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경유 2000원에 속타는 화물차 기사들...유류비 인상에 화주 가격경쟁까지 이중고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죠. 달릴수록 손해니까 이젠 운행 못 해요”

26일 오전 제주항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기사 고모(42)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도내 화물차들도 멈춰 서고 있다며 화물업계 실태를 전했다.

화물차 운전 경력 14년차인 고씨는 “경유 판매가격이 1리터당 1700원일 때에도 버틸만했다. 순식간에 2000원으로 오르면서 주유소 만땅(가득)에 55만원이나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실제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제주지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1리터당 2073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휘발유는 2042원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 경유는 2002원인 점과 비교하면 제주가 유독 경유 가격 인상 폭이 크다.

고씨는 “운송비는 그대로인데 기름값은 계속 오르니 달릴수록 손해”라며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운행을 아예 중단한 기사도 있다. 화물차가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늘었다”고 말했다.

4년 전 고씨는 4.5톤 윙바디(날개형 덮개) 화물차를 1억1600만원에 구입했다. 5년간 할부로 차 값을 나눠내고 있지만 최근에는 할부금 납부도 어려운 처지다. 월 할부금만 70만원이다.

고씨는 “기름값이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유가연동보조금도 오히려 줄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멈춰서는 화물차가 더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유가연동보조금은 원유가격에 관계없이 유류세 인상과 하락분에 비례해 지급된다. 정부가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면 보조금 지급분도 덩달아 낮아진다.

정부는 최근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을 1리터당 1750원으로 낮췄다. 이에 1리터당 유가보조금이 110원으로 늘었지만 경유 100리터 주유시 할인 효과는 5000원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의 경우 화물운송 업체가 많고 최근에는 일부 화주들이 가격 경쟁까지 유도하면서 화물운송 기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입이 아닌 회사 소속으로 월급을 받는 화물차 운전기사 이모(46)씨는 “기름값이 오르면서 지입차와 월급제 화물차 운전자의 상황도 바뀌었다”며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지입차의 경우 차량 할부금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았다”며 “유류비가 치솟으면서 현재는 저처럼 월급을 받는 운전기사가 차라리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입은 차주가 유상운송행위를 위해 영업용 번호판을 차량에 부착하고 사업자등록도 보유한 경우다. 정식 절차를 밟아 화물차로 물류 운송 경우를 지입 차량이라고 부른다.

이씨는 “화물차 기사는 물론 화주와 업체들도 모두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업계에서는 무조건 버티자는 말을 한다. 실제 살아남기 위해서는 버틸 수밖에 없다”로 토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6월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운송료 인상과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 되면 제주에서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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