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광주고법, 검찰 항고 주장 요목조목 반박...검찰 재항고 여부 관심

광주고등법원이 제주지방검찰청의 4.3 재심 즉시항고에 대해 결국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항고 철회를 기대했지만, 요지부동에 대한 제주 도민사회와 4.3유족들의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내려진 기각 결정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올해 3월10일 제주지검이 즉시항고한 4.3재심사건 2건에 대한 기각을 27일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청구됐으며, 재심 청구자는 총 13명이다.  

4.3 관련 재심을 전담하는 제주지방법원 형사4부는 관련 기록을 검토한 뒤 올해 3월3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 개시 이후 검찰은 심리가 미진해 절차적 적정성이 부족하고, 법리오해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해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검찰은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갖춰 재심의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항고”라고 설명했지만, 도민사회와 4.3유족들이 검찰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부었다. 

검찰이 이미 국가에 의해 4.3 희생자로 선정된 과정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월권으로, 기존 극우세력들이 4.3 희생자 선정 과정을 끊임없이 폄훼해온 맥락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건은 광주고법으로 넘어갔지만, 2개월 넘게 서면심리 등 관련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으면서 청구자들 법률대리인이 기일지정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기일지정신청은 재판을 빨리 진행해줄 것을 촉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항고 이후 검찰 측은 4.3유족에게 수차례 연락해 항고는 재심에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4.3 유족에게는 “항고 철회를 검토중”이라는 제주지검 관계자 연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실제 4.3 유족 상당수들이 검찰이 항고를 철회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종근 신임 제주지검장은 지난 25일 취임 언론 간담회 자리에서 항고 철회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4.3 재심 사건 항고 철회 계획이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 또 한번 비판을 자초했다. 

결국 제주지검이 공식적으로 항고 철회 계획이 없다고 밝힌 지 이틀만인 27일 고등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제주의소리]가 확보한 기각 결정문에 따르면 광주고법은 검찰의 항고 주장을 요목조목 반박했다.  

광주고법은 “형사소송에서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 절차”라며 “재심 개시 이후 법원은 심판을 진행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소송 절차”라고 밝혔다. 

이어 “전면 개정된 제주4.3특별법은 4.3 희생자에 대한 재심을 폭넓게 허용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4.3특별법에 따른 희생자는 형소법 등이 정한 재심사유 등과 무관하게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희생자인지에 대한 실체적 사유를 심리할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검찰의 항고 이유를 반박했다. 

광주고법은 “피고인(재심 청구자)들은 특별재심을 청구하면서 희생자 결정통지서, 관련 유죄확정 판결문 등을 모두 제출했다. 4.3특별법이 정한 재심 개시 요건이 구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심사자료 회신이 완료되지 않았다거나 심문기일을 열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 법원이 심판 절차를 통해 4.3 희생자인지 등의 실체적 사유를 심리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이상 재심 개시 과정에서 실체적 사유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법리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찰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꼬집었다. 

광주고법은 “기록에 의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요청서가 2021년 12월13일 검사에게 송달됐지만, 재심 개시 결정일인 2022년 3월3일까지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검사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줬음에도 검사가 상당한 기간 의견을 진술하지 않았다. 법원이 검찰의 의견을 듣는 청취의무를 의반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광주고법이 검찰의 4.3 특별재심 사건 항고를 기각하면서 해당 사건은 재심 개시를 결정한 제주지법 형사4부에 배당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이 재항고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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