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기념사업위원회, 추도비 철창 행정대집행에 후속 조치 선포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인근에 설치된 제주4.3 학살 주범 박진경 추도비(왼쪽)에 제주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감옥'의 의미로 철창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당시 무고한 양민 학살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박진경 대령(1918~1948). 올해 3월 제주도민들이 박진경 추도비를 감싸는 철장을 설치했고 행정은 철장 철거를 예고한 상황에서, 도민들은 추가 대응을 선포했다.

제주4.3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념적 갈등이 아니라 최소한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을 추도하는 시설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보훈청은 이날 오후 2시 박진경 추도비를 감싼 철장, 일명 ‘역사의 감옥’을 행정대집행으로 철거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제주도 산하기관인 제주보훈청은 추도비 철거, 안내문 제작 등 도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지금의 자리로 박진경 추도비를 일방적으로 이설하면서 갈등을 제공했다”고 원인을 지목했다.

특히 “근본적으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 땅에 다시 기억하라고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것이 제주보훈 행정의 태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박진경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기념사업회는 “제주보훈청은 당초 제주시 소유였던 이 토지의 재산관리권을 이관받는 과정에서 용도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은 ‘베트남전 참전위령탑 이설’를 사유로 제시했을 뿐, 박진경 추도비와 4.3 관련 비석 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피력했다.

이에 “우리는 이제 제주도에 요구한다. 박진경 추도비에 대해 4.3단체들과 역사학자 등이 포함해서 박진경에 대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적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최소한으로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철거 이후 다시 박진경 추도비가 지금 이 자리에 아무런 조치 없이 제주 시내를 내려다보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성명서 전문]

4.3 학살의 주역 박진경 제주 땅에서 더 이상 추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늘 오후 2시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제주보훈청에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이 설치한 소위 박진경 추도비 ‘역사의 감옥’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진행한다. 그동안 제주도의회에서는 박진경 추도비 철거 주장에서부터 추도비 앞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제주도 산하기관인 제주보훈청은 이런 도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지금의 자리로 박진경 추도비를 일방적으로 이설하면서 갈등을 제공했다.

4.3 대학살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박진경 추도비 이설 문제는 비석하나 단순히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박진경 관련해서는 국립 현충원에 비석과 그의 고향인 남해 군민공원에 동상까지 설치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 땅에 다시 기억하라고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것이 제주보훈 행정의 태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박진경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제주보훈청은 국립 호국원 개원과 함께 지장물로 지정된 박진경 추도비 이설 문제와 관련해서 4.3단체는 물론 4.3희생자유족회와의 구체적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특히 제주보훈청은 당초 제주시 소유였던 이 토지의 재산관리권을 이관받는 과정에서 용도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은 <베트남전 참전위령탑 이설>를 사유로 제시했을 뿐, 박진경 추도비와 4.3 관련 비석 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우리는 이제 제주특별자치도에 요구한다. 박진경 추도비에 대해 4.3단체들과 역사학자 등이 포함해서 박진경에 대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적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최소한으로 요청한다.

역사적 단죄의 의미를 담은 이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위는 행정의 잣대다. 하지만 우리는 이념적 갈등이 아니라 최소한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을 추도하는 시설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오늘 철거 이후 다시 박진경 추도비가 지금 이 자리에 아무런 조치 없이 제주 시내를 내려다보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 두는 바이다.

2022년 5월 20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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