 도민과 교육감 후보 등 정치인들에게 호소드립니다. 인문계 학생들이 대입 전형하듯, 직업계고 학생들도 취업 전형을 실시해 주십시오. 

또한 교육감 후보들께서 고등학생들을 위험한 공장에 보내지 않고 현장실습을 정상적인 교육과정안에서 교내(창업 및 전문교과 동아리 활동, 전문가 초빙강의 등) 교외(산업체 체험형(취업캠프, 견학, 체험) 현장실습∙ 우수 교육기관(공동실습소, 폴리텍,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 전문대학 등) 연계교육형 현장실습 실시를 약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업계고현장실습피해자가족모임’(이하 피해자 가족모임)은 故이민호 군의 사망과 관련하여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2018년에 만들어 졌습니다. 구성원들은 2021년 여수 사고 故 홍정운 학생, 2017년 제주 사고 故 이민호 학생, 2017년 전주 사고 故 홍수연 학생, 2015년 군포 사고 故 김동균 학생, 2014년 진천 사고 故 김동준 학생의 부모들입니다.

공장에 고등학생을 보내는 현장실습에 관해 한마디 하자면 절대로 지금과 같은 제도 안에서는 현장실습을 내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안전한 현장실습은 계속해야 한다, 제도개선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얘기를 하는데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대한민국에 안전한 산업현장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산업현장은 노동자 자신이 자기 목숨을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산업현장 안전망 구축 자체가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현장실습 사고가 나면 제도 개선을 해왔고, 매일 같이 뒷북치는 교육부와 노동부 그 안에서 다치거나 죽음으로 가는 직업계고 학생들만 있습니다. 그 예가 2017년 제 아들 민호의 사고입니다. 

사고 이후 2018년 교육부에서는 제도 개선이라고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하고 학습형 현장실습으로 돌렸습니다. 그렇게 1년을 시행하고 취업률이 떨어진다면서 학교와 산업체가 한 목소리로 지금의 제도로는 취업률을 올릴 수 없고, 중소업체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2019년도 1월 달에 교육부 장관이 제도를 개선합니다. 선도 기업 및 참여 기업 확대로 말입니다. 

저도 현재의 이 제도로는 현장실습을 해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2019년에 제도개선도 효과가 없다면서 또다시 더 느슨한 제도를 만들어 5인 미만 업체에 보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2021년 1월에 발표하고 결국 2021년 여수 홍정운 군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작태를 벌였습니다.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그 누구도 이 사고를 책임지는 관계자는 없을 것입니다. 정작 사고가 나면 교육부도 노동부도 서로 책임을 떠밉니다. 모든 학생들의 사고에 그렇게 해왔습니다. 

2021년 여수 홍정운 군의 사고도 민호의 사고와 같이 교육부, 교육청, 학교장 모두 아무런 책임없이 지나갈 것이고 담당 선생님의 징계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이런 제도를 만든 이는 교육부에 앉아서 아무런 책임 없이 무슨 일이 있었냐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집니다. 왜 학생들을 위험한 현장에 보내지 못해서 안달입니까. 

교육청은 학습형 현장실습은 현장에 가서 ‘학습’을 하는 것이지,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것 또한 탁상공론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민호 사고 이후에 대책위와 “고등학생을 노동력으로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선도기업에만 학생을 보내고 참여기업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되면 현장실습의 명목으로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10월부터 현장에 나간 학생의 경우 졸업 후 채용까지 5개월의 시간이 있습니다. 과연 기업에서는 이 5개월의 시간동안 학생들에게 ‘학습’을 시키는 것일까요? 현실은 학습을 빙자한 노동력 제공에 불과합니다.

교육청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지않고 연말에 발표하는 취업률에 집중하니 학생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영 직업계고현장실습피해자가족모임 대표.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취업에 대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 방향은 개선이 먼저가 아니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합니다. 직업계고 학생들을 취업을 빙자하여 현장실습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11월 말일까지 학교 정상수업을 하고, 12월 한 달 동안 취업준비 기간으로 두어 기업과 학생들 간에 만남의 시간을 갖고 취업 박람회처럼 여러 기업체들이 참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시기가 각기 다른 기업체의 채용 시기를 12월로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를 이용하여 학생들 또한 여러 업체에 면접을 보고, 자기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교육부, 교육청와 노동부, 노동부 제주 센터가 손을 잡아 이 사업을 하는 것이 차후에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산재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의 죽음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유가족의 마음입니다. 지금의 제도를 전면 뜯어내지 않으면 죽음의 현장실습을 바꿀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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