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주의 선택] (25) 제주시 조천읍 선거구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가 6월1일 치러진다.  5.16 군사쿠데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지방자치가 1991년 6월 부활하면서 자치일꾼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되면서 도의원 정수가 늘고 선거구 조정도 이뤄졌다. 30년간 16만명이 늘었지만 인구 편차가 심해지면서 선거구마다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첫 3월 대선의 여파로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각 도의원 선거구별 민심의 흐름을 알아보고 출마자들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조천읍은 제주를 대표하는 민족 자존의 고장이다. 1919년 3.1만세운동의 영향을 받은 조천만세운동은 제주 민족해방운동사의 모태가 됐다. 지금도 조천읍에는 조천만세동산, 제주항일기념관 등의 유산을 통해 항일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당시 조천만세운동이 번화가였던 제주읍이 아닌 조천리에서 전개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조천 출신 유지들이 중심에 선 이유도 있었지만, 당시 조천읍이 제주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점, 제주 상업의 발달을 주도한 지역이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제주 근현대사에서 조천읍의 위상을 보여준 기록인 셈이다.

조천읍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거문오름을 비롯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이 자리잡은 곳이다. 풍부한 생물다양성으로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곶자왈이 넓게 분포돼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도시 근교 농업시설의 현대화로 감귤과 채소, 원예 생산이 발달했다. 또 넓은 목야지가 분포돼 있어 축산업도 발전됐다.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빼어나다. 관내 함덕해수욕장은 여전히 여름철 도내 12개 해수욕장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이 다녀가는 곳이다. 

과거 조천읍의 인구수 추이는 꾸준했다. 1985년 1만9952명에서 2015년에는 1만9230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제주 동부권역에서는 과거대비인구변화 지표에서 가장 양호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최근 5년 사이에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2019년 2만4670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4월 기준으로는 2만5629명까지 성장했다. 특히 기존에 민가가 형성돼 있는 해안가보다는 지대가 높은 지역의 인구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2016년 12월과 2022년 3월 인구를 비교하면 조천리 4851명에서 5040명으로 3.8%, 함덕리 6677명에서 7281명으로 9%, 북촌리 1412명에서 1502명으로 6.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대흘리는 957명에서 1552명으로 62.1%, 선흘리는 1398명에서 1850명으로 32.3%, 와산리는 528명에서 911명으로 72.5% 가파르게 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시내권과 가까운 조천읍의 지리적 특성과 맞물려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이주민 유입 열풍에 영향을 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던 선흘분교의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나더니 최근 본교 승격까지 한 성과를 이룬 것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통계에서도 조천읍은 2013년까지 1238개였던 사업체 수는 2018년 1873개로 크게 늘었다. 이 또한 이주인구에 의한 음식점·카페·숙박업 등의 업소가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해당 지역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반길만한 일임에 분명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지역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조천읍은 최근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이슈인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두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역이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제주자연체험파크 등의 사업 추진 여부에 있어 기존에 거주하던 지역주민(원주민)들과 새롭게 유입된 정착주민(이주민)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지면서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제 관광지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진 함덕리 일대는 심각한 교통난·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역대 선거를 되돌아보면 1~3회 지방선거까지는 조천읍과 구좌읍, 우도면이 한 선거구로 묶여있었고, 2006년부터 제4회 지방선거부터 단독 선거구로 분류됐다. 

네 차례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2번은 더불어민주당 계열, 2번은 국민의힘 계열에서 승자가 나왔다. 보수여당 소속이었던 손유원 제주도 감사위원장이 해당 지역구에서 재선 의원을 거쳐 부의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다.

이번 6.1지방선거는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현길호 후보와 직전까지 조천읍장을 지냈던 국민의힘 김덕홍 후보간의 맞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현길호 후보는 △동부권역 복합유통시장 설립 추진 △생태관광과 다크투어리즘 활성화를 위한 지역관광협의체 구성 △조천읍 동부지역 민원출장소 설치 △제주농업 역차별 사항개선 및 감귤 가격 안정 방안 마련 △4.3피해보상 관련 갈등요인 해소 대책 마련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덕홍 후보는 △주민이 주도하는 조천읍 발전계획수립 △주민과의 격의없는 소통을 위한 시스템 도입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민원사항에 대한 주민불편 해소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정착주민과 원주민과의 연대감 형성을 위한 정기적 토론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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