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㉒ / 제주시 아라공동목장
‘잣성’ 원형 남아있어 보전가치↑…마땅한 활용책 없어 매각 의견도 다수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내 마을공동목장 중 도심과 가장 가까운 동(洞) 지역에 소재한 곳이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이다. 대부분의 마을목장에서 방목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방목이 이뤄지고 있었고, 목축문화의 상징인 잣성(잣담)이 도심과 가장 가까운 아라공동목장에 남아 있음은 놀라운 일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도민체험단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탐방은 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의 안내로 마을 목장에 관련된 설명과 이야기를 듣고 목장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잣성’(또는 잣담). 거무튀튀한 제주의 돌담을 기다랗게 쌓아 올린 돌 울타리다. 조선시대 제주도 목장사와 목축문화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잣성이다. 아라공동목장엔 이 잣성이 잘 남아 있다.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 중산간 목초지의 목마장 경계에 소나 말이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쌓았던 돌담이다. 조선시대 국영목장을 10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10소장(所場) 체계가 갖춰질 당시 위아래로 경계 개념으로 쌓은 돌담을 말한다. 잣성을 기억하는 제주의 노인들은 알잣(하잣), 상잣, 담, 성 등으로 잣성을 불렀다.  

제주도에만 남아있는, 단일 유적으로는 가장 긴 선형 유적인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설치됐던 국영목마장의 실체를 입증하는 역사유적이자 제주도 전통목축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평가된다.

잣성은 위치에 따라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으로 나뉘는데 아라공동목장에는 중잣성과 상잣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시 아라공동목장에 있는 '잣성' 모습. 잣성 또는 잣담은 거무튀튀한 제주의 돌담을 기다랗게 쌓아 올린 돌 울타리다. 조선시대 제주도 목장사와 목축문화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잣성이다. 아라공동목장엔 이 잣성이 잘 남아 있다.  사진=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공동목장에 있는 '잣성' 모습. 잣성 또는 잣담은 거무튀튀한 제주의 돌담을 기다랗게 쌓아 올린 돌 울타리다. 조선시대 제주도 목장사와 목축문화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잣성이다. 아라공동목장엔 이 잣성이 잘 남아 있다.  사진=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 ⓒ제주의소리
아라공동목장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전통 목축문화의 상징이 남아있어 보전가치가 높은 아라공동목장은 제주시 동지역에 있다는 접근성 등을 이유로 늘 매각압력에 시달려오고 있다. 마땅한 활용방안이나 제대로 된 수입원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겠으나 현재는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아라공동목장은 아라공동목장조합이 소유한 것으로 파악되며 전체 목장용지는 지목상 목장용지, 임야, 전, 묘지 등으로 구성돼있다. 

제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목장은 일제강점기 제주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집중적으로 설립되던 시기인 1935년에 아라공동목장조합이 설립인가를 받아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1970년대 이후 농촌에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공동목축이 쇠퇴했으며, 현재 목장은 조합원과 2년 단위 계약 말 방목장으로 임대하고 있다. 

조합은 목축 쇠퇴 대응 수익사업으로 묘지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500여 개 분묘가 조성된 이후 최근 추가 조성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아라공동목장에 묘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묘지 조성사업이 중단되고 마땅한 활용안이나 수입원이 사라지면서 목장은 ‘매각하자’라는 의견이 조합 내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른 목장의 경우 조합 정관에 따라 쉽게 매각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으나 아라공동목장은 조합장 도장 하나만 있으면 매각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래서 목장 매각 위기는 늘 ‘현실’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다. 팔려나간 마을공동목장의 사유화는 즉각 난개발로 이어지고 다시는 공동체 자산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 공동목장은 목장의 해체와 매각 등을 이유로 현재 40~50여 곳만 남게 됐으며 나머지 목장 역시 언제 개발 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운명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팔려나간 중산간 지역 마을공동목장은 골프장이나 리조트로 개발되면서 단합된 마을공동체나 전통적 목축문화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잃은 상태다. 

ⓒ제주의소리
김맹호 아라공동목장 이사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숲 놀이터처럼 순수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목장에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놀 숲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아라공동목장 안 숲 체험 공간 ⓒ제주의소리
아라공동목장 안 숲 체험 공간 ⓒ제주의소리

아라공동목장 역시 이 같은 위기에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김맹호 이사는 매각 관련 규정도 마땅히 없으니 조합 구성원들로부터 관리하기도 귀찮은데 팔자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공동목장에 관심이 멀어졌거나 조금이라도 팔아서 가족에게 돈을 남겨주겠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생각으로 아라공동목장 매각 위기는 늘 도사리고 있다.

