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멀구슬나무(Melia azedarah var. japonica) -멀구슬나무과-

최근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이 완화되면서 올레길이나 오름, 한라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적한 제주의 시골길이나 정겨운 밭담길을 걷다 보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나무가 있는데, 오늘 소개해 드리는 보라색 꽃이 만발한 멀구슬나무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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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는 주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지방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는데 전라도에서는 고랭댕나무, 고롱골나무로 불립니다. 제주에서는 먹쿠실낭, 멀구실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멀구슬나무의 꽃은 연보라색으로 피어나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6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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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의 이름에 관한 유래에 대해서 찾아보니,

▲ 열매가 말똥(멀, 제주에서는 몰)과 닮은 구슬 모양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설,
▲ 제주 방언 머쿠슬낭, 먹쿠슬낭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설,
▲ 염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열매가 구슬 같다고 해서 ‘목구슬나무’ 에서 왔다는 설,
▲ 말을 타고 다닐 때 말의 목에 달린 구슬을 닮아서 ‘말구슬나무’ 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구슬과 연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술이 합착되어 마치 통처럼 되어 있는 멀구슬나무의 꽃. ⓒ제주의소리
수술이 합착되어 마치 통처럼 되어 있는 멀구슬나무의 꽃. ⓒ제주의소리

향기가 있는 멀구슬나무의 꽃은 향료로, 수피와 과실은 약용으로, 목재는 가구재나 공예재로, 나무는 가로수·광장수·공원 조경용 등으로 널리 이용됩니다. 이곳 제주도에서는 옛날에 열매를 옷장에 넣어 방충제로 쓰고, 손·발의 동상에는 멀구슬나무의 뿌리껍질과 줄기 삶은 물을 이용하였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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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구슬나무의 씨에서 추출한 오일은 피부 가려움증, 여드름, 비듬이나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데, 최근에는 이 멀구슬나무를 이용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과피를 제거한 멀구슬나무의 종자. ⓒ제주의소리
과피를 제거한 멀구슬나무의 종자. ⓒ제주의소리

멀구슬나무의 과피를 제거한 후 종자를 현미경으로 담아 본 사진입니다. 크기가 1센티 정도로 작은데 세로로 골이 나 있습니다.

멀구슬나무의 열매는 처음에는 초록색이나 가을에 들어서면 노랗게 익어 갑니다.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에 모양은 둥글거나 약간 타원형이고, 긴 열매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려 겨울을 지나 다음해까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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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멀구슬나무의 씨는 독성이 있어 약으로 쓰는 것 외에는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씨에 독성이 있어서 그런지 이 멀구슬나무의 꽃말이 ‘경계’라고 합니다.

새들도 이 멀구슬나무의 열매의 과즙만 먹고 멀리 날아가 씨를 떨어뜨리면 그 씨가 그 곳에 터를 잡고 잘 자랍니다. 제주도의 밭이나 민가 주변에 이 멀구슬나무가 많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어 멀구슬나무의 꽃들이 떨어진 길 위에서 향기에 취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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