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제주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 당시 이승용 변호사를 부검한 부검의가 “빠른 속도로 2차례 복부를 찌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증언했다. 

15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심리로 살인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부검의와 혈흔분석가 등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김씨는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함께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계획해 1999년 11월5일 제주시 관덕정 인근 노상에서 살인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또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방송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협박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는 무죄다. 

1심 선고 이후 김씨는 협박 혐의에 대한 형량이 너무 높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살인 혐의 무죄에 대해 반발해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사망한 이승용 변호사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부검의 등을 증인으로 불렀다. 

부검 당시 이승용 변호사 왼쪽 목에 얕은 상처가 발견됐고, 흉부를 관통한 1개의 자창이 확인됐다. 또 복부 2곳과 팔 2곳에서도 흉기에 의한 상처가 확인됐다. 

증인석에 앉은 부검의 A씨는 팔에 있는 상처의 경우 관통창으로, 흉기가 이승용 변호사의 팔을 관통해 복부까지 상처를 준 것으로 추정했다. 일종의 방어흔인 셈이다.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A씨는 “팔의 관통창과 복부의 자창의 방향 등을 봤을 때 피해자(이승용 변호사)가 복부를 팔로 막은 상황에서 흉기가 팔을 관통해 복부까지 찔렀을 형태와 비슷하다”고 증언했다. 

이어 부검의 A씨는 빠른 속도로 2차례 복부를 향한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A씨는 “복부 2개의 상처 등은 형태가 비슷하다. 이는 2차례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자의 큰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른 속도로 2차례 찔렀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면 자창의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이승용 변호사 흉부에서도 자창이 발견됐다. 흉부를 관통해 심장까지 상처를 준 해당 상처는 이승용 변호사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일반적으로 흉기로 흉부를 뚫기 힘들어 굉장히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극히 예외적으로 힘이 상충될 때도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피해자가 상체를 숙이는 순간에 가해자가 흉기로 흉부를 찌르면 정반대에서 힘이 충돌하면서 흉기가 흉부를 뚫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처만으로 당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경우 평소 부검을 할 때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폭이 얇았다”고 증언했다.  이는 뾰족할 정도로 얇게 다듬어진 흉기를 김씨가 들고 다녔다는 검찰의 주장과 연관된다. 

목에 있는 얕은 상처에 대해 부검의 A씨는 “평상시에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처 수준이다. 흉기로 인한 상처라면 누군가 피해자 목에 흉기를 갖다 댔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평상시 면도 등을 하다가도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상처다. 만약 흉기를 휘둘렀다면 목의 상처는 다른 형태였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날 검찰은 증인석에 앉은 부검의를 상대로 빠르게 공격이 이뤄진 점을 강조하면서 신문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피고인의 변호인 측은 부검 결과만으로 계획됐는지, 우발적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증인신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 등이 이승용 변호사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피해자인 이승용 변호사가 저항할 시간도 없이 공격이 이뤄졌다면 계획적인 범행으로 봐야 한다(살인)는 검찰과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가담하지도 않았고 가담했다 하더라도 우발적인 범행(상해치사)으로 봐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법정 공방이 벌어진 상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7월 심리를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관과 함께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강력계 반장으로 일하며 도내 조직폭력배 등을 담당했던 전직 경찰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며, 심리가 마무리돼 검찰의 구형까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