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77) 못난 놈이 잘난 체하고, 없는 놈이 있는 체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편집자 글]


* 체허곡 : 체하고, 척하고
* 엇인 놈이: 없는 놈이,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사람 나름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저마다 자기를 자랑하고 내세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것도 정도껏 하면 좋은데 지나치면 정말 눈꼴사납다. 사람이 다 아는 사실까지도 눈 감고 아웅하려 들기 일쑤다. 

‘못 말린다’는 말이 바로 이때 나오는 게 아닐까.

남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 처신인 것을 알 만한 사람이 버젓이 그럴 때는 그 사람의 양식과 교양의 한계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없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남보다 많이 가진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더군다나 한 동네 이웃에 살아 근본을 뻔히 다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부자인 척할 때는 그야말로 얼굴에 철판을 깐 후안무치(厚顔無恥)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막무가내인 게 그 사람의 본성인 걸 어찌할까.

잘난 체, 있는 척하는 사람은 실질적이지 못한 사람,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  사진=픽사베이
잘난 체, 있는 척하는 사람은 실질적이지 못한 사람,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  사진=픽사베이

우스운 것은 그런 없는 자가 장에 가면 큰 떡을 든다고 했다. 제 주머니 가늠은 생각하지 않고 주제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런 제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빈털터리가 부자인 것처럼 행세해 남들에게서 비웃음을 사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 자신을 모르는 처신을 행하는 자를 동정하거나 측은히 여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닌가.

‘못난 놈이 잘난 체허곡, 엇인 놈이 이신 척헌다.’

선인들은 두루뭉수리 하지 않았다. 흑백과 시시비비를 가렸다. 분수에 어긋한 처신을 하는 자를 대놓고 꼬집어 하는 말이다. 좌우 살필 것 없이 내뱉고 있어, 매우 직설적이다.

옛말이라고 한쪽 귀로 흘려 어선 안된다. 잘난 체, 있는 척하는 사람은 실질적이지 못한 사람,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 

다분히 허풍을 떨고 있지 않은가. 대인 관계에도 주의하려니와 아예 그런 자와는 교유하지 않아 좋은 것 아닐까.


# 김길웅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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