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3)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 제주도에 필요한 노동정책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현재 도민들의 일터를 챙겨야 한다. 저임금, 고용 불안의 일자리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사진은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오영훈 후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현재 도민들의 일터를 챙겨야 한다. 저임금, 고용 불안의 일자리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사진은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가 제8회 지방선거에서 당선 인사를 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6.1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당선자가 결정되었다. 도민의 대다수가 자신의 노동으로 일을 하며 먹고사는 노동자, 농민, 서민이다. 지방선거를 마무리하는 시점인 지금, 우리 제주에 필요한 노동정책은 무엇일까? 

오영훈 도지사 당선인은 핵심 공약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화두는 매 선거 시기에 마치 공통 공약과 같이 포함되어 오는 정책이다.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는 공공 부문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을 공약하며 원희룡 전 도지사가 당선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집에 도착한 공보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해낼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하기 힘들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거공약서를 찾아보았다. 

오영훈 도지사 당선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약의 이행 방법으로 현재 9개인 도내 상장기업을 20개 수준으로 육성 및 유치하겠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주에 있는 향토기업을 육성하거나, 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제주지역으로 유치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내용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이야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동안도 도내에 기업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마련하는 정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일자리 정책은 기업을 지원하고 유치하여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수준의 정책에 머물러 있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 지원의 수준을 뛰어 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의 적정한 임금수준, 근로시간, 노동안전 등의 노동환경에 대한 고민이 함께 되어야 한다. 그동안 도민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목 하에 대규모 난개발 사업들이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그 일자리의 고용 형태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임금 수준은 어떠한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인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제주도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향해 가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의 노동 조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검토된 양질의 일자리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2017년 현장 실습생의 사망 사고가 일어난 생수 공장이 제주도가 선정한 향토강소기업이었다는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갖춰지지 않은 현장이 양질의 일자리로 둔갑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현재 도민들의 일터를 챙겨야 한다. 저임금, 고용 불안의 일자리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양질의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국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제주다. 전국 평균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비율이 17.8% 가량인데 제주는 25.6%에 달한다. 제주에서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사람 중 4명 중 1명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임금이나 고용 불안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 놓여있다. 인격적 침해와 부당한 해고에 대하여 대응하기 힘들고, 반복되는 이직과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평가 절하 되고 있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실태 조사 등 지역의 노동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8월부터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 되는데 상시 노동자 2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면 화북공업지역이나 농공단지에 있는 사업장 중 해당되는 곳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가 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가 제도적으로 차별받는 현실에서 그들도 쉴 수 있는 ‘단지 내 공동휴게시설’을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 설치하여 운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차별을 줄여나가야 한다.  

선거 기간 중 오영훈 도지사 당선인은 ‘노동존중 제주’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제주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주도 내에 노동 행정을 주무로 할 수 있는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제주도청에서 노동 정책을 담당하는 곳은 일자리경제통상국 산하의 경제정책과 내의 노동정책팀으로 구성되어있다. 3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제주도 전체의 노동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도정에서 노동 존중 제주를 위해서는 현재 팀 단위로 있는 노동행정팀을 과 혹은 국으로 확대해서 신설할 필요가 있다. 타 지자체의 예를 들면, 경기도는 ‘노동국’(노동정책과/노동권익과/외국인정책과)으로 설치되어있고 서울특별시는 ‘노동·공정·상생정책관’ 인천광역시는 ‘노동정책담당관’ 부산광역시는 ‘민생노동정책관’등을 설치하고 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노동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노동자의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노동 정책을 전담할 수 있도록 행정기구의 개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중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논평을 내면서 제주도 조례상의 ‘근로’로 표현되어 있는 조례를 ‘노동’으로 통일하여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도의원 당선자가 있다. 일제의 잔재이기도 하고, 노동자를 비주체적인 인격으로 표현하는 ‘근로’대신에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노동존중 제주를 위해서는 이러한 일상에서의 언어 사용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공동체 안에서 노동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민이 주거 걱정 없이, 물가 인상 걱정 없이, 육아 걱정 없이,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거를 통해 지방선거 당선인들이 선출되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도민의 삶을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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