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당선인들, 분열 갈등 최소화하고 더 나은 제주 미래 기준 마련해야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우여곡절이 많았던 6.1지방선거도 막을 내렸다. 3.9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여소야대 국회로 바뀐 지 얼마 안 되어 치러진 선거여서 도민의 선택이 궁금했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도의 최종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53퍼센트에 불과했고, 거대 양당 체제의 강화로 소수당이 전멸하면서 정치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전체 45명 도의원 가운데 40대 이하가 10명이나 당선되어 제주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제주도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중앙정치권의 역학관계보다는 인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때 무소속 국회의원이 많았던 적도 있고, 최근에는 도지사와 도의회 다수당이 다른 채 꽤 오래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도지사와 도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보궐선거 승리로 국회의원 3석을 모두 유지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새로운 도정은 뜻하는 정책을 원활하게 펼 수 있지만, 반면에 중앙정부와 불협화음도 다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제주도정은 자체적으로 도책사업을 하거나 국책사업을 수용할 경우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제주 미래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도지사와 도의원들께서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4년간 품격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줄 것을 기대한다. ⓒ제주의소리
새로운 제주도정은 자체적으로 도책사업을 하거나 국책사업을 수용할 경우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제주 미래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도지사와 도의원들께서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4년간 품격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줄 것을 기대한다. ⓒ제주의소리

이참에 제주도가 어디로 가야 할지 점검해 보았으면 한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면적, 인구, 경제 규모에서 1퍼센트 남짓하면서 본토와 떨어진 섬이다. 그러다 보니 제주도는 국가정책 사업의 시험장으로 안성맞춤이어서,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 영리병원, 영리학교, 탄소중립 등 여러 정책의 ‘~시범도’가 되었다. 처음 시도하는 정책에는 기대와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제주 사회에는 정부 시책에 잘 따라야 한다는 진영과 여러 문제가 야기되므로 반대해야 한다는 진영 사이에 대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제주에 많은 현안과 해묵은 갈등이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시범도’의 한계는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제주도와 도민은 정책의 주체라기보다 정책의 시험 대상이었다.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도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초기에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성공해도 얼마 없어 그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됨으로써 선두주자로서 이점은 사라진다. 제주도가 유일한 특별자치도였다가,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강원, 부산울산경남, 전북, 경기 등에서도 특별자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제주도정은 자체적으로 도책사업을 하거나 국책사업을 수용할 경우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제주 미래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모든 사업을 선정할 때 반드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도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동안 제주사회가 갈등이 증폭되는 분열된 이유는 그러한 절차가 생략된 채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을 시행하기 때문이었다. 

둘째,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리 본다면 새로운 도정은 지난 10여 년간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가하면서 도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주택부족, 쓰레기와 오폐수문제,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등을 해결하는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셋째, 그 어떤 사업도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지속가능한 것이라야 한다. 제주도는 개발할 수 있는 공간과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용력이 제한된 섬이다. 따라서 모든 사업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의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넷째, 모든 사업은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제주의 정체성과 제주다움을 헤치는 사업은 제주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제 제주도는 양적 성장을 통한 싸구려 관광지가 아니라 누구나 오고 싶고 살고 싶은 품격있는 지역이 돼야 한다. 

다섯째, 급변하는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고려해서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1차산업과 관광, 교육과 일자리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때는 앞으로 현재 진행되거나 곧 닥치게 될 기후위기, 4차산업혁명, 인구감소 및 고령화, 남북관계 변화 등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당락을 떠나 여러 후보들이 제주의 현안문제에 대해 참신하고 좋은 공약을 많이 내세웠다. 새로운 도지사와 도의원들은 본인의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다른 후보의 공약 중에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지난 20년간 진행되어온 제주국제자유도시 방향에 대해 반드시 재검토하고, 찬반 갈등으로 치닫는 제2공항 문제는 도민의 반대 의지가 확인된 만큼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도민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터져 나온 해저터널 문제는 갈등과 오해의 여지가 없게 미리 차단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새로운 도정을 책임질 오영훈 당선자는 도의원, 국회의원을 거쳤기에 누구보다 제주의 문제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앞으로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제주 미래에 보탬이 되는 지만을 기준으로 삼겠다. 중앙정치권의 관계에서도 도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맞서 할 말은 하겠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틀을 벗어던지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도민 대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겠다. 상대방의 공약 가운데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제주 미래를 위해 필요한 내용은 수용하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 겪는 민생경제를 회복하겠다.’ 도민들은 이 당선 소감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도지사와 도의원들께서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4년간 품격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줄 것을 기대한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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