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18) deeply-rooted

deeply-rooted [díːpli-ruːtid] ɑ. 깊숙이 뿌리를 내린
뿔리 엇이 어떵 과실이 돌려게
(뿌리 없이 어찌 과실이 달릴 수 있으랴)


deeply-rooted에서 근간(根幹)이 되는 어휘 root “뿌리”는 the root of the matter, the root of all evil 등에서처럼 “근원(根源)”, “근본(根本)” 등의 비유적 의미(metaphorical meaning)를 지닌 명사(noun)로도 쓰이지만, root out evils(나쁜 폐단을 근절하다), War is rooted in economic causes(전쟁은 경제적인 원인에서 일어난다) 등에서처럼 동사(verb)로 훨씬 많이 쓰인다. 결과물(effect)에 해당하는 과실(果實)이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면, 뿌리는 그 과실에 대한 ‘숨은 원인(hidden cause)’이 된다. 땅속에서(under the ground) 나무가 가지(branch)를 뻗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묵묵히(quietly)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30·토트넘)이 23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Premier)리그 득점왕(top scorer)에 올랐다.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의(on a personal basis) 성과여서 한국에서는 이런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말 그대로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유럽인들(Europeans)에게는 2002년 한국 월드컵 4강 진출 이상의 기적(miracle)으로 비칠 것이다. 무릇 그런 기적 뒤에는 그것을 받쳐온 뿌리가 없을 수 없으니, 그의 아버지인 손웅정(61) SON축구아카데미 대표와 1970-8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차범근(70) 선수가 그 뿌리가 아닐까 한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61) SON축구아카데미 대표와 1970-8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차범근(70) 선수가 그 뿌리가 아닐까 한다. 사진=픽사베이.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61) SON축구아카데미 대표와 1970-8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차범근(70) 선수가 그 뿌리가 아닐까 한다. 사진=픽사베이.

그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씨는 부상(injury) 때문에 28세에 프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현대와 일화 등에서 37경기 출전, 7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긴 그는 스스로를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평가한다. 은퇴 후엔(after his retirement)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지도자의 길을 밟는다. 손흥민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드리블(dribble), 리프팅(lifting) 등 철저하게 공을 다루는 기술 위주로 훈련을 시켰는데, 오른발잡이(dextropedal)였던 아들이 왼발도 잘 쓸 수 있도록 양말을 신거나 바지를 입거나 축구화 끈을 묶을 때도 항상 왼쪽부터 하도록(start on the left) 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시절에 아버지의 지도로 지금의 슈팅 기술을 완성했는데, 2011년 여름엔 매일 1000개씩 슛을 했다. 위치를 옮겨 가면서 오른발로 500번, 왼발로 500번씩 때렸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은 왼발 슈팅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고 그로 인해 세계 최고의(the world’s leading) 득점왕에 오르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뿌리로 볼 수 있는 차범근은 2013년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 20세기 아시아 선수 1위로 꼽힐 정도의 축구스타였다. 그는 국가대표 130경기 출장 56골 기록, 한국인 선수 최초의 센추리 클럽 가입, 한국인 남자 축구 선수 중 역대 최다 A매치 득점 기록, 세계 최연소 센추리 클럽 가입(24년 139일) 등의 독보적인 기록(unparalleled record)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서 11년간 총 308경기 출장(당시 외국인 선수 중 역대 2위), 98골(당시 외국인 선수 중 역대 1위)을 기록한 세계적인 선수였다. ‘차붐’으로 불리는 그의 명성(fame)은 지금도 여전한데, 손흥민이 2010년 독일 함부르크SV에서 프로축구를 시작하게 된 데에도 ‘차범근’이란 선구자(pioneer)의 영향이 없었을 리 없다. 그때에도 유럽인들에게는 아시아가 축구의 불모지(barren land)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제2의 차범근을 기대하며 한국출신의 손흥민을 발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깊이 뿌리를 내린 손흥민은 그의 자전적(autobiographical)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에서, 그가 힘든 티를 낼 때마다 아버지는 ‘성공은 선불(advance payment)’이라 말했다고 한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인생을 투자(investment)해야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였다. 또한 그는 “천재성(genius)을 타고나지 못한 나는 24시간을 통째로 축구에 들이부어야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축구 24시간’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싶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final match)에서 뛸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수도승(Buddhist monk)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의 각오(resolution)를 밝히고 있다. 그의 성공신화(success story)는, 가능하면 쉽게 성공을 이루려는 현대인들에게 성공이라는 과실에는 그 뿌리가 있고 수행의 노력이 따라야만 한다는 평범한 진리(ordinary truth)를 다시금 깨우쳐주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그는 다음 달 국내서 브라질 등을 상대로 4번의 A매치(국가대항전)를 치른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