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동생 제작 '이재수 실기'...그림 추가하고 가독성 높여 발간

사진=이지유.

제주 미술작가 이지유가 책을 펴냈다. 121년 전 제주 신축항쟁을 이끈 청년 장두 ‘이재수’에 대해 쓴 ‘이재수 실기-야월의 한라산’을 현대적으로 가다듬었다. 출판사는 켈파트프레스.

원서(이재수 실기-야월의 한라산)와 같은 제목인 이 책은, 이재수의 여동생 이순옥이 구술하고 조무빈이 기술한 원서를 현대어로 편역하고 그림을 추가해 제작했다.

‘이재수의 난’, '신축교안'으로도 불린 신축항쟁은 1901년 천주교 세력과 대한제국 황실 사이에서 착취 당한 제주도민들이 무기를 들고 봉기한 사건이다. 그해 5월 무장한 제주도민들(민군)이 제주성을 포위하고 천주교 신자인 같은 도민 300여명을 살해했다. 이후 민군 주모자들은 정부에 의해 사형 당했다. 그 당시 다수 백성들은 막대한 세금 부담을 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천주교 세력의 횡포에도 고초를 겪었다. 

이순옥은 오빠의 억울함을 소명하고자 ‘이재수 실기’를 만들었다. 신축항쟁 당시 이재수와 함께 했던 민군의 입장에서 기록한 책이다. 환경적인 영향으로 직접 기술할 수 없었던 이순옥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각고의 노력 끝에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순옥을 대신해 ‘이재수 실기’를 기술한 조무빈은 일본에서 활동하던 제주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한학자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돼 대정 마을을 중심으로 이순옥의 주변인들에게만 배포되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글의 형식 또한 조무빈이 한학자인 데다 ‘실기’라는 조선 시대의 문학 양식으로 쓰인 관계로 현대어와는 차이가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은 원본의 글에 최소한의 윤색을 해, 원본의 어감을 살리면서도 현대의 우리가 읽고 이해할 수 있게 편역됐다. 주요 사건들에 관한 이지유 작가의 작품 이미지가 같이 배치돼 있다”면서 “당시 사람들의 언어와 세계관을 통해 보는 민란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소개했다.

이지유 작가는 지난해 10월 ‘이재수 실기’ 뿐만 아니라 신축항쟁 과정을 동생 이순옥의 시선에서 바라본 개인전 ‘새의 눈, 벌레의 눈 - 이재수 실기’를 가지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지유는 “이 책이 과거 이 땅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실제 이순옥은 기독교에 입교해 평생 오빠와 그 희생자에 대해 기도했다고 한다. 투쟁과 항쟁의 역사로서 만의 ‘이재수의 난’이 아니라, 속죄와 용서의 서사로서의 ‘이재수의 난’이 그녀의 책과 삶을 통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유 작가는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학교, 서울대학교(서양화·미학)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서양화, 런던 예술대학에서 Fine Art를 전공했다.

2009년 첫 전시 ‘또 다른 기념비들’을 시작으로 장소와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아카이빙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2017년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낯선 전쟁’ 전에 참여한 바 있다.

2019년 재일제주인에 관한 5년 간의 작업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 책 ‘돌아오지 않는 배’를 출간했다.

141쪽, 켈파트프레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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