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노조 “A사가 협약 체결해놓고 내용 수정 요구” 주장...정상화 불투명

도내 모 레미콘 회사 내부에 세워진 운송 차량. 약 두 달간 이어진 파업이 지난 18일 사측 단체와 노조간 합의에 따라 중단, 공사 현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가 모였으나 일부 회사의 요구로 파업이 유보됐다. ⓒ제주의소리
도내 모 레미콘 회사 내부에 세워진 운송 차량. 약 두 달간 이어진 파업이 지난 18일 사측 단체와 노조간 합의에 따라 중단, 공사 현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가 모였으나 파업 철회가 유보되면서 또다시 파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오랫동안 이어진 레미콘 운송 파업 관련 사업자와 운송기사 간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노조측이 파업 철회를 유보하면서 공사 현장 정상화가 불투명해졌다.

파업 철회 유보는 A레미콘 회사가 협약서 내용에 적힌 ‘계열사 간 차량 이동 금지’ 항목을 적용받지 않도록 자신들은 해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빚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A사는 합의 체결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위임장을 통해 합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으나 합의가 끝난 뒤 A사 소속 노조원에게 해당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제주지역 레미콘 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A레미콘 회사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노조는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과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제주지부가 아홉 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18일 전격 합의한 내용 중 일부를 A레미콘 회사가 수정하라고 요구한 뒤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A사는 협약서 내용 중 ‘레미콘 운송 차량, 계열사 간 차량 이동 금지’ 항목에서 자신들은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계열사 간 차량 이동 금지는 한 회사가 담당하는 공사 현장에 도내 다른 지역 계열사 레미콘 차량을 투입할 수 없게 한 조치다. 예를 들어 제주지부 공사 현장에 서귀포지부 레미콘 차량을 투입할 수 없게 한 것. 

해당 조항은 소규모 회사와 소속 운송기사들의 생존을 보장하고 덤핑 등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항목이다.

제주지역 레미콘 노조는 19일 오전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A레미콘 회사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레미콘 노조는 19일 오전부터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A레미콘 회사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제주의소리

노조는 “A사는 계열사 레미콘을 투입해 돈을 더 벌려고 해당 항목을 빼달라는 것”이라며 “상생을 위해 마련한 내용이고 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다 확인하고 도장 찍었으면서 이제와서 자신들만 빼달라는 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사측이 해당 요구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운송기사에게 물량을 주지 않겠다거나 이후 소속 운송기사들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파업 철회를 유보하고 당분간 파업을 지속할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지난 18일 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돼 오는 20일부터 공사 현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가 모인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 파업이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한 회사 때문에 파업이 연장되면 결국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한 현장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우리는 상생을 위해 일부 항목은 유예도 시켜줬는데 자신들만 살겠다고 그렇게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파업 때문에 도민분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어 미안하고 건설노동자에게 미치는 파장도 걱정된다”며 “A사는 합의 과정에 참여해 합의를 체결한 만큼 운송기사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고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제주의소리]가 통화를 시도했으나 “상부에 보고하고 연락 드리겠다”고 대답한 이후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사측 협동조합과 노조는 유류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대 60%까지 운송 단가를 인상하고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와 토·일요일·공휴일 휴무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