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동체 다움 음악극 ‘세 여자 이야기’

2022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제주 연극계는 4월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를 전후로 정중동의 분위기다. ▲극단 제주괸당들의 제주어 연극 ‘제나 잘콴다리여’ ▲청년극단 보라 ▲극단 배우세상 ▲그녀들의 AM ▲가람 정도가 작품을 선보였다. 인형극 전문극단 ‘두근두근 시어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예술여행 사업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가졌다. 코로나 영향으로 취소된 극단 지구인과 극단 모닥치기의 후속 공연 소식은 아쉽게도 나오지 않는 상황.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숨 고르는 느낌이다.

6월 3일부터 5일까지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에서는 연극공동체 다움이 제주에서의 올해 첫 작품을 선보였다. 서민우 작, 황은미 연출의 창작 음악극 ‘세여자 이야기’다.

연극공동체 다움은 지난해 12월 이 작품 초연을 가진 바 있다. 감은장(삼공본풀이), 자청비(세경본풀이), 오늘이(원천강 본풀이)라는 제주 신화 속 세 여인들을 현실 세계에 맞게 등장시키는 소재다.

기본 줄거리는 동일하다. 가족과의 불화를 뒤로하고 감은장(배우 서민우)은 어렵게 모은 돈으로 건물을 마련해 셰어하우스를 차린다. 그곳에 당찬 성격의 여인 자청비(송윤아)와 단 하루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 오늘이(황은미)가 들어온다. 각기 다른 성격이지만 가족처럼 지내는 세 사람에게 서로 다른 고난이 찾아오고 갈등도 생기지만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한다.

6개월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 ‘세 여자 이야기’는 단점은 보완하고 새로운 시도는 장점으로 승화하는 발전된 무대로 돌아왔다.

맨 왼쪽부터 유도겸, 서민우, 황은미, 송윤아, 조흠. ⓒ제주의소리
맨 왼쪽부터 유도겸, 서민우, 황은미, 송윤아, 조흠. ⓒ제주의소리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제주 신화의 변주에 있다. 그 변주는 인물과 배경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가족과의 불화(감은장), 기억력(오늘이), 문도령과의 인연(자청비) 등 주요 설정은 원전(原典)에서 가져왔다. 여기에 노동 문제, 가족에 대한 개념, 인격적인 성장 등 오늘 날 충분히 공감할 법 한 요소들을 엮어내면서 공감대를 높였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적 요소는 또 다른 흥미 요소다.

그 중에서도 감은장과 오늘이가 각자 ‘엄마’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장 인상 깊다. 서로에게 엄마를 투영하며 속마음을 꺼내 치유하는 장면은, 진심 어린 관계를 통해 내면 회복을 이끌어낸다는 메시지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삶의 의미와 가치”와 이어진다.

일반 연극에서 ‘음악극’으로의 변화는 작품의 질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 밝고 자신감 있는 자청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오늘이,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감은장. 각각의 독창은 세 인물의 특징을 적절히 반영했다.

여기에 ‘내가 너의 과거가 돼 줄게, 내가 너의 미래가 돼 줄게, 내가 너의 기억이 돼 줄게, 우리가 널 기억하고 함께 할게’라는 삼중창은 서로의 갈등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해결하며 보듬는 작품 내용과 맞물려 더욱 따스한 위로로 다가온다. 최원형·문지윤·이대희가 담당한 라이브 연주는 핵심인 건반·기타·첼로에 소소한 악기까지 추가하며 노래 연주와 배경 음악 모두 매끄럽게 소화했다.

세 인물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그림자극 영상, 감은장이 진행하는 타로 인터넷방송의 채팅창과 인스타그램 채팅을 영상으로 제작한 시도 등 이전에 없던 무대 장치 활용 또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2019년 4.3평화인권마당극제, 2022년 창작 뮤지컬 ‘앤’으로 제주를 찾은 극단 걸판의 배우 조흠·유도겸은 무난히 작품에 녹아들었다.

지난해 초연에서는 공간 이동 등 일부 장면에서 배우진의 몸동작 연기들이 지나치게 단순해 다소 아쉬웠다. 이번 공연에서는 과감히 덜어낸 모습이었다.

시공간을 이동하는 중요한 장치인 ‘수레바퀴’의 활용에 있어 여전히 갑작스러운 부분은 지울 수 없었다. 오늘이가 수레바퀴를 얻는 과정에서 도구의 신비함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는 작은 대사 정도만 있었어도, 이해도나 개연성을 보강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작품 속에서 보다 확실하게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 신화의 새로운 접근, 배경을 뛰어넘는 진심 어린 우정, 음악의 조화.

음악극 ‘세 여자 이야기’는 초연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보강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 선보였다는 점에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느껴졌다. 결과물에 있어 관객이 더 재미있게 느낄 만 한 분명한 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2019년 1월 16일, 창단 공연을 가지며 제주 정착을 시작한 연극공동체 다움의 ‘첫 번째 제주 소재’ 작품이기에 의미는 더욱 크다.

한결 깊어질 제주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계속해서 멋진 결실을 만들어낼 그들의 도전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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