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인수위, '15분 도시' 토론회..."인구밀도 고려한 네트워크 전략 필요"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민들의 식료품 판매점-병·의원-어린이집 등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의 접근도가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 등 대도시와 비교했을 시 뒤쳐짐은 물론, 어린이집 같은 경우 전국에서 접근도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구역 범위가 방대하고 인구가 특정지역에 밀집해 있는 제주의 현실적 여건 상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역점적으로 공약한 '15분 도시 제주' 실현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위원장 송석언)는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날 아카데미는 성은영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제 발표에 이어 라해문 미래준비위 인수위원이 좌장을 맡고, 이성호 제주대학교 교수, 이용재 도지사직 인수위 연구위원, 김형준 제주대학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오영훈표 핵심공약 '15분 도시 제주'란? 

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15분 도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도시생활의 관점을 건물 위주의 시스템에서 사람 위주의 환경을 고려한 삶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철학적·생태적 관점에서 인간의 개인적 삶의 욕구를 15분 내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가령 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걸어서든, 자전거를 타든, 대중교통을 타든, 최소한 15분 이내에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쇼핑을 하고 병원이나 약국, 학교, 도서관, 문화체육시설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과제다.

도보로 5분이 소요되는 400m 거리 내에 소규모 상업·업무시설이 위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도보로 15분 거리, 자전거로 5분 거리인 1.2~1.4km 내 식료품점, 약국, 상점, 학교 등 일상적 요구를 충족하는 서비스가 갖춰져야 하는게 기본 요소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br>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또 자전거로 15분 거리인 4.8km 이내에는 문화시설, 의료기관, 고등교육기관, 대규모 지역공원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이미 15분 거리 개념을 최초 도입한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미국 포틀랜드, 호주 멜버른, 중국 상하이 등이 이와 유사한 개념의 'n분 도시'를 운영중에 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선거 공약이 제시되기도 했다.

제주의 경우 국내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면적이 상당히 넓어 읍면지역 등 이격된 곳에서 15분 내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지가 핵심이다. 

#  제주 주요시설 접근성 열악, "지역 특화 전략 모색해야"

제주도민의 주요 시설과의 이격 거리는 수도권 등 과밀 도시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민의 식료품 판매점과의 평균 이격 거리는 3713.06m로, 도보 기준 74.26분, 차량으로는 8.9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비율로 분석하면 제주도 인구의 51.8% 정도만이 15분 미만에 식료품 판매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절반은 접근하지 못해왔던 셈이다.

반면 서울의 접근성은 919m로 제주의 4분의 1이었고, 부산(1713m), 대구(1840m) 등의 대도시도 갑절 가까이 차이가 났다.

병·의원의 경우 제주도 평균 이격거리는 2057m로, 도보로는 41.15분, 차량으로는 4.94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347m)에 크게 미치지 못함은 물론, 부산(1084m), 대구(1235m), 광주(1236m), 대전(1228m) 등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어린이집에 대한 접근성은 전국에서도 가장 열악했다. 제주의 어린이집 접근성은 883.67m로 도보로는 13.67m가 소요됐다. 이는 서울 301m, 부산 365m, 인천 319m, 광주 328m 등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전국 평균인 404m에도 미달됐다. 행정구역 범위가 넓고 산간지역이 많은 강원도 보다도 제주의 상황은 열악한 결과다.

성 위원은 물리적 개념으로 접근해 제주 전역의 '15분 도시'를 구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등의 재배치 전략을 활용하고, 디지털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위원은 "수도권의 대도시나 대도시 광역권처럼 물리적인 시설을 모든 지역에 도입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생활권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라며 "고밀화된 지구에 대해 집중해서 서비스를 하고, 나머지 지역들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네트워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발 밀도를 고려해 '고밀 집중형'을 택할지, '저밀 분산형'을 택할지 방향성을 정하고,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위한 복합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남북이 갈린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격차를 똑같이 보장할 수 없다면 지역 특화 전략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br>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20일 오전 10시 제주웰컴센터 1층 웰컴홀에서 '국내외 N분 도시와 15분 도시 제주 실현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정책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 "장기적 관점서 도시종합계획 등 수정 필요"..."사람 중심 통행우선권 보장돼야"

토론에 나선 김형준 제주대 교수는 "15분 도시를 위해 어떻게 실행력을 갖추고, 어떤 로드맵으로 추진할 것이냐가 우선 고민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15분 도시 제주가 실체를 갖고 완성되려면 도정에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도정 조직을 보면 도시계획, 도시디자인, 공공건축, 주택공급, 도시재생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 있는데, 이 체제를 유지하면 공무원 조직의 칸막이 때문에 실행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15분 도시 제주를 위한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 이를 도지사 직속 조직으로 만들 경우 관련 업무를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실효성을 확인한 후 도심권, 읍면지역의 한계를 분석하고, 이후 확대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수정하고, 현재 수립중인 도시기본계획에 기본내용을 반영해 장기적이며 체계를 갖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대학교 교수를 지낸 이용재 인수위원은 "그간 유사한 도시계획이 많이 시행됐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은 도민들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반드시 도민들의 동의를 우선적으로 구해 생활권에 대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은 "주민들이 동의해줘야 할 것은 통행우선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차량 중심으로 이뤄져있지만, 최근 사람 중심의 도시에 대한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며 "n분 시티의 중심은 사람에 있다. 통행우선권이 차량이 아닌 사람이 돼야 하고, 그중에서도 어린이, 노인, 장애인이 돼야 한다. 조례든 법이든 분명히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호 제주대 교수는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51%에 다가가면서 주택, 교통, 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제주시 동지역의 인구집중률이 55.8%에 이른다"며 "서울 수도권보다 인구 집중이 심화된 제주시 동지역의 인구집중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읍면지역을 발전시키는게 동지역 발전과도 연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제주도의 개발 정책이 대규모 개발이 아닌 정주공간을 개선하고 사람 중심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존에는 읍면 활성화를 위해 영어교육도시나 제2공항과 같은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중소생활권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사업이나 마을만들기 사업, 마을관광사업 등 소생활권 연계 사업을 중점적으로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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