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파비안 살비올리 UN 진실정의 특보. /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의소리
방한한 파비안 살비올리 UN 진실정의 특보. /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의소리

UN인권이사회가 제주4.3을 공식 언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9일 ‘UN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 증진에 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of truth, justice, reparation and guarantees of non-recurrence, 이하 진실정의 특보)’ 파비안 살비올리(Fabian Salvioli)와  서울 중구 퇴계로 소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에는 제주4.3 피해자 유족인 김명원 어르신과 4.3기념사업위원회 양성주 조직위원장, 김남훈 평화기행위원장 등이 참석해 4.3 당시 증언과 관련 보고서, 과제 등 의견을 전달했다. 

김명원 어르신은 15살에 4.3을 겪으면서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잃었다. 무차별 토벌 작전으로 산에서 숨어지내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총에 맞아 숨졌고, 어머니와 나머지 형제들도 의귀국민학교에 잡혀갔다가 군인에게 총살당했다. 

생후 20일의 막내 동생은 목숨을 잃은 어머니의 젖을 먹지 못해 김 어르신 품에서 굶어 죽었다. 

김 어르신을 포함한 형제들은 해안마을에서 생활을 이어가던 중 경찰이 5살의 여동생을 수양딸로 데려갔다. 추후 만난 여동생은 ‘김’씨가 아닌 ‘정’씨로 삶을 살았다. 

진실정의 특보와 면담에서 김 어르신은 “아버지의 시신을 아직도 찾지 못해 한이다. 동생이 경찰의 자녀도 들어간 것도 매우 안타깝다. 지금도 아버지의 시신을 찾고 싶고, 여동생의 잘못된 호적을 정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양성주 조직위원장, 파비안 진실정의 특보, 김명원 어르신, 김남훈 평화기행위원장. /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양성주 조직위원장, 파비안 진실정의 특보, 김명원 어르신, 김남훈 평화기행위원장. /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의소리

김남훈 평화기행위원장은 제주4.3의 개요와 진실규명, 배상과 재발방지에 대한 노력을 전달하면서 향후 미국의 책임규명과 사과, 국가폭력 집행에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서훈 박탈을 주장하기도 했다. 

양성주 조직위원장은 “4.3 진실 규명과 명예회복 활동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피해를 당한 분들도 4.3 공로자로 인정돼야 한다. 또 4.3 희생자 결정에 예외가 없어야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파비안 진실정의 특보는 “2019년 비공식적으로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고 말하면서 향후에도 제주4.3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파비안 진실정의 특보는 우리나라의 식민 통치, 전쟁, 독재정권 기간 행해진 인권침해와 인도법 위반을 바로잡기 위해 취한 조치 등을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에서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과 세종, 광주, 대전, 성암, 안산 등을 방문했으며, 외무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교육부, 결창청, 국가기록원, 국가인권위원회, 진실과 화해 위원회,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국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인권운동가, 학계 등도 만났다. 

파비안 진실정의 특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방한 기간 접한 중대한 인권침해와 인도법 위반 사례로 제주4.3과 함께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강제 노역과 강제 징집, 대전 학살, 분단 가족, 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 강제 징집, 전두화 정권 ‘녹화사업’, 사회운동가들의 의문사, 간첩행위 날조, 북한 억류 어부 간첩조작 사건, 광주 5.18, 형제복지원, 서산개척단 사건, 삼청교육대 등을 꼽기도 했다. 

진실정의 특보의 우리나라 방문 보고서는 오는 2023년 9월 UN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인권이사회에서 제주4.3이 언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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