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와 자치 이야기] (5) 영국과 달리 정치 다양성 보장하는 스코틀랜드 선거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지만, 도의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제주의 경우에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육지부와는 지방선거제도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육지부에서는 교육의원을 따로 뽑지 않지만, 제주의 경우에는 따로 뽑는다. 그만큼 제주에 사는 유권자들은 교육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예산, 교육과 관련된 조례입법, 교육정책의 제안·견제·감시와 관련해서는 교육의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지부에 비해 훨씬 중요한 도의원 선거

또한 제주의 경우에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기초의원(시·군의원)이 없어졌다. 그래서 도의원이 유일한 지방의원이다. 이 점도 육지부와는 다른 점이다. 달리 표현하면, 제주의 경우에는 도의원 투표가 육지부에 비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육지부의 유권자가 기초지방의원과 광역지방의원을 각각 뽑는 2표가 도의원을 뽑는 1표로 압축되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구 도의원 선거제도가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방식이어서 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불비례 현상이 심하다는 것에 있다. 선거 때마다 특정정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어떤 때는 A당이 이득을 보고, 어떤 때는 B당이 이득을 본다. 물론 A당, B당은 거대양당이다. 소수정당은 늘 손해를 본다. 이것은 도의원 40명 중에 32명을 지역구에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로 뽑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래도 비례대표 8명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것은 제주도만이 아니라 육지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령 부산시의회의 경우 2018년에 민주당이 48% 정도의 정당득표율로 87%의 시의회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2014년에는 새누리당이 58%의 득표율로 95% 의석을 차지했다. 표심이 왜곡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거제도 이론상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가령 어떤 정당이 모든 지역구에서 똑같이 51%의 득표를 하면, 그 정당이 100%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소선거구제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만이라도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논의가 있어 왔다. 국가 차원의 선거제도가 안 바뀌어도 특별자치를 하는 지역의 선거제도부터 먼저 바꾼 사례는 외국에도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의회, 웨일즈의회, 런던광역시의회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선거를 한다. 영국의 국회의원(하원의원) 선거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은 다른 것이다. 

스코틀랜드 의회 전경. 사진=픽사베이.
스코틀랜드 의회 전경. 사진=픽사베이.

제주가 주목할 만한 스코틀랜드

그중에 스코틀랜드의회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스코틀랜드는 1998년 자치권이 확대되면서 스코틀랜드의회 선거를 하게 됐는데,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간의 비례성이 상당히 높은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회 선거는 유권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각각 1표씩 투표하는 1인2표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정당지지율에 맞춰서 총 의석이 배분되도록 하는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73개의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73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전역을 8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로 각각 7명의 비례대표를 뽑는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치면 총 129석이 된다. 

그런데 비례대표 의석배분을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부터 배분해서, 궁극적으로는 정당지지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추가의석배분방식(Additional Member System)이라고 한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소수정당도 권역별로 배분되는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서 정당지지율에 근접하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완벽한 비례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2021년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1명도 없었지만, 비례대표로 8석을 확보했다. 반면에 스코틀랜드의 여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은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서 비례대표로는 2석만 배분받았다.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려는 것이 비례대표라는 제도를 두는 취지라면, 이 방식이 그 취지에 맞는 것이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의회가 필요

위에서 살펴본 스코틀랜드 의회의 선거방식은 지역대표성도 보장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이 배분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영국 국회의원 선거와는 다른 방식을 통해 스코틀랜드는 나름의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성이 보장되고 민의가 고르게 반영되는 의회를 통해서 말이다. 이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선거제도로 치를 수밖에 없는 이번 6.1. 지방선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선거 이후에 벌어질 선거제도 개혁논의에 제주의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들어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교육의원과 도의원 선거(지역구, 비례대표 모두)에 대해 후보와 정당의 공약을 비교하면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하승수 변호사는?

1992년 공인회계사 시험, 1995년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엘리트지만,  정작 그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참여연대 실행위원과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2006년부터 약 4년간 국립 제주대학교 법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으며 시민운동에 매진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도 참여했다.

지금은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와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에서 풀뿌리 지방자치를 향한 [하승수, 제주와 자치이야기]를 매월 한차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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