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20) conserve 보존하다

con·serve [kǝnsə́ːrv] vt. 보존하다
자연과 혼듸 가사만 헙주 
(자연과 함께 가야만 한다)


conserve는 con- ‘함께’와 serve ‘유지하다(=maintain)’의 결합이다. 이 serve라는 어근(root)에서 나온 낱말로는 preserve ‘보전하다’, observe ‘준수하다’, service ‘서비스’, servant ‘종(從)’ 등이 있다. conserve의 어원적 의미는 ‘함께 유지하다’이다. ‘함께’라고 하면 대개 ‘사람들끼리 함께’라는 뜻으로 인식하지만, ‘자연보존(nature conservation)’과 같은 경우에는 그 ‘함께’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사람들은 아마존(Amazon)을 ‘녹색의 지옥(Green Hell)’이라고 부릅니다. 그 엄청난 원시의 야성(primitive wildness) 때문에 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에어컨(air-conditioner)이나 냉장고(refrigerator)는 물론 변변한 도구도 없이 수천 년에 걸쳐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natives)에게는 아마존이 천혜의 삶의 터전입니다. 더구나 지구의 허파(the Earth’s lung)라고 일컬어지듯 아마존이 안고 있는 물과 숲은 오염(contamination)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를 오늘도 말없이(in silence) 씻어주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지옥이라고 일컫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기피해 온 우리의 역사가 만들어낸 잘못된 언어(erroneous language)이며 우리의 부끄러운 얼굴(an ashamed look)입니다.

- 신영복의 ‘더불어숲’ 중에서 -

제주특별자치도, 무엇이 특별해서 특별자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사람이 자연을 통해 배우는, 그리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만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진=강영근 사진작가 제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특별자치도, 무엇이 특별해서 특별자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사람이 자연을 통해 배우는, 그리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만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진=강영근 사진작가 제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자연의 생명체들(organisms)은 개체마다 특수한 구조를 지니며, 독특한(unique) 물질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공생(symbiosis)과 협력(cooperation)을 통해 매우 효율적인(effective) 조직을 구성한다. 숲 생태계(forest ecosystem)가 그 대표적인 예다. 숲속에선 모든 것이 재활용(recycling)되면서 낭비되거나(be wasted) 버려지지 않는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풀. 이끼(moss), 곤충(insect), 새, 박테리아 등은 고도로 효율적인 재활용 조직을 통해 한 생명체가 방출하는 쓰레기(waste)를 다른 생명체의 식량자원(food resources)으로 만든다. 또한 숲의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살면서 생산 활동을 하는 공간(space)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keep clean). 이들은 인간처럼 자신이 사는 공간을 오염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살면서 필요한(necessary) 물질도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their own ways)으로 만들어 낸다. 거미(spider)는 인간이 만든 어떤 고무, 섬유 제품보다도 훨씬 유연성이 뛰어난(flexible) 실(thread)을 뽑아낸다. 홍합(mussel)이나 따개비(barnacle)는 거친 파도나 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강력한 접착제(glue)를 만들어 자신의 몸을 바닷가 바윗돌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데 사용한다. 전복(abalone)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개껍질(shell)을 만들면서 인간의 도자기 제품(ceramic products)보다 더 튼튼한 세라믹을 만든다. 이처럼 자연의 생명체들은 인간사회의 공장(factory)처럼 고온(high temperature)에서 끓이거나 삶거나 굽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온(room temperature)에서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기술을 터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공해(air pollution)를 유발하지 않는며, 적은 양의 에너지로 물질을 생산하면서도 인간이 생산하는 것보다 월등히 질(quality)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자연의 생명체들은 인간이 항해술(navigation)이나 항공기술(aviation technology)을 발전시키기 훨씬 전부터 대양을 횡단하고(cross the ocean) 하늘을 나는 법까지 알아냈다. 그리고 지금껏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고산지대(alpine region)나 깊은 바닷속에서 사는 법도 터득했다. 자연이 이처럼 인간보다 뛰어나게 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에 지구상에 출현하여 인류가 현재 직면한 환경문제(environmental problems)보다 훨씬 심각하고 더 큰 규모의 환경문제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그런 무수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38억 년이나 되는 장구한 기간 동안의 실험(experiment)과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을 통해서, 일부 실패한 연구개발은 멸종(extinction)이나 화석화(fossilization)로 이어졌지만 살아남은 개개의 생명체는 그 자체가 각종 환경적 재앙(environmental disaster)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해답들(solutions)인 것이다. 

이제 인류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the lord of creation)이라는 오만한(arrogant)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자연의 생물체들이 지니는 구조, 이들이 만드는 물질, 이들이 협력하고 공생하는 조직 등은 이들보다 훨씬 뒤늦게 지구상에 출현한 인류가 건물을 짓거나, 먹을 식량을 생산하거나, 상품을 만들거나 효율적인 사회조직(social organization)을 꾸밀 때 겸허하게(in a humble way) 배워야 할 것들이다. 제주특별자치도 -- 무엇이 특별해서 특별자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야말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하여 사람이 자연을 통해 배우는, 그리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coexist)하고 교감(commune)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만 말 그대로 ‘특별한’ 자치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
김재원 교수.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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