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무인발급기 시스템 허술 “실제 등반객들 불만”…한라산공원관리소 올해 내 개선 약속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 입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민족의 영산 제주 한라산. 높이 1947.3m의 대한민국 최고봉이자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수려한 경관을 보기 위해 한라산을 찾는 인파가 사계절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한라산은 세대를 불문하고 그야말로 ‘핫 플레이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민족의 명산 한라산을 오르지 않고도 등정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어 논란입니다. 

평소에 한라산을 자주 오르내리는 독자 강경민(가명, 55) 씨는 최근에도 한라산을 등반한 뒤 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신청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등정 인증서 신청란에는 한라산을 올랐다는 인증사진을 첨부해야 하는데 아무 사진이나 넣어도 인증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겁니다. 

분명 신청 시 주의사항에는 ‘업로드한 사진 정보와 등정 날짜가 일치’ 해야 하며 ‘반드시 당일 촬영한 사진’이어야 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심지어 등정 당일 사진의 GPS 정보를 이용한다고도 나타나 있었으나, 공지된 주의사항과 관계없이 인증서는 발급됐습니다.

한라산을 실제로 등반하지 않고 아무 사진이나 올리더라도 수수료 1000원만 결제하면 한라산 정상을 다녀온 등정 인증서가 발급되고 있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도 아무 사진이나 올려놓은 사람과, 땀흘려 정상을 밟고 내려와서 기쁜 마음으로 인증서를 발급받는 사람이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취재기자가 제주의소리 애독자 강영근 씨 제보를 받고 실제로 발급해보니 40여분 만에 정상에 다녀온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의소리
취재기자가 제주의소리 독자 제보를 받고 실제로 발급해보니 40여분 만에 정상에 다녀온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는 이날 회사에서 아침 취재회의를 마치고 실제로 한라산 등정인증서가 제보 내용처럼 허술하게 발급되고 있는지 취재를 위해 관음사 코스 입구에만 다녀왔을뿐 한라산 등반로는 한 발자국도 밟지 않았습니다. 제보 내용처럼, 굳이 한라산 등정을 하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등정인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의소리
인증사진 첨부 당시 제출한 지난 4월에 촬영한 '개불알풀' 사진. 해당 사진은 당시 길을 걷다가 촬영한 것입니다. ⓒ제주의소리
취재기자가 7일 오전 등정인증 과정에서 인증사진으로 첨부한 사진은 지난 4월 서귀포시의 어느 길가에서 촬영한 '개불알풀' 사진입니다. 당연히 한라산 등정 사진이 아닙니다. 등정 인증서 발급 신청시 주의사항에 공지된 ‘업로드한 사진 정보와 등정 날짜가 일치’ 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당일 촬영한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확인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등정 당일 사진의 GPS 정보를 이용한다고도 나타나 있었으나, 공지된 주의사항과 관계없이 인증서는 너무 쉽게 발급됐습니다.  ⓒ제주의소리

독자 강 씨는 “한라산에 힘들게 오른 사람 중 일부는 정상에 올라 눈물을 보이기도 할 만큼 큰 성취감을 안고 간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냈다거나, 고행의 길을 걸었다는 그런 성취감을 인증서로 발급받아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허탈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등정인증발급시스템에는 산행 정상 인증사진만 첨부해야 하는데 아무 사진이나 넣어도 발급되는 게 현실”이라며 “인증서 발급비용 1000원만 내면 누구나 정상을 등정한 것처럼 된다. 그러다 보니 한라산 등정인증서 발급이 하나의 재정수입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탐방예약시스템과 연동도 안 되고 사진 GPS를 확인도 안 하니 등정한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나”라고 되물으며 “아무런 확인 없이 인증해주는 것은 공적 성격의 인증이라고 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강 씨는 “예전에 안내소에서 정상 인증사진을 확인한 뒤 인증서를 발급해준 것처럼 등정 인증서의 진정한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정확히 내용을 확인한 뒤 문제점을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제주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설치된 한라산 정상 등정 무인발급기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설치된 한라산 정상 등정 무인발급기 모습. ⓒ제주의소리
등정 인증서 신청 페이지에는 주의사항에 당일 사진, GPS 확인 가능 등 조건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지켜지진 않았습니다. 관련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GPS의 경우 문제가 생겨 확인장치를 풀어뒀으며, 올해 안으로 문제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제주의소리
등정 인증서 신청 페이지에는 주의사항에 당일 사진, GPS 확인 가능 등 조건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지켜지진 않았습니다. 관련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GPS의 경우 문제가 생겨 확인장치를 풀어뒀으며, 올해 안으로 문제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등반객들에 한해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 등정 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한라산을 오르지 않고도 인증서는 발급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제보 내용처럼 이날 오전 취재기자가 회사에서 아침 취재회의를 마치고 예전 찍어둔 들꽃 사진을 첨부해 한라산 관음사 코스 입구의 등정인증서 무인발급기에서 인증서를 발급 받아 보았습니다. 

정상에 오르지 않고서도 등정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제보는 사실이었습니다. 기자는 이날 등반로를 한 발자국도 밟지 않았지만 한라산 등정과 무관한 꽃 사진 한장과 발급수수료 1000원만으로도 한라산 등정인증서를 발급 받았습니다. 

기자가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등정인증’ 코너에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습니다. ‘인증사진(필수)’을 첨부하라는 안내에 지난 4월 서귀포시 어느 길가를 걷다 찍은 작은 꽃 사진을 넣었습니다. 

사진 정보와 등정 날짜가 일치해야 하며, 당일 촬영한 사진의 GPS 정보를 이용한다는 주의사항이 무색하게 신청 버튼을 누르자마자 ‘정상적으로 인증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습니다. 

이후 1000원의 수수료를 결제하니 ‘등정인증서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출력 인증번호를 입력해주세요’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인증번호를 받은 뒤 곧바로 사무실을 출발해 관음사 탐방로 정상 등정 발급기를 찾아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손쉽게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약 4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결국 한라산 정상까지 자동차로 40분 만에 다녀온 셈이 된 겁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잘 알고 있다. 올해 중으로 방식을 개선해 정상에 오르신 분들만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인증서 발급 키오스크가 설치되기 전에는 직원이 일일이 사진을 확인한 뒤 인증서를 발급해줬는데 키오스크가 운영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GPS 확인의 경우도 문제가 발생해서 (확인 장치를)풀어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중으로 문제가 개선되면 정상에 다녀오신 분들만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문제점을 파악, 개선해 인증서 발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4월에 촬영한 꽃 사진을 넣고 한라산 정상 인증에 성공한 모습. ⓒ제주의소리
기자가 7일 오전 등정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지난 4월에 촬영한 꽃 사진과 발급 수수료 1000원을 넣고 한라산 등정 인증서 발급에 성공한 문자 메시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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