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32) 17일 5차 직권재심으로 제주4.3 피해자 20명 명예 회복...누적 100명

70여년전 발생한 제주4.3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 2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20년 넘게 얼굴도 모르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던 며느리는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후에야 자신이 차린 제사상의 주인이 4.3 피해자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자손들에게 4.3을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17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의 5차 직권재심 청구자 2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4.3 피해자 20명 중 13명은 1차(1948년) 군법회의에, 나머지 7명은 2차(1949년) 군법회의에 회부돼 억울하게 옥살이했다. 

변호인은 “20명에는 당시 교사로 일하던 피해자가 있었고, 공무원도 있었다. 또 농사를 짓던 17세 소년도 있었다. 어떤 피해자는 나무를 해야 한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나갔다가 끌려갔다. 피해자들은 간첩 등 활동한 사실이 없는데, 생명을 보호 받아야 할 군경에 끌려갔다”며 무죄를 항변했다. 

1~4차 직권재심과 마찬가지로 합동수행단의 변진환 검사는 재심 청구자 20명의 내란죄와 국방경비법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없으면 혐의 입증이 불가하다. 

검찰의 무죄과 변호인의 무죄 변호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5차까지 이어진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피해자는 100명이다.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전원은 망인이며, 명예가 회복된 고(故) 홍두식의 며느리 윤정희(51)씨는 최근에야 4.3 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충청도가 고향인 윤씨는 28살의 나이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23년 전 제주에 왔다. 

윤씨는 20년 넘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제사상을 차렸다. 제사상에는 사진도 없었고, 어르신들은 무덤도 없다고 얘기했다. 

윤씨가 집안 어르신에게 누구의 제사상이냐고 물어보면 “속숨허라(말하지 말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라 직권재심이 청구되면서 윤씨는 자신이 차렸던 제사상이 4.3 당시 목숨을 잃은 족보상 아버지인 고 홍두식이라는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4.3 당시 농사를 짓던 홍두식은 17살의 나이로 군경에 끌려가 생사를 달리했다. 가족들은 홍두식의 사촌동생인 홍대식의 어린 자녀를 홍두식의 양자로 보냈다. 가족들은 홍두식의 영혼 결혼식도 치렀다. 

어린 시절 홍두식의 양자로 들어간 사람이 바로 윤씨의 남편인 것. 

윤씨는 “시신·무덤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제사상을 20년 넘게 차려 왔다. 4.3특별법 전면 개정에 따른 직권재심이 이어지면서 4.3 피해자의 제사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4.3이 정말 우리의 역사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죄 선고가 이뤄진 이 자리에 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다. 재판부와 합동수행단, 변호사의 진심어린 말 한마디 모두 고맙다. 자손들에게 4.3의 역사적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동수행단은 6차 직권재심부터 청구자를 기존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7차까지 청구된 직권재심 청구자는 총 160명이며, 이날 5차까지 총 10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 

1차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고학남, 강태호, 고명순, 김성원, 홍표열, 김완생, 변기상, 이근숙, 김병로, 고화봉, 신영선, 김응종, 김계반, 김기옥, 박성택, 양자경, 허봉애, 권맹순, 양문화, 양두봉

2차 직권재심(2022년 3월29일)
김경곤, 고태원, 백무성, 박홍화, 양덕봉, 신용현, 김기휴, 이경추, 양달효, 오재호, 양두현, 양두영, 강정윤, 박창인, 김용신, 이기훈, 오인평, 오봉호, 김해봉, 변윤선

3차 직권재심(2022년 4월19일)
강성협, 강희옥, 강우제, 이문팽, 고상수, 고창두, 오형운, 송재수, 문종길, 문순조, 홍순표, 정만종, 김형남, 송창대, 김형수, 양성찬, 양달천, 김윤식, 오기하, 전병부

4차 직권재심(2022년 5월3일)
현상림, 김재추, 강순추, 현동하, 오성옥, 오두옥, 현의종, 문학선, 권승길, 양청심, 김계생, 김상화, 홍기표, 양의석, 김종해, 송두화, 송두언, 김석준, 진승림, 고승협

5차 직권재심(2022년 5월17일)
이근진, 김종우, 현재기, 김계휴, 김석룡, 이공일, 홍두식, 오태해, 오만경, 오만군, 강태양, 강달평, 김원봉, 양태봉, 고태익, 강중만, 강창식, 문철희, 문병희, 양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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