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오영훈 차기 도정은 인권행정 바로 잡아야
시민 참여 막고 지방자치제도 무력화 하는 공무원의 독단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인권위원회 신강협 위원장(사진 중앙)을 비롯한 6명의 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nbsp;&nbsp;ⓒ제주의소리<br>
제주인권위원회 신강협 위원장(사진 중앙)을 비롯한 6명의 위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원회)의 위원장 포함 6명이 사퇴하였다. 사유는 제주도정이 인권위원회에 인권정책업무 시행에 관한 협력을 하지 않아, 인권위원회가 심의 자문할 수 없게 인권위원회를 운영했고, 인권침해 사건이 진정되었음에도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종결 처리함으로써 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구제 책무도 원천 봉쇄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특별자치행정국은 해명자료를 내어, 기본계획으로 심의했으므로 다시 심의받을 수 없으며, 진정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구제받을 수 있고, 지역인권위는 조사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자체 종결하였다고 해명했다. 더 나아가 인권위는 침해 구제 기관이 아니며, 자문기구이지 심의 조사 기능이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를 따랐다고 했다. 그리고 타 시도는 인권침해 구제절차와 기구가 따로 설치되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주혐오표현 조례제정이 도의회 행정자치 상임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무산되었다. 이유는 법률유보의 원칙(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에 따라 더욱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률유보의 원칙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으로서 대체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주민에게 권리 제한 및 의무 부과를 하지 못하며, 하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조례는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행정팀의 판단이다. 

우선 인권위원회의 파행을 불러온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의 독단적인 판단과 독단적인 운영에 있다. 인권위원회는 인권의 전문성을 갖추 외부 시민들이 행정에 참여하여, 행정이 행하고 있는 인권업무에 대하여 조례에 근거한 필요 사업을 심의하거나 보고받고, 인권침해 발생 시 의견을 청취하는 조사과정을 통해 도지사에 권고 및 의견표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특별자치행정국은 그 모든 것을 자신들이 판단한다는 것이다. 

심의 사항은 한 차례 시행계획에 대한 심의로 모두 다 끝났다고 자신들이 판단했으며, 진정사건도 자신들의 판단하에 그렇게 종결했다는 것이다. 설사 조례에 그렇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판단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인권위원장이나 도지사가 인정하는 사항에 대해서 심의 할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심의받았다고 하는 사안은 8차 회의(22.1.25)에서 받은 시행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타부서 사업까지 포함한 60개 세부사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주인권위원회 8차 회의 당시에도 이런 식의 심의는 구체적인 사업 심의가 되지 않으며, 조례에 명시된 사업은 추후 심의절차를 존중해달라는 위원회의 요청까지 있었던 사안이다. 하지만 행정공무원이 기본계획으로 전부 다 심의받았으니 끝이라고 했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심의받을 사안은 하나도 없다. 이미 기본계획으로 심의가 전부 끝났으니 말이다. 주민의 참여는 그렇게 공무원의 판단으로 끝이 났다.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 구제, 권고 사안은 이미 제주인권위원회에서 이행해오던 사안이다. 제주인권위원회 1~2기 위원회의 활동보고서에 이미 조사과정과 권고안이 모두 공개되어 있다.(제주인권보고서, 2021, 제주특별자치도) 심지어 조례 16조에는 공무원 자료제출 및 출석 요구권까지 부여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권한이 없다는 공무원의 주장도 황당하지만, 공무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인권위원회는 구제기관이 아니며, 조사 권한이 없다고 규정하고, 스스로 종결했다는 것이다. 역시 외부 인권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주인권위원회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업무를 진행했으면서도 “제주도는 인권관련 업무를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해명서(6월 16일)를 내놨다. 공무원들이 판단하고 공무원들이 끝낼 업무라면 왜 제주인권위원회를 설치하였는지 알 수 없다. 도지사의 사회적 책무도, 도인권위원회의 사회적 책무도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그냥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일 따름이었다. 제주 인권조례 23조에 의거하여 세부시행규칙을 세울 수 있다. 세부시행규칙은 아예 세우지도 않았다. 그런데 세부 시행규칙이 없으므로 조례를 시행하지 못하겠다고 공무원이 판단했다. 도대체 어떤 인권 관련 업무 규정인지 알 수 없다. 담당공무원의 판단이면 모든 게 다 끝이 나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9. 11. 28. 선고 2017헌마 1356 전원재판부 결정’에 의거하여 지방자치단체에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비추어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이 반드시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구체적 법률이 없더라도 조례가 헌법 취지에 부합하면 얼마든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현재의 판단이다. 

제주인권위원회 위원들의 집단사퇴와 혐오표현방지 조례안의 자동폐기 수순은 이러한 의미로 살펴볼 때, 공무원의 독단이 어떻게 주민의 참여를 막고, 지방자치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에 인권제도 현황 및 의견 표명의 건, 국가인권위, 2017]에서 의견서 결론으로서 주문3항 “지방자치 단체의 인권관련 사안들을 상시적으로 심의/자문할 수 있도록, 인권위원회의 논의 안건 확대, 회의 활성화, 시민사회단체의 참여와 협력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문 5항 “헌법 제117조가 규정한 지방자치의 원리를 고려할 때, 인권 업무 일체를 국가사무로 단정하여 지자체가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은 불합리하며, ...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인권침해 조사 및 구제조치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모든 사항에 대해 특별자치행정국은 자신들이 그렇게 판단했고, 자신들만의 판단으로 충분하다고만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주민자치는 물론 주민의 인권 보장 및 증진 책무는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다. 차기 도정에서 이러한 인권행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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