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제주의 선택] (26) 서귀포시 대정읍 선거구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지역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가 6월1일 치러진다. 5.16 군사쿠데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지방자치가 1991년 6월 부활하면서 자치일꾼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되면서 도의원 정수가 늘고 선거구 조정도 이뤄졌다. 30년간 16만명이 늘었지만 인구 편차가 심해지면서 선거구마다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첫 3월 대선의 여파로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각 도의원 선거구별 민심의 흐름을 알아보고 출마자들을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대정읍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 태종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태종 16년인 1416년 당시 제주목 대정군이 설치됐는데, 대정 고을의 '한괴현'이라는 이름에서 '한'은 크다는 의미로 큰 대(大)자를 쓰고, '괴'는 조용하고 정숙한 곳이라 해 고요할 정(靜)자를 쓰다가 현재의 '대정(大精)'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는게 정설이다. 

대정읍에는 뛰어난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송악산을 비롯해 국내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의 시초 격인 가파도, 대한민국 최남단인 마라도 등 대표적인 관광지가 자리잡고 있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아졌지만, 전체적인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농경이 발달한 지역이다. 대정읍은 경사가 대체로 완만하고 해발고도 100m 이하의 광활한 농경지가 넓게 분포돼 있어 감귤 재배는 물론 밭농사가 성행하고 있다. 대정 마늘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필연적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급등락은 지역사회의 오랜 숙제다.

국가어항인 모슬포항을 중심으로 한 연근해 어업도 발달했다. 가파도와 마라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의 기착지이기도 하다. 10여개의 녹말 공장이 있고, 소규모의 농가별 목장도 위치했다.

조선 영조 때 쌓은 대정읍성(大靜邑城) 일부가 남아 있고, 8년여 제주 대정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를 기리는 추사관, 2차 세계대전과 일제 침략의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비행장 등 숱한 역사유적지도 집중된 곳이다. 국방부와 줄다리기 중인 알뜨르비행장 활용방안도 이번에 선출될 도의원이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주요 현안이다. 

무엇보다 관내 조성된 제주영어교육도시는 대정읍의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계획된 영어교육도시에는 현재 영어권 국가의 명문사립학교 등 4개의 국제학교가 들어서 있다.

최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는 변화된 지역민심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됐다. 제주 43개 읍면동 중 40개의 읍면동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지만, 대정읍, 성산읍, 표선면 등 단 3곳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산읍과 표선면은 제주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후보지'이거나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결과로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2공항 조속한 추진'을 주요 공약으로 강조한 결과다.

반면, 대정읍의 표심은 누구도 쉽게 재단하지 못했다. 농업 종사자의 비율이 높은 대정읍은 보수정당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선 당시 대정읍은 총 투표인 수 1만911명 중 이재명 4903명(44.9%) 윤석열 5399명(49.4%)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대정읍에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선 이후 유입인구의 비중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대정읍은 대부분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제주영어교육도시로 이주해온 유입인구 표심이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실제 대정읍 지역 전반적으로는 두 대선 후보의 표차가 팽팽하게 나타났지만, 영어교육도시 인근 특정 투표소에서의 '쏠림표'가 전체 판세를 갈랐다.

바닷가에 위치한 상모리·영락리 등에 비해 영어교육도시와 상대적으로 인접한 대정읍제5투표소(보성초등학교)에서 이재명 514표, 윤석열 892표, 대정읍제9투표소(무릉2리제주어교실)에서 이재명 90표, 윤석열 143표, 대정읍제12투표소(구억리 노인복지회관)에서 이재명 161표, 윤석열 234표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인구수 추이를 살펴봐도 영어교육도시의 영향은 적지 않았다. 지난 1985년까지 2만2961명이 살고 있던 대정읍 인구수는 2015년 1만6676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2019년에는 2만1334명까지 늘었고, 2022년 4월 현재 2만2220명까지 증가했다. 이 또한 영어교육도시 조성에 따른 유입 효과가 적잖았다.

기존에 안덕면과 묶여있던 대정읍 선거구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2006년 단독 선거구로 나뉘어졌다. 분구 이래 단 한번도 보수정당이 석권한 기억이 없는 지역이다. 최근까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을 지낸 문대림 전 이사장이 2006년과 2010년 이 선거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재선 의원을 지내며 제9대 의회에서는 의장까지 지냈다.

이후 진보정당 소속으로 농민운동에 헌신해왔던 故 허창옥 의원이 재선 의원을 지냈다. 故 허 의원이 지병으로 별세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대정읍장을 지낸 양병우 의원이 무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다가오는 6.1지방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진다. 현역 의원인 양 후보가 재도전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30대 신인 여성 정치인인 이서윤 후보를, 국민의힘은 마찬가지로 대정읍장을 역임한 이윤명 후보를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이서윤 후보는 △스마트 관광단지 조성 △로컬푸드 매장·스마트스토어 구축 △농산물 산지경매 제도 도입 △양돈악취 문제 해결 △농산물 가공공장 설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윤명 후보는 △근대 문화거리 조성 △모슬포항 인근 활어회 특구 지정 △송악산과 알뜨르비행장 주차장을 잇는 농로 확장 △권역별 맞춤형 주차환경 개선 등이 핵심 공약이다.

양병우 후보는 △대정 마늘, 양파, 감자 등 가격 보장과 인력 대책 마련 △알뜨르비행장 평화대공원 조성 사업 조기 추진 △365일 민관협력의원 개원 △대정읍 복합문화체육센터 건립 △운진항 주차타워 건립 △모슬포 어항 확장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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