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보여주기식 정치 넘어 진정한 시민 참여 장 만들어지길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온종일 선거유세 방송 차들이 돌아다니고, 곳곳엔 현수막이 걸려있으며, 문자가 쏟아지던 선거운동이 끝이 났다. 이제 곧 발표될 결과만이 남았다.

선거결과가 나오면 승자와 패자가 나뉘겠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도민의 뜻이자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정당과 정치인들은 일상으로서의 정치를 고민하길 바란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얼굴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들이 거리 곳곳으로 나와 우리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그 정치인 얼굴 보는 것은 지역에서 목소리 좀 내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선거가 끝난 일상에서 정치인은 참 멀게만 느껴지고, 정치가 우리의 일상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정치 무관심이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보여주기식 정치를 넘어 진정한 시민 참여의 장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충분한 숙의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그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시민들도 효능감을 느끼며 정치를 가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제 보여주기식 정치를 넘어 진정한 시민 참여의 장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충분한 숙의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그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시민들도 효능감을 느끼며 정치를 가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짧은 선거기간 내에 자신과 정책을 알리기 위해선 문자, 현수막, 유세차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가 총성 없는 전쟁이라지만, 총성보다 더한 스피커 소리와 총알만큼 쏟아지는 문자는 어쩌면 전쟁보다 더한 것이 선거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런 선거를 막는다면 정치신인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제한되니 기존 현역들과 거대 정당만이 유리한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정치가 틀에 갇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치가 선거 때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이것은 서로에 대한 비하나 공작 등이 아닌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고민할 수 있는 장으로써의 정치일 것이다.

물론 평상시에는 이렇게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불가능하고, 나름 토론회,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들이 펼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이 얼마만큼 잘 열리고 있는가. 그저 형식상 이뤄지는 것은 부지기수고, 몇몇 오피니언 리더들의 장으로 그치는 것이 다반사다.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에 다가가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공론장의 시민들이 더 다가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문제지, 오지 않는다고 시민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각종 위원회를 보더라도 과연 시민들과 소통하는 위원회가 맞나 싶을 때도 많다. 행정에는 수많은 심의 또는 자문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정당들도 주요 의제에 따른 위원회 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위원회 활동을 하는 것 자체도 심사 등을 통해 위촉되는데 얼마나 시민들과 가까울 수 있겠나. 공모라는 이름으로 외부 인사를 찾기도 하지만 결국 대부분은 기존 관행적으로 위원들을 위촉하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렇게 위원이 되더라도 일 년에 한두 차례 심의 또는 자문활동이라도 이뤄지면 다행이고, 그저 직책을 나눠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위원회도 많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정당은 더욱 심각하다. 그저 선거 후보를 위해 위원조차 없는 위원장직을 찍어내듯이 만들고, 단 한 차례 활동조차 없는 위원회들이 넘쳐난다. 그러면서 정당이 무슨 새로운 정치인들을 키우고,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할까.

이번 지방선거로 선출되는 인원은 총 4,125명(국회의원 보궐선거 제외), 이 중 이미 무투표로 경쟁자 없이 당선이 확정된 이가 321곳, 509명으로 전체 인원 중 12.3%나 된다고 한다. 이들은 시민들의 선택 없이 뽑히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공보물조차 볼 기회가 없었다. 

과연 정당들이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람도 키우지 못하고, 그저 자신들의 이권 싸움의 장으로 비치는 것은 괜한 시비가 아닐 것이다.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이제 보여주기식 정치를 넘어 진정한 시민 참여의 장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충분한 숙의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그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시민들도 효능감을 느끼며 정치를 가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만들어지며 정치 또한 빛날 것이다.

선거는 정치의 꽃일 수 있지만, 그 꽃이 정말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저 쓸모없는 장식으로 취급받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 곡식처럼 끊임없이 쓰이고,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길 바라본다. / 강보배 논설위원·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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