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㉑ / 제주 서귀포시 서광동리공동목장
마땅한 활용방안·수입원 없어 세금부담만 가중…“공시지가 오르면 어떻게 될지 몰라”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1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1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목장협의체를 통해서 목장 활용을 위한 대안들, 정책적으로 마을목장조합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축산업 환경은 변하고 목장은 활용이 안되면서 초지에서 숲이나 곶자왈로 변하고, 곶자왈이라고 계속 규제로 묶다 보면 목장은 아무 것도 못하게 될 겁니다. 마을목장의 생태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대안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마을공동목장을 방문하면 한 번씩은 꼭 나오는 말이 “활용 대책 마련”, “과도한 규제의 완화”다. 주민들이 목장을 팔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조그만 숨통이라도 터 달라는 요구들이 봇물을 이룬다.

지난 21일 탐나는가치 맵핑 도민체험단이 방문한 서귀포시 서광동리공동목장 역시 목장 활용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일부는 신화역사공원에 팔렸고, 남은 곳은 관리하지 못한 채 방치 중이다. 

그나마 예전에 땅을 팔아 마련한 여유자산이 있어 목장에 부과되는 적지않은 세금을 충당하고 있지만, 점점 오르는 공시지가로 인한 세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면 최후 수단인 ‘매각’이 현실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것.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도민체험단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탐방은 고상봉 서광동리 이장의 안내로 마을목장에 관련된 설명과 이야기를 듣고 목장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서광동리공동목장은 서광서리공동목장조합과 서광동리동공목장조합·서광동리마을회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다.  그것은 마을이 분리되기 전인 일제강점기의 제주 마을공동목장조합 집중 설립 시기인 1934년에 설립인가를 받아 시작됐지만 이후 마을이 동리와 서리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현재 서광동리의 조합원은 103명이다. 

2010년에는 목장용지 가운데 약 66.1헥타르(ha, 20여만 평)가 신화역사공원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매각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해당 용지에는 제주신화월드가 세워졌다.

고상봉 서광동리 이장은 과도한 규제로 목장을 활용할 길이 막혔다며 정책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고상봉 서광동리 이장은 과도한 규제로 목장을 활용할 길이 막혔다며 정책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1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21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고상봉 이장은 “시대가 바뀌면서 축산업이 방목형에서 축사형으로 바뀌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우리 목장도 기능이 쇠퇴하고 초지는 자연히 숲으로 곶자왈로 변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목장지대를 엮어 마을사업을 해보려 해도 곶자왈 개념으로 묶여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실상 우리 목장은 가축을 기르는 목장으로써의 기능이 대부분 약화 됐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나무들이 우후죽순 자라났다. 물론 초지법에 따라 나무들을 제거할 수 있어도 나무 제거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그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목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소를 방목하긴 하는데 주민들 중 1~2명 정도가 소를 이곳에서 방목하고 있다. 방목하지 않는 곳은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점점 곶자왈이 된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올해 제주도에서 곶자왈 때문에 목장 일부를 절대보전지역으로 묶는다고 해 마을 차원에서 이의를 신청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목장 부지를 절대보전지역으로 묶는다는 것은 이 지역에 법정보호수종을 비롯한 제주 특유 천혜의 자연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목장 입장에서는 예전 조상 대대로 일궈온 목장 땅이 한순간에 규제로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도민체험단이 현장을 찾았을 때 마침  목장에 소를 방목 중이던 주민 우태식 씨를 만나 축산업계의 현실적 이야기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우 씨는 “사람도 성질이 사나운 사람과 순한 사람이 있듯이 소들도 성격이 다양하다”라며 “순한 소들은 오래 살기도 하고 새끼도 잘 놓고 한다. 여기 방목한 소들은 대부분 순한 소들이고 성질이 사나운 소들은 축사에서 기른다”고 말했다. 

