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설문대할망페스티벌 제주돌담 세미나...“실질적인 보존 대책 필요”

 ‘제주돌담의 보전 및 전승방안 세미나’가 17일 오후 2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공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돌담의 보전 및 전승방안 세미나’가 17일 오후 2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공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 대표 경관으로 평가받는 ‘제주돌담’을 보고서 속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이 주최·주관하는 ‘제주돌담의 보전 및 전승방안 세미나’가 17일 오후 2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16회 째를 맞는 ‘설문대할망페스티벌 2022’의 일환이다. 

세미나는 ▲제주돌담의 의미와 관리 방안(발표자 강정효 전 제주민예총 이사장) ▲문정공 지포 김구의 업적과 제주 ‘밭돌담’의 인문학적 가치(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등 주제 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전체 좌장은 정광중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교수가 맡았고 토론자는 고영자 박사, 김지택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의 총 기획을 담당한 강정효는 평소 돌담, 한라산 등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2009년 발간한 ‘제주의 돌담-가치평가와 문화관광자원화 방안’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강정효는 주제 발표에서 제주 돌담의 행정 관리, 문화재 지정, 전승 체계 등 종합적인 보존 대책을 살폈다. 결론은 “이제는 조사, 연구, 용역 단계가 아닌 결과물을 현실화하는 대책이 따라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제주돌담은 간단히 말해 ‘돌로 쌓은 담’이다. 제주에서는 ▲생활터전(올렛담, 울담, 초가의 축담, 댓돌, 샘) ▲생산유적(밭담, 원담, 포구, 잣성) ▲신앙유적(거욱대, 당, 포제단, 산담) ▲방어유적(성담, 봉수, 연대) 등 다양한 목적으로 돌을 쌓았다. 물론 대다수는 농업과 연관된 ‘밭담’이라는 게 강정효의 분석이다.

제주돌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 4월에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강정효는 “돌담은 바람을 이겨냈던 제주 선인들의 지혜와 과학, 거기에 최근에는 경관 관점에서의 아름다움까지 부각되며 세계인들로부터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 영역에서 돌담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밭담을 담당하는 부서는 제주도청의 친환경농업정책과 산하 농업경영팀이다. 팀장을 포함해 3명이 전부인데, 농업 재해나 농작물 재해보험료 등 다른 업무를 함께 담당해 밭담 관리에 전념할 수 없는 구조다. 연구조직인 제주연구원은 한계가 존재한다.

2006년 10월 문화재청이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돌담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려 예고했다. 그러나 재산권 문제에 따른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2015년부터 제주밭담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 넓지 않은 공간에서 진행하다 보니, 맛보기 식으로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 방식으로 돌을 쌓을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수월하게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정효. ⓒ제주의소리
강정효. ⓒ제주의소리

강정효는 자신이 참여한 2009년 ‘제주의 돌담-가치평가와 문화관광자원화 방안’에서 제시된 15가지 실천 과제를 이제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제시된 실천 과제는 ▲경관보전 직불제 확대 ▲돌담전문인 DB구축 ▲석공연합회 조직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이다.

그러면서 “특정지역 해당 농민만이 아닌, 제주도민 전체에게 돌담은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면서 “제주의 돌담에 대한 체계적인 현황 파악, 기록화 사업, 보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주민 불편 최소화하는 지역 찾아 돌담 문화재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밭담축제의 테마·기간·공간 확대 ▲영국 사례 참고해 석공연합회, 전수학교 등 운영 ▲경관보전 직불제도 추진 등을 제시했다.

강정효는 “학술조사 용역이 학자들에게 예산을 만들어주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면 그 결과물을 제시하는 방안을 현실화하는 대책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 이미 그 방법은 제시됐다”고 정책으로서의 실천-확대를 촉구했다.

다른 주제 발표자 김병기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제주 밭담의 인문학적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김병기 교수는 제주에서 밭담 쌓기를 정책적으로 시작한 고려시대 김구 판관을 알리기 위한 소설, 연극, 영화 등 스토리텔링 작업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구 판관의 후손들인 부령 김씨 종친회 회원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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