김 이사는 “조합원이 약 150명 정도가 되는데 나이들이 드시다 보니까 목장을 팔아서 손자들한테 용돈이라도 주자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그래서 제가 해마다 어떻게든 총회에 참석해서 말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장은 지금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는 상태다. 그리고 임대를 5년 단위로라도 해주면 어디 지원이나 투자를 받아 작은 사업이라도 할 텐데 2년 단위다 보니 할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라고 토로했다. 

또 “환경도 좋은데 아이들이 찾아와 친환경적으로 놀 수 있는 숲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며 “약 4년 전부터 조합총회에서 목장을 매각하자고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의견이 갈린 데다 지분을 두고 다투다 보니 지금은 잠시 사그라졌다”고 말했다.

아라공동목장은 숲 놀이터를 만들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췄다. 목장 옆으로는 ‘방천’이 흐르고 측백나무가 높이 뻗어 자라있는 등 그야말로 ‘초록 세상’이다. 김 이사는 실제로 밧줄로 몇 가지 체험 구조물을 만들어 아이들이 뛰놀 수 있게 해뒀다. 

숲 놀이터 역시 과거에는 초지로 활용된 공동목장이었으나 현재는 축산 환경의 변화로 방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곶자왈 화 됐다. 과거에는 초지를 만들기 위해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었단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소재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어린 시절 김 이사는 쉬는 날마다 아버지와 함께 목장에 올라 소들이 먹을 풀과 건초를 뜯으러 다녔다고 했다. 지금은 말 30마리 정도를 공동목장에 방목하며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잣성과 관련해서는 “하잣성은 해발 450m 고지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중잣성과 상잣성은 아직 남아있는데 해발 600m 고지 아래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제주잣성보존회 이사장도 맡고 있는 김 이사는 아라공동목장의 상잣성 같은 경우 보존이 잘된 곳도 많다고 했다. 2018년 제주도의회 제주문화누리포럼 정책토론회에 참여했던 김 이사는 당시 잣성 훼손이 심각해 복원에 앞서 실태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이사는 아라공동목장이 있는 3소장의 예를 들어 “잣성이 잘 보존된 곳들도 많지만, 조사된 보고서에 의하면 대부분 유실된 것으로 나온다”며 “재조사 후 복원할 곳들부터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복원작업을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아라공동목장에 방목 중인 말들. 드넓은 초지를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쉬고 있다. ⓒ제주의소리
아라공동목장에 방목 중인 말들. 드넓은 초지를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쉬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아라공동목장 탐방에는 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와 목장 안내 담당 반려견 '아라'가 함께했다. 탐방행렬 맨 앞에서 반려견 아라가 탐방객들을 산책로로 안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아라공동목장 탐방에는 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와 목장 안내 담당 반려견 '아라'가 함께했다. 탐방행렬 맨 앞에서 반려견 아라가 탐방객들을 산책로로 안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잣성 활용과 관련해 “10소장의 잣성이 있는 곳들은 제주도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테마 길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을 만들고, 자연과 더불어 걷는 길을 만들면 제주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잣성 활용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도 했다. 

목장 운영상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으니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숲 놀이터처럼 순수한 사업을 잘 가려줬으면 한다”며 “아이들이 숲 놀이터에서 뛰어논 뒤 쉴 수 있게 조그마한 건물이라도 지을 수 있게 허가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목장을 임대해 운영하지 않으면 세금을 못낼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어떻게든 마을공동목장을 지켜가며 운영하려고 하는데 솔직히 집안 눈치도 많이 보인다. 아무쪼록 목장을 활용할 수 있게 많이들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팀은 지난 11일 제주시 아라동 아라공동목장을 탐방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공동목장에 있는 '잣성' 모습. 잣성 또는 잣담은 거무튀튀한 제주의 돌담을 기다랗게 쌓아 올린 돌 울타리다. 조선시대 제주도 목장사와 목축문화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잣성이다. 아라공동목장엔 이 잣성이 잘 남아 있다.  사진=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공동목장에 있는 '잣성' 모습. 잣성 또는 잣담은 거무튀튀한 제주의 돌담을 기다랗게 쌓아 올린 돌 울타리다. 조선시대 제주도 목장사와 목축문화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잣성이다. 아라공동목장엔 이 잣성이 잘 남아 있다.  사진=김맹호 아라공동목장조합 이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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