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8) 의귀리 –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로컬 웰니스’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제주 남원읍 의귀리 주민들이 운영중인 옷귀마테마타운(왼쪽)과 각종 승마 체험 장면. /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제주 남원읍 의귀리 주민들이 운영중인 옷귀마테마타운(왼쪽)과 각종 승마 체험 장면. /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에 위치한 의귀리는 ‘제주마의 본향(本鄕)’이라 불린다. 

의귀리는 조선시대 전국에서 가장 번창했던 산마장(山馬場)의 중심 마을이었다.

위귀리 사람 김만일은 조선시대 광해군에서 인조 때까지 왜란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조정에 수천 필의 말을 바쳤다. 광해군 12년에 그는 정2품의 오위도총부도총관 겸 지중추부사에 임명됨과 동시에 헌마공신 칭호를 받았다.

또한 인조로부터는 종1품 승정대부를 제수받았다. 후손들까지 합치면 2만필이 넘는 말을 나라에 바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난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준 그에게 영조는 관직뿐만 아니라 비단옷을 하사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때문에 마을 이름이 이후 의귀(衣貴理)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귀한 옷 ‘옷귀’란 의미다. 

지금도 마을 공동목장에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말들이 뛰놀고 옷귀마테마타운에는 방문객이 이어진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이 곳은 도내 유일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승마장이다. 연간 이용객이 2만명에 이른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승마 교육이 진행되고, 편백나무 숲을 말을 타고 가로지르는 것도 의귀리에서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2016년부터 매년 개최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중지됐던 말축제는 올해 다시 시작된다.

매년 의귀리에서 열리는 의귀리말축제.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매년 의귀리에서 열리는 의귀리말축제.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의귀리 주민들이 뜻을 모은 마을의 비전은 ‘문화오일장’. 

의귀리는 본래 오일장이 섰던 곳이다. 남원읍이 과거 서중면으로 불리던 시절 경제와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의귀사거리와 면사무소 일대에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활기가 넘쳤다.

주민들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해서는 외부 방문객들이 찾고, 젊은 주민들도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이끌 힘은 ‘다양한 문화적 활동’에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가능한 곳이면서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있는 마을이 목표다.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취미와 문화생활을 공유하면서 공연과 로컬푸드를 즐길 수 있는 문화오일장 행사를 시범운영했고, 플로깅 방식으로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한 ‘의귀리 쓰레기줍기 스포츠대회’는 올해 처음 개최돼 호응을 얻었다.

마을 안에 있는 사찰 남선사에서는 영화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마을영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민들이 참여해 머리를 맞댄 워크숍에서는 야간 문화프로그램 개발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마을 독립 영화 제작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양인호 의귀리장은 “문화와 여가적인 측면에서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며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닌 의귀리는 귤도 빼놓을 수 없다. 의귀리는 제주 최대의 감귤재배지로 주민의 80% 이상이 감귤재배 농가다. 마을회는 봄에는 감귤꽃 걷기 프로그램, 가을과 겨울에는 감귤 따기 체험과 가공 제품 만들기 체험을 운영할 계획이다.

양인호 의귀리장. ⓒ제주의소리
양인호 의귀리장. ⓒ제주의소리

공동목장도 의귀리가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주민들은 축산인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넓은 초지를 보존하면서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한라산과 오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데 편백나무와 비자나무 숲길이 감싸고 있다.

양인호 이장은 “마을에 산림욕을 할 수 있는 곳도 많고 넓은 초지는 캠핑하기에도 좋다”며 “목장의 활용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승마와 함께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마을이 되기 위해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의귀리는?

서귀포시 남원읍 가운데에 위치한 의귀리는 중산간과 해안 마을 사이에 자리잡아 여러 마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475세대, 1140여명이 살고 있다. 제주에서 감귤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마을이다.

1600년대부터 마을에 관한 기록이 사료에 나타나며 대동여지도에는 현재의 남원읍 지역 중 의귀촌이 유일하게 표기돼 있다. 의귀리는 예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번창한 산마장이 있던 곳이었다. 고려시대부터 제주마가 진상품으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조선시대 이르러 전쟁이 이어지면서 제주마의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헌마공신 김만일은 탁월한 목축 능력으로 의귀에서 교래까지 이어지는 한라산 중턱의 광활한 지대에 목장을 경영했다. 그는 지역민들과 함께 수천필의 말을 키우면서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말을 조정에 제공해 국난 극복에 큰 공헌을 했다. 현재 의귀리에는 김만일 생가 터와 묘역이 남아있고 기념관도 조성돼있다. 

영조가 보답으로 귀한 비단옷을 하사하자 임금으로부터 ‘귀한 옷을 하사받은 마을’로 불리면서 ‘옷귀(衣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3당시 250여명이 사망되거나 행방불명됐고 농토가 황폐화 됐으며 소나 말도 희생되면서 축산업이 초토화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재건이 안된 채 사라져 ‘잃어버린 마을’들도 있다. 당시 아픈 역사의 공간들을 잇는 4.3길이 조성돼있다.

공동목장을 따라 편백나무숲길과 비자나무숲길이 조성돼있다. 휴식의 최적지로 여겨지면서 제주관광공사의 에코파티와 로캉스, 제주관광협회의 팜팜버스 프로그램들이 운영됐다. 의귀리는 생활-음식-힐링을 테마로 하는 ‘로컬 웰니스’를 마을관광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제주 남원읍 의귀리의 마을공동목장.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제주 남원읍 의귀리의 마을공동목장. /사진 제공=의귀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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