또 “신기하게 어미가 순하면 태어난 송아지도 순하다. 모전자전이라고 사람도 그렇듯 소들도 핏줄은 못 속여”라면서 “보편적으로 순한 소들이지만 가끔 성질 나쁜 소들도 있는 것”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이 서광동리공동목장 탐방 중 만난 우태식 씨와 대화를 나눴다. 우 씨는 서광동리공동목장에서 소를 방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이 서광동리공동목장 탐방 중 만난 우태식 씨와 대화를 나눴다. 우 씨는 서광리가 고향으로 서광동리공동목장에서 가업을 이어 소를 방목해 키우고 있다. 방목 외에도 축사(우사)도 운영하며 약 100여 두의 소를 키우는 축산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우 씨가 기르는 칡소. 과거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품으로 보냈을 만큼 칡소는 오래된 전통 한우이다.  ⓒ제주의소리
우 씨가 기르는 칡소. 과거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품으로 보냈을 만큼 칡소는 오래된 전통 한우이다.  ⓒ제주의소리

기른 소는 어떻게 되느냐는 참가자 질문에 우 씨는 “제주는 한 달에 한 번씩 우시장이 열린다. 여기에다 내다 판다. 육지는 우시장이 곳곳에서 내내 열리는데 제주는 지역이 작다 보니 한달에 한번만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00여 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는 우 씨는 서광동리공동목장에서 자신의 친형과 함께 유일하게 소를 방목해 기르고 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소가 있어 다들 방목했지만, 이제는 우 씨 형제만 남았다. 마을목장 조합원 자격을 가진 건 친형과 아버지다.

목장과 관련해 매각하자는 요구는 없었냐는 물음에 고 이장은 “없을 수가 없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 일부가 매각하자고 했다”며 “그런데 사실 매각하는 일이 그렇게 쉽겠나”라고 반문했다.

서광동리공동목장의 경우 실제 매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서광동리, 서광서리 각각의 마을회와 조합의 총회를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사실상 매각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JDC에 매각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다.

이어 “목장을 팔아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진 않았지만 있었다. 하지만 담보를 비롯한 문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목장 세금은 마을회 소유 부지는 감면, 목장조합 소유 부지는 그대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동리공동목장에 서 풀을 뜯어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들. 송아지 무리가 한 데 모여 있다. ⓒ제주의소리
서광동리공동목장에 서 풀을 뜯어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들. 송아지 무리가 한 데 모여 있다. ⓒ제주의소리
곶자왈처럼 넝쿨과 나무가 자란 목장 부지. ⓒ제주의소리
곶자왈처럼 넝쿨과 나무가 자란 목장 부지. ⓒ제주의소리

공동목장 세금의 경우 아직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이 있어 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자산이 동난다면 세금을 낼 마땅한 방법이 없다. 목장을 임대하거나 부지를 활용해 수익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목장에 방목하는 사람들에게 소 1마리당 방목 비용을 책정해 받았지만, 소를 기르는 사람도 사라져 가면서 받지 않고 있다. 결국 수입 없이 지출만 하는 상황으로 공시지가가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목장 자력 생존은 불가능해진다. 

고 이장은 “아직 까지는 자산이 좀 있으니까 그걸로 충당하는데 앞으로 계속 공시지가가 올라가고 하면 땅을 팔자는 이야기가 더 나올 수도 있겠다”며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점점 매각을 원하는 목소리의 강도가 세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공동목장 협의체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논의, 대응책을 찾을 수 있어 좋겠다”며 “조례를 만들더라도 개인보다 단체가 나서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목장을 활용하려는데 규제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결국 방치하게 된다. 규제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 정책적으로 좀 반영할 수 있음 좋겠다”며 “다양한 자연 생태계를 위해 예외적인 부분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피력했다. 

서광동리공동목장 가는 길에 마추친 산방산과 안덕, 대정지역 일대 모습. 도내 대부분 마을공동목장은 뛰어난 경관 가치를 지니고 있어 개발 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초 100여 개가 넘었던 공동목장들은 현재 50여 개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된 목장들은 골프장이나 리조트가 됐다. ⓒ제주의소리
서광동리공동목장 가는 길에 마추친 산방산과 안덕, 대정지역 일대 모습. 도내 대부분 마을공동목장은 뛰어난 경관 가치를 지니고 있어 개발 업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초 100여 개가 넘었던 공동목장들은 현재 50여 개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매각된 목장들은 골프장이나 리조트가 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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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소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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